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고양이를 떠올리며
17년 전 영등포 신길동 옥탑방에서 세들어 살 때다.
하루 종일 혼자만 있는 것이 견딜 수 없어 고양이를 한 마리 사다 키웠다.
똥냄새가 견딜 수 없이 고약했지만 이내 적응되었다.
모래만 마련하면 알아서 일을 처리하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하루는 밖에 나가면서 달아나지 말라고 1.5m 정도 되는 끈으로 묶었다.
행동 반경 3m.
일시적으로 제한된 자유였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보니 끈에 목이 칭칭 감겨 옴짝달싹
못하는 것 아닌가!
한 방향으로만 계속 돌다 끈이 감기게 된 것이다.
바보같은 놈 반대방향으로 돌면 저절로 풀리는데 그걸 못하다니...
고양이의 낮은 지능을 비웃으며 그냥 풀어 주었다.
다행히도 녀석은 달아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녀석은 늘 나와 함께 있었다.
같은 공간에서 밥을 먹고 빗소리를 듣고 지나가는 차량의
경적 소리를 들었다.
작업을 하고 있으면 슬며시 무릎 위로 올라와 잠들었다.
그렇게 몇 개월의 시간이 흐른 뒤 나는 한동안 집을 비우게 되었다.
집을 떠나기 전 고양이가 드나들 수 있을 만큼 문을 열어두고
사료를 잔뜩 쌓아놓았다.
그리고 주인 영감에게 한동안 집을 비우니 고양이를 봐달라고
부탁했다.
예정과 달리 집을 비우는 시간이 길어졌다.
고양이가 신경 쓰이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그 것 때문에
일찍 집으로 돌아갈 순 없었다.
한달여 만에 집으로 돌아와보니 고양이가 없었다.
주인 영감에게 물어보니 죽었다고 했다.
왜 죽었는지 시체를 어떻게 처리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주인 영감과 싸우기 싫어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주인 영감을 탓하기보다 나의 무신경을 탓하는 게 옳았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고양이를 죽인 것은 나였으니 말이다.
그렇잖아도 사람의 온기가 없어 쓸쓸하던 옥탑방은 더 쓸쓸했다
항상 옆에 있던 녀석이 없으니 더 그랬다.
그릉그릉 하는 녀석의 숨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이후 고양이를 키우지 않았다.
후배가 고양이를 분양할 때 키우고 싶은 생각이 강렬했지만 참았다.
언제 어떻게 버릴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때와 같은 슬픈 이별을 경험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앞으로도 애완동물은 기르지 않을 생각이다.
얼마 전 후배와 통화를 했는데 13년 동안 키우던 고양이가 죽었다고 한다.
건강한 고양이가 아니었다.
주인한테 학대를 당해 자폐증에 걸린 고양이었다.
오줌을 가리지 못해 방안엔 지린내가 진동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배는 내칠 생각을 한 번도 안했다고 한다.
처음 주인에게 학대를 당했던 건 불행이지만 좋은 주인을 만나
평온한 삶을 살다 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