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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티크

고비 1

by 만선생~ 2023. 10. 21.

 
 
고비 1
고비는 순 우리말로 편지를 꽂아두는 편지함을 일컫는다.
조선시대 선비의 방엔 고비가 있어 편지를 보관하였을 것이다.
골동품에 관심이 생긴 뒤로 황학동 골동품점을 돌며 고비에 눈독을 들여 왔다.
하지만 값이 너무나 비쌌다.
연대가 좀 있다 싶으면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내 주머니 사정으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장한평에 있는 장애인발달지원센터로 웹툰 수업을 나가며 자연스레
가까이 있는 답십리 고미술 상가를 돌게 되었다.
대덕당이란 골동품점에서 사방탁자를 산 것을 계기로 단골이 되었다.
9월 일본 경대를 사며 사장님께 만자가 새겨진 고비를 갖고 싶다고 하였다.
추석 전 날이었다.
사장님께서 문자로 사진을 하나 보내주셨다.
만자가 새겨진 고비였다.
바로 이거다 싶었다.
내가 원하는 디자인이었다.
사장님께서 말씀하시길 연대는 없다며 40년 쯤 되었다고 한다.
오동나무로 만들어 가볍다고 하셨다.
생각하니 박물관을 차릴게 아니라면 연대란 게 큰 의미가 없을 듯 하였다.
무엇보다 연대있는 것은 값을 당해낼 수가 없다.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전통 방식으로 만든 물건이면 되었다.
고미술 시장에서 정해진 값은 없다.
아무리 좋은 물건도 가치를 두지 않으면 비쌀 뿐이다.
사장님께서 부르는 값에서 3만원을 깎았다.
대신 그 값에 해당하는 조선시대 나무 술잔과 왜사기를 샀다.
집으로 가져온 고비를 동백기름으로 정성스레 닦았다.
의자에 올라 거실 뱍에 고비를 걸었다.
고이노보리와 기모노 오비가 걸려 왜색이 짙었는데 고비를 걸으니
왜색이 완화돼 좋았다.
한국 사람이라 그런지 몰라도 조선 시대 목가구가 좋다.
이유는 맘껏 뽐내지 않아서다.
절제돼 있다.
그러면서도 아름다움을 잃지않으니 딱 내 취향이랄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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