본문 바로가기

여행 국내71

여주 여강 2009년 김경호 작가와 함께 찾았던 여주 신륵사. 그 때는 4대강 공사를 하기 전이어서 강 건너편으로 모래사장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모래 위를 거닐었고 재두루미는 날개를 활짝 펼치고 강위를 날았다. 참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하지만 강천보와 여주보가 물을 가두면서 모래톱들은 모두 사라졌고 한강 최대 습지였던 바위늪구비도 아주 조금 남아있을 뿐이다. 조선시대엔 ‘팔대장림’이라고 해서 끝도 없이 넓은 숲이 이곳 여주 여강에 조성돼 있었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는 장림에 몸을 숨기고 왜군을 공격, 전공을 거두기도 했단다. 여주는 내게 나름 인연 깊은 곳이다. 사귀던 사람의 어머니가 근처 요양원에 있어 올 기회가 많았고. 그래서 신륵사는 물론 황학산, 봉미산, 청미천, 영월루, 바위.. 2023. 12. 21.
혜화동 답사 서울시민연대에서 주관한 혜화동답사. 문화해설사인 박광규 선생의 해설로 혜화성당,장면총리집, 재능교육사옥, 서울시장공관,혜화문을 돌아보았다. 언제나 그렇지만 서울은 다니면 다닐수록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블랙홀이다. 마음 같아선 날마다 서울의 속살을 찾아 헤매고 싶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꿈만 먹고 살 것같은 나 역시 생활인으로서 압박을 받으며 하루하루를 산다. 남들처럼 빡빡하지는 않지만 마감이란 것이 있고 사람으로 최소한의 도리를 아니할 수 없다. 결국 먹고사는 일로 모든 일은 귀결된다. 답사가 끝난뒤 점심은 혜화문 밖에 있는 청국장 집에서 했는데 박광규 선생이 나더러 한겨레에 있는 박흥용과 이미지가 비슷하다고 하셨다. '만화가 박흥용?' 박흥용 선생과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는 나는 물었다. "박.. 2023. 12. 20.
종묘 어제 종묘. 언제부터인가 문화재해설사와 동선을 함께하지 못하면 관람할 수 없게 되었다. 나무도 보고 풀도 보고 싶은데 해설사의 말만 들으라 한다. 해설사보다 훨씬 더 많이 알고 있는 사람도 해설사의 말을 일방적으로 듣고 있어야 한다. 자유 관람은 주말에만 한정된다나? 해설사에게 부탁해 동선에 포함돼 있지 않은 공민왕 신당을 찾았다. 고려의 마지막왕이라고도 할 수 있는 공민왕. 고려왕조를 조선왕조가 잇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참으로 옹색하다. 차라리 만들지를 말지. 고려왕들의 신위를 모신 종묘에 잠들지 못한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혼이 울고 있을 것 같다. 2015.11.28 2023. 12. 20.
창평여행 2 남극루 창평여행 2 남극루. 고재선 가옥을 중심으로 이어진 돌담길을 걷다 누각 하나를 발견하였다. 1830년 고씨들이 지은 누각인데 창평 문루의 목재를 가져다 쓴탓에 규모가 크다고 한다. 누각 이름은 남극루다. 남극성에서 그 이름을 따왔고 남극성은 노인성이라고도 부른단다. 사람의 수명을 관장하는 별로 별을 바라보고 있으면 오래 산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세상에 오래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사람들의 소망을 생각하며 누각을 돌았다. 2022.12.19 2023. 12. 20.
창평여행 1 고재선 가옥 창평 여행 1 고재선가옥 12월 14일 광주일고 강연 이튿날 예정에 없이 들린 담양군 창평면. 지금은 면소재지에 지나지 않지만 조선시대엔 여엿한 현이었다. 파평, 진위, 적성, 영평,양근,은진,여산, 만경, 금구, 고부, 옥구,임피, 용안, 옥과, 능주, 인동, 예안... 모두 1913년 일제의 행정구역 통폐합 이후 면으로 강등된 고을이다. 이들 고을에 가보면 어김없이 향교가 있다. 수령이 다스리던 고을이란 증거다. 시간이 없어 창평 향교에 가볼 생각은 못하고 지나는 길에 고택이 있어 들어가보았다. 돌담이 무척이나 아름다운 집이었다. 사랑채로 보이는 건물은 21세기 초 지었다는데 얼마나 복이 많길래 이런 집에 살았을까 싶었다. 옛날에 태어났으면 감히 쳐다보지도 못했을 지역 토호의 집! 별채에선 찻집을 겸.. 2023. 12. 20.
여주 청미천 어제는 여주여강 제 1 지류인 청미천에서 놀았다. 여울물 샛강 모래톱 갈대숲 살얼음 겨울철새... 4대강 공사로 큰강들이 처참히 유린된 가운데 지류인 청미천은 그나마 자연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비바람에 깍이고 부서진 바윗돌. 바윗돌 작은 알갱이들이 물살에 밀려와 섬이 되었으니 바로 모래톱이다. 철새들이 지친 날개를 접고 잠시 쉬어가는 곳. 모래톱에 가기 위해 신발을 벗고 바지를 걷었다. 차가운 물살이 발목을 적시고 굵은 모래알이 발바닥 살점을 뚫고 올라오는 듯 하다. 모래섬에 거의다 이르를 무렵 갑자기 몸이 허리 아래로 푹 꺼지고 말았다. 모래늪에 빠진 것이다. 허리 아래까지 차오르는 물... 순간 제 2 롯데월드가 생각났다. 모래강인 한강(신천강)을 매립한 뒤 올리는 초고층 빌딩... 잠실 일대에 싱크.. 2023. 12. 17.
용문 성당 지난 금요일 만화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마침 성당이 보여 들어가 봤다. 한국 카톨릭 수원 교구의 용문성당이다. 들어가는 입구에 성당 설립 100주년 상이 있는데 건물이 그리 오래돼 보이지 않았다. 80년대 흔하디 흔한 공법으로 지은 종교건축물이었다. 성당엔 아무도 없었다. 말 그대로 쥐죽은 듯 조용하다. 여기 저기 돌아보니 시설이 참 낡았다. 있던 신자도 달아날 판이다. 시설이 좋고 나쁘고와 믿음과는 상관관계가 없지만 외부인의 시선으로 볼 때는 그랬다. 성당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은 천주께 미사를 드리는 성전이다. 성전은 여느 성당과 마찬가지로 창마다 스테인글라스로 된 문양이 장식돼 있었고 중앙엔 고난 받고 있는 예수상이 세워져 있었다. 나는 성전을 가로질러 앞자리에 가 앉았다. 마침 탁자엔 성경과 .. 2023. 12. 11.
종묘 담장길 어제 오후 종로 3가 전철역에서 내렸다. 약속 시간보다 한시간 반이나 먼저 왔기에 약속 장소인 안국역을 향해 느긋하게 걸었다. 이 곳에 오면 늘 걷던 창덕궁 쪽 대신 종묘 담장길을 따라. 담장에 축성 또는 개축연도를 알게해주는 신해, 계사 같은 육십갑자의 각자들이 보였다. 일제 강점기 연호인 쇼와도 보였다. 안내판엔 아픈 역사지만 후세에 알릴 필요가 있어 남겨 둔다고 했다. 걷다보니 어느새 창덕궁과 종묘를 가르는 율곡터널까지 왔다. 일제가 가른 율곡로 대신 터널을 뚫어 창덕궁과 종묘를 잇는다고 했으나 내 눈엔 참으로 옹색해 보인다. 터널을 뚫는 꼼수 대신 다 덮어버렸음 어땠을까? 도로가 없어지면 없는대로 살아가지는게 세상 이치다. 터널을 지나 현대건설 사옥에 딸린 원서공원에 이르렀다. 나주학교 교장이신 .. 2023. 12. 8.
항마촉지인 降魔觸地印 만화수업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항마촉지인을 하고 있는 부처님을 뵈었다. 항마촉지인 뿐 아니라 전법륜인 등의 자세를 하고 있었는데 정확히는 모르겠다. 부처님은 탑의 하단부 네 면에 부조 새겨져있다. 화강암의 질감이 느껴진다. 설명문을 읽으니 탑양식으로 보아 고려초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한없이 부드러운 자태에 온화한 미소. 중생구제를 위해 법력을 펼치시는 부처님의 모습에서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내 마음을 비추는 잔잔한 물결이었다. 무수히 많은 돌가루를 맞으며 정을 두드리던 고려 석공의 마음은 어땠을까? 모르긴해도 부처님의 마음에 가장 가까이 다가갔을 것 같다. 어쩌면 부처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저토록 자애로운 부처의 모습을 조각해 낼 수 있단 말인.. 2023. 1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