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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역사

즙포사신

by 만선생~ 2025. 4. 22.

 
 
 
 
 
 
즙포사신
 
중학교 1학년 무렵 만화방에서 김철호 선생이 그린 <즙포사신>이라는 만화를 봤다.
중국을 무대로 한 수사관 이야기였다.
어제 삼십여년만에 <수호지>를 읽다보니 즙포사신이 나온다.
하지만 아쉽게도 1권과 2권에 각기 한 두 문장 나오는 게 전부다.
수사관 이야기는 중국 송나라 때를 무대로 한 <판관
포청천>이 유명하다.
대만에서 만든 동명의 드라마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해
한국에서도 인기리에 방영되었다.
 
전근대 동아시아에선 사법부가 따로 존재하지 않았다.
관의 우두머리가 재판장 역할을 맡아 사건을 처리했다.
조선시대 역시 고을 원이 재판장 역할을 했다.
고을 원의 주요 업무가 송사에 대한 판결을 내리는 것이었다.
그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은 산송이었다.
산송이란 무덤을 두고 다투는 일이다.
소위 명당이라는 곳에 조상을 묻으면 후손이 발복한다는 믿음 때문에 남의 묘에 자기
부모를 묻는 일이 흔했다.
풍수지리에 대한 믿음은 이처럼 확고했다.
 
포청천은 송나라 수도인 개봉부의 수장인 유수였다.
말하자면 서울시장이 죄의 유무를 판단해 판결을 내린 것이다.
즙포사신은 어떤 존재일까?
궁금해 검색을 해보아도 나오지 않았다.
중학교 때 본 김철호 선생의 만화가 미스터 블루라는 플랫폼에 올라와 있을 뿐이었다.
회원 가입을 하고 맛보기로 40쪽 정도를 읽었는데
조선시대 포도대장에 해당한다는 것 외엔 다른 정보가 없었다.
송나라 때라고 하는데 만주족인 청나라 복식을 하고 있었다.
당시 유행하던 권법 영화의 영향이 느껴졌다.
 
지금봐도 필력이 참 좋다.
특히 여자를 섹시하게 잘 그리신다.
그나저나 김철호 선생은 즙포사신을 어떻게 알고 그리게 됐을까?
그렇다고 즙포사신에 대한 조사가 돼 있는 것도 아니었다.
즙포사신이 포도대장같은 수사관이란 것 정도만 알고 그리셨던 것 같다.
김철호 선생은 엄청난 일벌레로서 스토리를 모두 자기가 직접 썼다고 한다.
하루에 열권 분량을 썼다는 전설같은 이야기도 전해 내려온다.
 
 
2025.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