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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44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 "열네살"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 "열네살"을 한 번 더 보았다. 역시 다니구치 지로다. 도박묵시록 카이지같은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하진 않지만 잔잔한 여운이 남아 좋은 만화가 바로 "열네살"이다. 나라면 어땠을까? 주인공 아버지처럼 어느 순간 사라지진 못해도 늘 탈출을 꿈꾸었을 것 같다. 때론 사랑하는 가족조차 자신을 옭아매는 짐으로 여겨질 때가 있다. 상황에 맞춰 결혼을 하고 직업 또한 상황에 맞춰 갖게 되었다면 삶이 더 공허하지 않을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위해 가족을 버린 아버지. 무책임하다해도 꿈까지 꿀 수없는 건 아니다. "열네살"은 프랑스 감독의 손에 의해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이웃나라인 한국에서도 스테디셀러다. 책 정보란을 보니 2014년 16쇄를 찍었다. 책을 보며 감탄하지않을 수 없는게 작가적 성실함.. 2023. 12. 19.
금강산선 이야기 김용길 지음 너무 재주가 없어 만화를 그만두었으면 하는 후배가 있었다. 직장생활도 했었다고 하니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면 삶이 편안해질 거라 생각했다. 재주가 많아도 버티기 힘든게 창작자의 길이다. 2007년 서울애니센터 창자지원사업에 "정가네소사"가 선정되었을 때 후배는 떨어졌었다. 다소 허탈한 모습으로 애니센터 계단에 앉아있던 후배의 모습이 생각났다. 알고보니 학교 6년 후배였다. 그럼에도 후배는 꿋꿋하게 작업을 이어나갔다. 나에게 자신의 작업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내 눈엔 많이 부족해보였다. 지금이라도 만화를 그만두었으면 싶었다. 하지만 후배는 포기하지 않았다. 강한 생활력으로 자기 작업이 잘 안될 때에는 남의 작업을 도와 돈을 벌었다. 학교에 만화 강사로 수업을 나가기도 하고 거리에 나가 캐리커처를 그리기도 하였.. 2023. 12. 19.
굴뚝으로 들어간 니콜라오 만화 그리는 동갑내기 친구가 새 책을 냈다. 인세 9%에 발행부수 1500. 4000부에 대한 선인세를 받았단다. 친구는 우울했다. 시장에서 아무 반응이 없다는 거다. 가장 큰 인터넷 서점인 예스 24에선 책이 거래되지도 않고 알라딘에선 열흘이 돼가도록 세일즈 포인트 10을 기록하고 있었다. 집계방식을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세일즈 포인트 10은 최소값이다. 단 한부도 팔리지 않았을 때의 숫자 말이다. 그제 알라딘에 들어가 친구 녀석의 책을 주문했더니 오늘 세일즈 포인트 110이 되었다. 적어도 알라딘에선 내가 첫 구매자인 것이다. 발행한지 오래된 책과 함께 주문한 탓인지 책은 20일 날에야 도착한단다. 책을 읽고 나면 동료로서 리뷰 하나 남겨야겠다. - 굴뚝으로 들어간 니콜라오 지은이 황중선 출판사 바.. 2023. 12. 17.
펜션 타나토스 타나토스Thanatos는 그리스어로 죽음을 의미한다. 펜션 타나토스로 모여드는 사람들... 과연 그들은 뜻을 이룰 수 있을까? '소풍'이란 작품으로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이지현 작가의 장편만화다. 보는 내내 내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했다. 그만큼 풀롯이 좋다. 더하여 인물 하나하나 개성이 살아있다. 세상과 이별을 고해야하는 저마다의 사연들 앞에서 가슴이 먹먹하다. 어떻게 이런 스토리를 써내는지 같은 만화인으로서 부러울 뿐이다. 좋은 작품은 세상이 알아본다. 작품이 일본으로 수출되었고 독일문화원 홈페이지에 독일어로 연재 중이라고 한다. 작가를 직접 뵙지는 못했지만 에너지가 대단한 거 같다. 절망의 끝에서도 웃음을 잃지않는 여유는 어디서 나오는지 지극히 평범한 나로선 짐작조차 할 수가 없다. 거기다 그 .. 2023. 12. 17.
선화봉사 고려도경과 송휘종 조길 단왕은 사람됨이 총명하고 생김이 뛰어난 것 외에 건달이나 한량들의 놀음과 풍류에도 밝았다. 거문고와 바둑, 그림 그 어느 것도 잘하지 못하는 게 없었으며 공차기, 피리불기, 노래, 춤 따위에도 능숙했다. 한마디로 모르는 것도 못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 것도 없는 호사가였다. 고려시대를 공부하다 송나라 사신 서긍이 쓴 "고려도경"을 읽게되고 고려에 사신을 파견하기로 결정한 송나라 황제 휘종에 생각이 미치고 그래서 치세기간 활약했던 도적들을 소재로 한 수호지가 또 생각나고... 그래서 마침내 송휘종이 황제가 되기 이전의 모습을 묘사한 부분이 떠올라 그대로 따라 적어 본다. 20대 중반 수호지를 읽다 저 구절을 만났을 때 손뼉을 쳤더란다. 내가 지극히 되고 싶어하던 모델이 이 소설 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 2023. 12. 10.
송휘종 조길 초상 송휘종 조길의 초상. 황제의 초상이라 하기엔 너무 소박하다. 용포도 안입고 앉아있는 의자도 단조롭기 그지없다. 제후국인 조선왕 이성계의 초상만 봐도 위엄이 쩌는데 이 초상은 신참관료 하나가 화원 앞에 옷매무새를 바로하며 그림이 완성되길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백성의 고단한 삶을 생각하사 검소함을 몸소 실천하심일까? 기록에 따르면 휘종의 호화로운 생활은 국가재정의 고갈을 불러올 정도였다는데... 휘종만이 아니다. 송황제의 초상은 한결같이 소박하기 그지없다. 사전정보 없이 그림을 본다면 초상의 주인공들이 하급관리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다. 어진을 보는 재미가 용포와 용상의 화려함인데 이 초상은 그 기준과는 동떨어져 있으니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정말 황제의 초상 맞는 거야? 2013.12.9 2023. 12. 10.
선화봉사 고려도경 1 송나라 사신 서긍이 쓴 "선화봉사 고려도경" 을 읽었다. 그닥 재밌게 읽히지는 않지만 고려인이 쓴 고려이야기가 전무한 상황에서 외국인이지만 당대 사람이 직접 쓴 책이기에 가치가 아주 크다. 만약 서긍이 직접 그린 도판까지 남아 있었더라면 책의 가치는 몇 배 더 상승했으리라. 900년 전 고려로 떠나는 시간여행! 그 여행을 가능케 했던 서긍이 고맙고 사신단 파견을 결정하고 보고서 형태의 책을 바치게끔 한 송나라 황제 휘종이 고맙다. 제국의 황제이면서 두루 통하지않는 게 없던 천재예술가 조길을 또 여기서 만나다니... 반가운 마음에 덥썩 손이라도 잡고 싶다. 조길은 '정강의 변'으로 금나라 포로가 되어 이역의 땅에서 눈이 먼채 죽어야했던 것을 빼놓고는 역사상 가장 부러운 삶을 살았던 사람이다. 권력, 부, .. 2023. 12. 10.
정생, 꿈밖은 위험해!! 소설을 잘 안읽는다. 활자로만 돼있어 눈이 피로하고 무엇보다 처음부터 계속 읽어내려가야 한다는 것이 부담이다. 여느 책들은 읽고 싶은 부분만 골라 읽을 수 있다. 중간 어디 쯤 읽다 앞으로 가 읽을 수도 있고 소설처럼 순차적으로 끝까지 읽어내려갈 수도 있다. 그래서 장편소설이란 타이틀이 붙으면 손댈 생각을 안한다. 예외적으로 일년에 한 두편씩 읽을 뿐이다. 그에 반해 단편소설집은 좀 낫다. 재밌을 것 같은 작품을 골라 읽으면 된다. 그런 면에서 이문영 작가님이 쓴 연작소설 "정생, 꿈밖은 위험해"는 별 부담이 없었다. 순서에 상관없이 끌리는 제목부터 읽어내려가면 되었다. "정생 꿈밖은 위험해"는 웹진 스토리테마파크 '담담'에 연재했던 단편을 책으로 묶어낸 것이다. 총 열세편이다 순조 연간 양주골에서 훈장.. 2023. 12. 8.
괴기 목욕탕 페친인 김경일 작가의 "괴기목욕탕." 공포영화를 절대 보지 않는 나로선 절대 손이 가질 않을 만화인데 어쩌다 보고말았다. "달콤한 제국 불편한 진실"의 작가라면 볼만할 것이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불편했다. 내게는 너무나 낯선 소재가 그렇고 웹툰을 종이지면에 옮겨왔을 때 생기는 비가독성 때문이었다. 페이지 안에 억지로 우겨넣다보니 강조되어야할 컷의 크기가 작아지기도 하고 작게 처리되어야 할 컷이 커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책장을 덮었을 때 작품이 주는 무게감에 가슴이 뻐근했다.. 특히 마지막 에피소드 헬가는 한국 만화의 빛나는 성취라 말해도 과장되지 않다. 주제의식도 주제의식이지만 이야기를 엮어가는 솜씨가 아주 뛰어나다. 작화에선 출중한 뎃생력에 힘입어 캐릭터들이 .. 2023. 1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