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49 선화봉사 고려도경과 송휘종 조길 단왕은 사람됨이 총명하고 생김이 뛰어난 것 외에 건달이나 한량들의 놀음과 풍류에도 밝았다. 거문고와 바둑, 그림 그 어느 것도 잘하지 못하는 게 없었으며 공차기, 피리불기, 노래, 춤 따위에도 능숙했다. 한마디로 모르는 것도 못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 것도 없는 호사가였다. 고려시대를 공부하다 송나라 사신 서긍이 쓴 "고려도경"을 읽게되고 고려에 사신을 파견하기로 결정한 송나라 황제 휘종에 생각이 미치고 그래서 치세기간 활약했던 도적들을 소재로 한 수호지가 또 생각나고... 그래서 마침내 송휘종이 황제가 되기 이전의 모습을 묘사한 부분이 떠올라 그대로 따라 적어 본다. 20대 중반 수호지를 읽다 저 구절을 만났을 때 손뼉을 쳤더란다. 내가 지극히 되고 싶어하던 모델이 이 소설 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 2023. 12. 10. 송휘종 조길 초상 송휘종 조길의 초상. 황제의 초상이라 하기엔 너무 소박하다. 용포도 안입고 앉아있는 의자도 단조롭기 그지없다. 제후국인 조선왕 이성계의 초상만 봐도 위엄이 쩌는데 이 초상은 신참관료 하나가 화원 앞에 옷매무새를 바로하며 그림이 완성되길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백성의 고단한 삶을 생각하사 검소함을 몸소 실천하심일까? 기록에 따르면 휘종의 호화로운 생활은 국가재정의 고갈을 불러올 정도였다는데... 휘종만이 아니다. 송황제의 초상은 한결같이 소박하기 그지없다. 사전정보 없이 그림을 본다면 초상의 주인공들이 하급관리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다. 어진을 보는 재미가 용포와 용상의 화려함인데 이 초상은 그 기준과는 동떨어져 있으니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정말 황제의 초상 맞는 거야? 2013.12.9 2023. 12. 10. 선화봉사 고려도경 1 송나라 사신 서긍이 쓴 "선화봉사 고려도경" 을 읽었다. 그닥 재밌게 읽히지는 않지만 고려인이 쓴 고려이야기가 전무한 상황에서 외국인이지만 당대 사람이 직접 쓴 책이기에 가치가 아주 크다. 만약 서긍이 직접 그린 도판까지 남아 있었더라면 책의 가치는 몇 배 더 상승했으리라. 900년 전 고려로 떠나는 시간여행! 그 여행을 가능케 했던 서긍이 고맙고 사신단 파견을 결정하고 보고서 형태의 책을 바치게끔 한 송나라 황제 휘종이 고맙다. 제국의 황제이면서 두루 통하지않는 게 없던 천재예술가 조길을 또 여기서 만나다니... 반가운 마음에 덥썩 손이라도 잡고 싶다. 조길은 '정강의 변'으로 금나라 포로가 되어 이역의 땅에서 눈이 먼채 죽어야했던 것을 빼놓고는 역사상 가장 부러운 삶을 살았던 사람이다. 권력, 부, .. 2023. 12. 10. 정생, 꿈밖은 위험해!! 소설을 잘 안읽는다. 활자로만 돼있어 눈이 피로하고 무엇보다 처음부터 계속 읽어내려가야 한다는 것이 부담이다. 여느 책들은 읽고 싶은 부분만 골라 읽을 수 있다. 중간 어디 쯤 읽다 앞으로 가 읽을 수도 있고 소설처럼 순차적으로 끝까지 읽어내려갈 수도 있다. 그래서 장편소설이란 타이틀이 붙으면 손댈 생각을 안한다. 예외적으로 일년에 한 두편씩 읽을 뿐이다. 그에 반해 단편소설집은 좀 낫다. 재밌을 것 같은 작품을 골라 읽으면 된다. 그런 면에서 이문영 작가님이 쓴 연작소설 "정생, 꿈밖은 위험해"는 별 부담이 없었다. 순서에 상관없이 끌리는 제목부터 읽어내려가면 되었다. "정생 꿈밖은 위험해"는 웹진 스토리테마파크 '담담'에 연재했던 단편을 책으로 묶어낸 것이다. 총 열세편이다 순조 연간 양주골에서 훈장.. 2023. 12. 8. 괴기 목욕탕 페친인 김경일 작가의 "괴기목욕탕." 공포영화를 절대 보지 않는 나로선 절대 손이 가질 않을 만화인데 어쩌다 보고말았다. "달콤한 제국 불편한 진실"의 작가라면 볼만할 것이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불편했다. 내게는 너무나 낯선 소재가 그렇고 웹툰을 종이지면에 옮겨왔을 때 생기는 비가독성 때문이었다. 페이지 안에 억지로 우겨넣다보니 강조되어야할 컷의 크기가 작아지기도 하고 작게 처리되어야 할 컷이 커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책장을 덮었을 때 작품이 주는 무게감에 가슴이 뻐근했다.. 특히 마지막 에피소드 헬가는 한국 만화의 빛나는 성취라 말해도 과장되지 않다. 주제의식도 주제의식이지만 이야기를 엮어가는 솜씨가 아주 뛰어나다. 작화에선 출중한 뎃생력에 힘입어 캐릭터들이 .. 2023. 12. 2. 신들의 봉우리 고양이 손을 빌려야할만큼 바쁘지만 오늘 하루는 쉬어가기로 했다. 빈둥거리며 만화책보기. 다니구치지로가 그린 신들의봉우리 2편을 보았다. 작화에 들인 공력만큼 재밌지는 않다. 무엇보다 왜 저리 산을 저리 올라야는지를 모르겠다. 산악인 아무개가 몇좌를 등정했다는 보도를 접할 때마다 참 부질없어보인다. 무슨의미가 있을까? 결국 쓰레기만 남기고 내려온다. 히말리야에 쌓인 쓰레기가 어마어마하단다. 나도 산을 좋아하지만 정복의 대상으로 삼고 오르지 않는다. 산은 경외의 대상. 산을 정복한다는 표현이 싫다. 대신 산에 든다고 말한다.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 사라진 현대. 히말리야만큼은 미답지로 남겨놓았으면 좋겠다. 댓글들 이희재 오래전에 등산가 허영호랑 얘기하다가 산을 정복한다라고 하니까. 산을 정복한다는 말을 쓰지 .. 2023. 11. 29. 무진기행 작업하기 싫어 소설 한편 봤다. 김승옥이 1964년 발표한 '무진기행'이다. 소설이 하도 유명해 무슨 대단한 스토리가 있을 줄 알았더니 아니었다. 삶의 전환점에 선 남자가 잠시 고향으로 내려갔다 우연히 만난 한 여자와 하룻밤 보낸단 이야기다. 여행을 아무리 다녀도 낯선 여자와 말한번 섞어보지 못한 나로선 부럽기 짝이없는 설정이다. 시대가 시대이니만치 현재로선 납득하기 힘든 대목들이 눈에 띈다. 여자를 목적달성을 위한 수단이나 도구로 그려놓은 것이 그렇다. 요새 이런 소설을 발표 했다간 성인지 감수성 부족으로 여성독자는 물론 남성독자들에게까지 질타를 받을테다. 내용은 다소 뻔한데 당대 사회상을 엿볼 수 있어 좋았다. 사라진지 오래인 사범대학 이야기도 나오고. 특히 안개에 대한 묘사가 인상깊다. 아래 베껴 .. 2023. 11. 20. 역사트레킹 서울학개론 "역사트레킹 서울학개론" 페친이신 곽작가님이 쓰신 책입니다. 사놓고 힌동안 책을 펼쳐보고 있지 않다가 이제야 책장을 넘겨보고 있습니다. 40년 넘게 서울과 인근도시에 살고 있는 저로선 서울은 늘 탐구 대상입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서울 곳곳을 가봤고 지금도 서울 곳곳을 가보려 합니다. 만화 역시 조선시대 한양을 무대로 그리고 있습니다. 솔직히 책장을 펼치기 전엔 안가본 곳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있더군요. 화랑대역과 효령대군 묘역이었습니다. 불암산은 예닐곱차례 올랐고 우면산도 올랐습니다만 이 곳은 가보지 못하였습니다. 조만간 시간을 내 가봐야겠단 생각이 듭니다. 물론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신티아고 순례길 역시 가보지 못하였습니다. 제주 올레를 비롯한 수많은 길들의 롤 모델. 그 길을 걸어봤던 곽작가님이 .. 2023. 11. 18.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 이 책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시대에는 우리 현대인들로서는 거의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악취가 도시를 짓누르고 있었다. 길에서는 똥내새가 뒷마당에서는 지린내가 계단에서는 나무 썩는 냄새와 쥐똥 냄새가 코를 찔렀다. 부엌에서는 상한 양배추와 양고기 냄새가 퍼져 나왔고 환기가 안된 거실에서는 곰팡내가 났다. 침실에서는 땀에 절은 시트와 눅눅해진 이불 냄새와 함께 요강에서 나는 코를 얼얼하게 할 정도의 오줌 냄새가 베어 있었다. 거리에는 굴뚝에서 퍼져나온 유황냄새와 무두질 작업장의 부식용 양잿물 냄새 그리고 도살장에서 흘러나온 피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사람들한테서는 땀냄새와 함께 빨지않은 옷에서 악취가 풍겨왔다. 게다가 충치로 인해 구취가 심했고 트림을 할때는 위에서 썩은 양파즙 냄새가 올라왔다. 어느정도 .. 2023. 11. 11. 이전 1 2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