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이 끝나고 뒷풀이를 가려는데 후배가 인사를 했다.
바쁜 일이 있어 먼저 가겠단다.
나는 굳이 붙잡지 않고 후배를 보내 주었다.
후배의 주머니는 비어 있을 게 뻔했고 나 역시 주머니가 비어 있었다.
더치페이로 뒷풀이 비용을 내고나면 한동안 아무데도 나가지 못할 처지였다.
얼마 전 모임이 있어 후배를 만났는데 2차로 간 술집에서 후배가 계산을 하는 것이었다.
캐리커처를 하면서 처지가 조금 나아진 듯 했다.
일반 직장인들의 수입에 비하면 형편 없지만 말이다.
후배는 서울 인근 도시에서 방 하나짜리 전세를 살고 있다.
또 다른 후배는 서울에서 살다가 경기도 안산으로 내려갔다.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내린 결정이었다.
만화를 그리는 한 편 대리 운전을 하며 생활비를 번다.
서울로 올라오는 것은 두어 달에 한 번.
만날 사람이 점 점 줄어든다고 한다.
서울에 있을 때는 가끔 이성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안산으로 내려가니 이성을 만날 기회조차 없다고 한탄을 했다.
나 역시 서울 생활을 하다 화성으로 내려갔던 적이 있어 후배의 처지를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나마 후배가 나보다 나은 건 일정한 수입이 있다는 것이었다.
후배는 운전을 정말 잘해서 베스트 드라이버란 별명을 가지고 있다.
얼마 전 대리 운전을 하는 동료가 주선을 해 소개팅을 하게 됐다는 말을 했는데 이후론 소식이 없다.
2017.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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