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의지할 곳이 필요했던 엄니께선 절에 다니기 시작하셨다.
부처님 전에 엎드려 마음에 끓어오르는 화를 다스렸다.
더불어 아픈 몸이 낫기를 빌었다.
자식들이 잘되길 비는 건 물어보나마나다.
하루는 비구니 스님께서 어머니께 반야심경을 건네주시었다.
그리고 불교의 정수가 담겨있는 말씀이라며 외우며 절을 하면 좋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어머니에게 반야심경은 너무 어려웠다.
뜻도 모르는 말을 아무 설명도 없이 다짜고짜 외우라니...
더구나 한자를 전혀 모르는 어머니였다.
색즉시공에서 색이 빛색인지를 모르니 외워질리가 없었다.
더구나 스님께선 절에 와도 별 반기는 기색이 없었다.
냉랭히 자기 할 일만 하시는 거다.
갈 때도 별 말이 없었다.
가까운 절도 아니고 아주 멀히 기차타고 아주 왔는데 따뜻한 말한마디 건네지 않는 스님.
서운해도 너무나 서운하다.
부처님 말씀이 귀에 들어올리 만무하다.
어머니는 더이상 절에 발걸음을 하지 않으셨다.
그뒤 어머니는 어찌어찌 남묘호렝게교를 믿었고 교회에 다니시기도 했다.
지금은 아무 것도 믿지 않으신다.
그리고 이따금 죽으면 다 끝이란 말씀을 하신다.
군복무 시절.
진중문고에 반야심경이 있어 경계근무를 나갈 때마다 반야심경을 품에 넣어가지고 갔다.
그리고 근무를 서는동안 그 걸 외웠다.
좀 하다보니 막힘없이 줄줄 외우게 되었다.
하지만 그 때 뿐 절에 다니지않으니 반야심경을 읊을 일이 없었다.
지금은 다 잊어먹고 부분만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