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요.
스승님 작품 가운데 가장 재밌는 작품은 한 소년잡지에 연재했던 <<***>>이었어.
임금의 명을 받은 한 무사가 전국을 떠돌며 열두띄를 가진 괴물을 무찌르는 이야기야.
지금은 변호사가 된 여덟살 아래 조카(사촌 누나 아들)도 이 작품이 재밌다며
열심히 보는 거야.
나중 세권짜리 단행본으로 묶여 나오기도 했지.
그런데 의아한 것은 선생님 프로필 어디에도 이 작품이 없어.
작품 목록에서 절대 빠져선 안될 것 같은데 말이지.
그리고 스승님께선 이 작품을 한 번도 입에 올리지 않으셨어.
왜 그럴까?
영화사에서도 군침을 삼키고 판권을 사갈만한 스토리인데...
나는 이 것이 항상 의문이었어.
그러다 이달 초 한 만화애호가와 선생님 댁을 방문했어.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한 영화사 직원이 찾아왔었다는 말씀을 하시는 거야.
<<***>> 판권을 사겠다며.
스승님은 영화사 직원 앞에서 이실직고를 하셨대.
그 작품 50%는 일본만화 스토리 베낀 거라며.
사실 난 진작 알고 있었어.
인터넷에 누군가 <<****>>이란 작품에 대해 썼더랬어.
데즈카 오사무가 그린 <<도로로>>의 스토리를 베낀 거라고.
몇십년 세월 아무 말씀 안하시다 우연잖은 기회에 고백 아닌 고백을 해버린 스승님.
덕분에 마음이 좀 편해지셨을까?
한국 만화계에 이런 사례는 또 있었어.
80년대 한 방송사에서 당대 최고 인기만화가인 ***선생님 작품 판권을 사기로 하고
계약을 맺었어.
당시만 해도 만화를 드라마나 영화로 만드는 일이 흔치 않은 일이라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만들어지면 만화계의 위상도 그만큼 올라갈테지.
하지만 계약은 곧 파기됐어.
선생님 작품이 외귝소설 스토리를 베꼈다는 게 밝혀진 거야.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
돌아보면 난 다른 스토리를 베낄 생각은 한번도 안해본 것 같아.
좋은 스토리를 보면 감상으로 그쳤지 내 걸로 만들 생각은 못했어.
내 스토리 능력이 아무리 부족해도 남의 스토리를 가져와 내 것인양 하고 싶지는 않아..
아무튼 그렇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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