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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단상

양쪽 펼침면

by 만선생~ 2025. 4. 26.

출판만화의 꽃은 양쪽 펼침면이다.
두 페이지에 걸쳐 한 장면을 그리는데 이야기 전개상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을 때 사용한다.
작품의 무대가 되는 장소와 공간, 이를테면 자연, 도심,마을, 건물 등등을 작품
도입부에 양쪽 펼침면 그림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보기에도 시원할 뿐 아니라 작은 컷에 비해
다음 페이지에 대한 기대감도 높을 것이다.
독자는 은연 중 호흡이 긴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라 생각한다.
긴 이야기는 넓은 화면을 요구할 때가 많다.
대규모 이동이나 전투씬 등등이 그렇다.
액션을 강조하거나 감정을 극대화 할 때도 양쪽 펼침면은 효과적이다.
수학 공식처럼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이야기 만화엔 나름의 공식이 있다.
오밀밀한 컷이 이어지다가도 한 번쯤 넓은 화면으로
독자의 긴장을 풀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작가는 양쪽 펼침면을 통해 작은 컷으로는
풀 수 없었던 회화적 기량을 맘껏 뽐낼 수 있다.
스크롤로 내려 읽는 웹툰에선 시도할 수 없는 영역이다.
(대신 웹툰은 세로 연출이 자유롭다.
컷의 제약없이 시간과 공간을 무한대로 확장시킬 수 있다.)
세상 모든 것이 그렇듯 양쪽 펼침면도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자주 쓰면 되려 효과가 반감된다.
이야기의 긴장도가 떨어지고 지면 낭비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필요할 때 적절히 사용해야 빛이 난다.
그리고 밀도가 높지 않은 약화체 그림은 양쪽 펼칠면을
사용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일례로 이원복 선생이 그린 "먼나라 이웃나라"나
윤승운 선생이 그린 "맹꼴이 서당"같은 작품에선
양쪽 펼침면을 생각할 수가 없다.
그러니까 양쪽 펼침면은 그림밀도가 높은 극만화에 특화돼 있는 연출 장치다.
그림은 "진주성"의 한 장면.
 
2022.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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