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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단상

만화 그릴 날이 많지 않다

by 만선생~ 2024. 10. 15.


방과후 수업을 하며 어렵게 단행본 작업을 끝낸 동갑내기 친구가 방과후 수업을 그만두겠다고 한다.
“야 지금까지 니 생계를 해결해 준 게 그 건데 왜 그만둬?”
"지쳤다. 10년간 수업을 했지만 남는 게 없어. 
우리가 살면 얼마나 더 살겠냐.
끽해야 이삼십년인데 작품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정말 얼마 안된다고.
그나마 남은 시간동안 책을 내지 않으면 인생 헛산 게 돼.
일단 단편만화를 만들어 공모전이나 한 번 내봐야겠다.“
언제나 우스개소리만 하던 친구가 그런 소리를 하니 놀랐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구나.
언제까지 건강이 따라줄 지도 알 수도 없는 거고.
친구의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됐다.
그리고 내 앞에 놓여있는 시간이 아주 소중하게 생각되었다.
솔직히 친구가 방과후 수업을 그만둘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만두지 않는다 쪽으로 손이 자꾸만 올라간다.
그만큼 창작만으로 생활을 꾸려가기가 힘들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내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무리 100세 시대라 해도 인간의 수명은 한정돼 있고 건강도 언제까지 뒷받침 될지 알 수가 없다.
10년 혹은 20년.
내게 주어진 시간이다.
그만큼 하루하루를 알차게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盛年不重來 성년부중래
一日難再晨 일일난재신
及時當勉勵 급시당면려
歲月不待人 세월부대인
성년은 거듭오지 않고
하루에 두 번 새벽이 오기 어려워라.
때를 당해 마땅히 힘을 쓸지니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도연명

2016년 10월 1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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