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만화 단상

스승님을 찾아뵙다

by 만선생~ 2025. 4. 24.

어제 새로 나온 책을 드리러 스승님을 찾아뵈었다.
올해 나이 일흔 여섯.
방안에서 양반다리로 자세를 바로하며 내내 말씀을 이어가셨다.
그에 비해 나는 양반 다리가 힘들다.
몸이 뒤틀린다.
아마 살이 쪄서 더 그런 듯 하다.
입식 생활이 전부인 서양사람만큼은 아니어도 장시간 양반다리는 힘들다.
선생님은 또래 여느 작가들보다 건강하신듯 했다.
다행이었다.
선생님께선 이영도 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에 이어
"피를 마시는 새"에 삽화를 그리고 계셨다.
출판사(민음사)에서 대우를 괜찮게 해준다 말씀을 하신다.
내가 작업 중인 그림 중 하나를 특별히 더 마음에 
들어하자 주시겠다고 한다.
나중 출판사에 스캔을 마친 뒤 다시 가져오면 그 때 몇 장 주신다는 거다.
이런 영광이 있나 싶어 감격하였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그림을 받는 즉시 표구를 하여 거실에 걸 생각이다.
내 책을 넘겨보신 선생님께선 전쟁씬은 일반 원고에
비해 시간이 세 배는 더 걸린다며 고생이 많았단다.
그러면서 학교에서 단체로 주문을 많이 했으면
좋겠단 말씀을 하셨다.
이어 선생님이 젊은날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조 쿠버트 책을 나에게 주셨다.
조 쿠버트는 미국 DC 소속의 작가로 "서전트 록"
을 비롯해 수많은 히트 작을 그렸다.
더불어 '쿠버트 만화 학교'를 세워 후진을 양성했다.
마블에 스탠리가 있다면 DC엔 조 쿠버트가 있다.
책에는 쿠버트 학교 출신의 이경원 작가에게 주는 조 쿠버트 친필 사인이 있었다.
선생님께서 이경원 작가에게 쿠버트 사인이 들어간
책을 받으며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이 책을 내 제자에게 주겠다고.
그렇게 해서 책이 나에게로 온 것이다.
선생님 댁을 나서 회암사지가 있는 천보산 중턱까지 오른 뒤
집으로 돌아왔다.

'만화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양쪽 펼침면  (3) 2025.04.26
공모전  (3) 2025.04.26
장애인 웹툰 수업  (0) 2025.04.19
서운함  (2) 2025.04.16
만화가 최후의 보루  (4) 2025.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