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페친이신 정*오선생과 북한산 비봉능선을 오르다.
비봉능선은 2014년 4월 올랐으니 3년 반 만에 다시 오른 셈.
출발은 독바위역이었다.
근처 ××동에 사는 방*조 작가를 만나 북한산 초입까지 같이 오른 뒤 이후 정*오 선생과
산행을 같이했다.
산을 오르며 나는 한 순간도 첩첩이 이어진 산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어쩌면 산이 이토록 아름답게 빚어졌는지 생각할수록 신기할 뿐이었다.
거기다 머나먼 지방에 있는 것이 아니라 두 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서울 하늘 아래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특히 비봉능선은 의상봉능선과 함께 북한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능선으로 꼽힌다.
진흥왕 순수비가 있는 비봉정상에서 바라본 풍경은 인간계가 아닌 선계에 와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흐린 날씨에 몸을 날려버릴 듯한 엄청난 바람으로 인해 산행이 더욱 드라마틱하게 느껴졌다.
정*오 선생의 살아온 이야기 또한 드라마였다.
아버지 어머니 삼촌의 삶은 한국 현대사의 모순과 비극을 파노라마 필름처럼 보여주었고 정*오
선생이 살아온 세월은 지난했던 민주화과정과 궤를 같이 했다.
족두리봉 향로봉 비봉 사모바위 승가봉 대남문을 거쳐 내려온 곳은 금위영 유영지였다.
유영지 뿐 아니라 산성의 주요시설이 곳곳에 무너진 채 남아 있었다.
조선시대 산성에 주둔했던 병사들이 걸었던 길을 걸으면서 생각했다.
이 무수한 시설을 만드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노역에 동원된 백성들에겐 급료가 주어지지 않았다.
입고 먹는 것까지 스스로 책임져야했다.
백성들은 도망을 간다.
궁여지책으로 내 놓은 것이 절을 허가해 승려들로 하여금 노역에 종사하게 하는 것이다.
북한산에 절터가 많이 남아 있는 까닭이다.
뒷풀이는 연신내 연서시장에 있는 한 음식점에서 했는데 마치 일본 만화 심야식당과 같은 분위기였다.
50대로 보이는 주인 아주머니는 성격이 참 살갑다.
뜨네기 손님인 우리와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세 병 마실 술을 네병 다섯 병 마시게 한다.
손님들도 모두 단골이어서 살아가는 모습을 속속들이 다 알고 있다.
떠돌이 장사꾼이 들어와 손님들을 상대로 물건을 팔기도 하고 외상을 주기도 한다.
고급식당에선 볼 없는 풍경이다.
음식도 맛있고 술도 맛있고.
다음에 또 오리라 하고 식당문을 나섰다.
정*오 선생과는 다음 산행을 약속했는데 대남문에서 산성주능선을 타고 백운대 정상을 오른 뒤
숨은벽으로 내려오는 코스다.
다음 산행이 기대된다.
2017.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