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906

쓰레기 아이스크림을 먹고나니 쓰레기가 손에 들려 있었다. 포장지였다. 먹기 전엔 유용했는데 먹고난 뒤엔 아무 쓸모가 없었다.. 나는 고민했다. 길바닥에 버리자니 양심이 허용치 않았고 계속 들고 있자니 귀찮았다. 그때다. 마침 청소부 아저씨가 리어커를 끌고 내 앞으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나는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손을 들어 올렸다가 순간 멈칫했다. 아무리 청소부가 끄는 리어커라도 쓰레기를 함부로 버려선 안될 것 같았다. 아저씨께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쓰레기를 버려도 되냐며 양해를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붙임성이라곤 하나도 없는 나였다. 나는 그렇게 청소부 아저씨가 끄는 리어커를 보내버리고 말았다. 다행히 쓰레기통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2024. 1. 24.
여성의 골반 여성의 신체부위 중 여성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은 골반이지 싶다. 멀리서 사람이 다가오면 나는 골반을 보고 남자와 여자를 구분한다. 언젠가 가수 최OO씨가 화성 초등학교에서 공연을 한 적 있는데 멀리서 바라보는 나의 눈은 한 곳에 고정돼 있었다. 그녀의 골반이었다. 여성의 가슴과 목덜미 그리고 팔꿈치도 눈을 사로잡지만 골반에 미치진 못한다. 골반은 생명을 품는 곳. 아마도 유전자를 퍼트리고 싶은 나의 본능이 골반으로 눈길을 향하게 하는 것 같다. 어른들이 말하지 않던가! 자고로 여자는 엉덩이가 커야 애를 쑥쑥 잘 낳는다고. 사람을 쉽게 그려본 적이 한 번도 없는 나이지만 여자를 그리기는 더 어렵다. 특히 섹시한 여자는 더 그렇다. 어쩌다 맘먹고 섹시한 여자를 그렸다 싶으면 듣는 소리가 “어째 니 그림은.. 2024. 1. 24.
동물의 왕국 5 맛 사바나 초원의 최상위 포식자는 사자다. 하이에나가 있지만 일대 일로 붙으면 사자를 당할 수 없다. 동물의 왕국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자는 일생 몇 종류의 먹이를 사냥할까? 누우 임펠라 영양 얼룩말 멧돼지 악어... 헤아려보니 몇 안된다. 뿐만 아니라 동료들과의 먹이쟁탈로 충분히 맛을 음미할 수가 없다. 또 하이애나가 먹이를 가로채기 전에 최대한 빨리 먹어치워야 한다. 사바나 초원의 최상위 포식자인 사자의 운명이다. 초식동물들도 맛에 대한 경험치가 많지 않다. 일생동안 몇가지 종류의 풀과 나뭇잎을 먹을 뿐이다. 그리고 포식자들이 항상 자신을 노리고 있기에 맛을 충분히 음미하기 힘들다. 새들은 어떤가? 곤충은 또 어떤가? 그들 또한 일생 경험할 수 있는 맛은 몇 않된다. 어쩌면 일생 한가지 맛.. 2024. 1. 24.
영화 동주 재미없을 거 같아 외면했던 이준익 감독의 영화《동주》를 봤다. 아주 재밌지는 않지만 잔잔하게 마음을 파고들어 좋았다. 이십대 쓴 윤동주의 시는 지천명의 나이인 내가 봐도 정말 뛰어나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이라 해도 무방하다. 그에 반해 윤동주 친구 송몽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나역시 잘 몰랐다. 영화를 통해 알았을 뿐이다. 그나마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돼 그나마 마음의 위로가 된다. 제작비 6억원. 비쥬얼이 아쉽다. 하지만 117만명 이상의 관객이 들어 흥행에 성공했다. 투자대비 이 정도 수익을 올리는 일도 흔치 않을 것이다. 2024. 1. 18.
한신대학원 서울 수유리에 있는 한신대학원을 갔다. 오산으로 캠퍼스를 옮기기 전까지는 여기가 본교였다. 오산 캠퍼스 아랫동네에서 1년넘게 살아 오산 캠퍼스는 잘 알지만 이 곳은 처음이다. 차로 대학원 정문에 들어서는데 분위기가 휑하다. 겨울에다 방학이어서 그런지 사람이 없다. 옛건물을 모두 허물고 새 건물을 지어 더 그런 것 같다. 그런 가운데 문익환 목사 시비를 둘러보고 학교에 있는 작은 숲들을 돌아보았다. 기후 온난화 탓인지 대나무가 한계선을 넘어 잘 자라고 있었다. 몇그루 되지않는 소나무가 그나마 학교의 체면을 살려주는 듯 하다. 내 기준으로는 학교에 숲이 있어야 명문이다. 시원하게 펼쳐진 운동장과 함께. 다행히 오산 캠퍼스엔 운동장이 넓다. 산아래 있으니 숲도 깊고. 여기 서울 대학원 캠퍼스 가까이 화계사가 .. 2024. 1. 18.
지우개 당연히 갖추고 있어야 할 물건이 없어 당황할 때가 많다. 식칼없는 주방장을 상상할 수 있는가? 대패없는 대목장을 상상할 수 있는가? 마찬가지로 펜과 연필 잉크 만화용지를 가지고 있지 않는 만화가는 상상할 수 없다. 도구야말로 그 사람이 무슨 일을 하는지 말해주는 알파요 오메가인 것이다. 펜대 펜촉 연필 지우개 만화용지 잉크... 고백하자면 만화가로서 갖추어야 할 물건이 없을 때가 참 많다. 그만큼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만화를 완전 포기하지 않는 한 도구는 일단 충분히 갖추어 놓고 있어야 한다. 언제 어느 때 의뢰가 들어와 작업을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만화가는 의뢰가 들어오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자기 작업을 하고 있어야 한다.) 며칠 전부터 지우개가 하나밖.. 2024. 1. 17.
금강산선 이야기 후배인 김용길작가의 새 책을 주문해 읽었다. 금강산선이라니 처음듣는 이야기다. 제법 역사를 안다고 자부하던 나였는데 아니었다. 마치 뒷통수를 맞은 것 같다. 금강산선은 일제강점기 관광용으로 개발한 전철노선이다. 거리는 철원에서 금강산까지 116 키로이고 시속 30키로로 달려 4시간만에 금강산에 이른다고 한다. 작가는 아버님이 어릴때 금강산선을 타고 금강산에 갔다는 말씀을 듣고 호기심이 생겨 자료를 찾고 마침내 만화로 그리기 시작했단다. 정말 소재가 좋다. 그런데 읽어보니 재밌기도 하다. 솔직히 이렇게 짜임새있게 스토리를 쓰는 줄은 미처 몰랐다. 미안.. . 용길아... ㅋㅋ 그리고 정말 고마운 것은 작가의 말에 내가 쓰고 그린 정가네소사를 언급한 점이다. 내 만화가 누군가에게 자극이 됐다니 한편으론 놀랍.. 2024. 1. 17.
해괴한 논리 해괴한 논리.습관적으로 불법다운로드 영화를 보는 형이 있었다."헐리우드 영화는 그렇다치고 우리나라 영화는 돈내고 보시죠.만화나 영화나 불법다운로드로힘들어하는데...""아니야 난 파이를 키워주고 있는 거야.많이 유통될수록 파이가 커지고 그러면 결국 이익이 나거든.목호의난도 100만명이 스캔본으로 다운로드 해 봤다고치자.그럼 화제가 돼 종이책도 엄청 팔릴 걸."어이가 없었다.신종 카피래프트운동을 하자는 건가?그리고 불법으로 다운로드되는 모든 작품이 파이가 커져 수익을나게 하는것도 아닐테고."만드는 사람이 싫다고 하잖아요.형도 창작자인데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어요?"역정을 내며 말했지만 형의 논리는 그대로였다.워낙 없이 살다보니 불법으로 다운받아볼 수는 있을 것이다.그럼 최소한 미안한 마음이라도 가져야는.. 2024. 1. 17.
겨울 도봉산 설산이 나를 부른다. 1월 5일 도봉산 신선대(725m) 앞에서. 신선대 올라 바라본 풍경. 북한산이 구름에 가려 흐리다. 포대능선 뒤로 사패산이 아득하다. 2013.1.5 2024. 1.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