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아려보니 이 만화를 그린지도 벌써 20년이 다 되었다.
세월 정말 빠르다.
지금은 학번 얘길해도 전혀 불편하지 않은데 당시엔 좀 그랬다.
이야기에 끼어들 여지가 없어서다.
지금은 대학진학률이 80% 정도지만 내가 학교에 다닐 땐 30% 정도 됐던 것 같다.
특히 만화계에선 대학물 먹은 사람이 흔치 않았다.
소개팅 자리에서 대학을 나오지않아 무시당한 경험도 있고 반대로 대학을 나오지않은
것에 대한 자격지심을 토로하는 여자도 있었다.
대한민국은 학벌사회다.
대학을 나오고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한 사회적 대우가 다르다.
아니 엄청나다.
같은 4년제 대학이라도 서열화에 따른 계급이 존재한다.
나나없이 죽자살자 대학입시에 매달리는 이유다.
반대로 난 고등학교를 마치지 못했거나 중졸 혹은 중학교 중퇴인 사람들의 삶을 동경했다.
남달라 보였기 때문이다.
뭔가 스토리가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학창시절엔 늘 학교를 때려치우고자 했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이 삶에 도움이 하나도 되는 것 같지가 않았다.
무엇보다 공부를 지지리 못했다.
하지만 학교를 때려칠 용기는 없었다.
그렇게 고졸이 되었다.
나는 고졸이란 사실을 한번도 부끄러워 한 적이 없다.
애써 내세우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숨기지도 않는다.
다만 대학을 갔으면 더 많은 기회가 주어졌을 것이란 생각은 한다.
하다못해 소개팅을 했어도 몇번은 더 했을 것 같다.
고졸로서 한계를 인정하며 살아간다.
고졸이라 더 많은 것을 배우지 못했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경험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 것도 하지말고 손놓고 살자는 건 아니다.
자신의 한계를 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살면 된다.
아니 노력하지 않아도 좋다.
주어진 자리에서 남에게 폐 안끼치며 그럭저럭 살아가는 삶도 그리 나쁘지 않다.
이 세상을 혼탁하게 하는 이들 대부분은 학력사회의 가장 윗대가리에 있는 분들이다.
어쨌든 고졸로서 고졸로 살아가는 이들을 응원한다.
고졸 아니 중졸 아니 그 이하의 학력을 가진 이들도 어깨 움츠리지 말고 잘살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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