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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by 만선생~ 2023. 12. 19.

 

어릴 때 어머니가 어쩌다 소고기국을 끓이면 냄새가
역해서 다가갈 수 없었다.
최소 1m는 떨어져 앉아 있어야 했다.
식구들이 밥을 다 먹은 뒤에야 비로소 밥상에 다가가 밥을 먹을 수 있었다.
한 번만 그런게 아니라 매번 그랬다.
그렇다고 육식 자체를 거부하는 건 아니었다.
돼지 고기는 잘 먹었다.
생선은 말할 것도 없다.
지금도 어머니가 끓여주던 명태국과 고등어찌개
갈치 조림은 생애 최고의 맛으로 기억된다.
유독 개고기와 더불어 소고기만 먹지 못했다.
소고기라고 다 못먹는 건 또 아니었다.
소고기 장조림과 선지해장국은 먹었다.
하지만 먹는게 유쾌하지는 않았다.
이런 나를 두고 사람들은 전생이 소라고 했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윤회를 믿지 않지만 소를 보면 늘 슬프다.
좁은 우리 안에 갖혀사는 것도 슬프고 코뚜레에 멍에를 걸머진 것도 슬프다.
죽어 살이 발기발기 잘려나간 뒤 사람들 음식상에 오르는 것도 슬프다.
사람들은 소고기를 참으로 좋아한다.
돼지고기는 냄새가 싫어 안먹는단 사람은 봤어도 소고기를 안먹는 사람은 못봤다.
있긴 하다.
채식주의자.
하지만 소고기를 선택적으로 안먹는 사람은 못봤다.
소고기를 안먹으면 사회생활이 불편하다.
남들 다 소고기집에 가는데 나만 안갈 수 없어 따라간다.
남들처럼 나도 소고기를 한 점 입에 넣어 본다.
맛이 하나도 없다.
그리고 기분이 나쁘다.
마치 동족을 먹는듯한 기분이 든다.
지구상 어떤 종족도 아주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동족을 먹진 않는다.
무리 중 하나가 죽으면 먹지않고 내버려 둔다.
시체는 다른 동물에 먹히거나 썩어 흙이 된다.
이 것이 자연의 순리다.
스토리 작가분과 함께 출판사에 갔을 때다.
출판사에서 작가를 대접한다며 비싼 걸 먹으러 가자고 한다.
소고기를 먹으러 가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소고기를 못먹는다고 하자 발길을 돌려야 했다.
돼지갈비 집으로 말이다.
스토리 작가분은 모처럼 소고기를 먹는가 싶어 좋아했다가 나로 인해
돼지고기에 만족해야 했다.
덕분에 출판사는 본의 아니게 대외 경비를 아낄 수 있었다.
소고기는 왜 그리 맛있는 걸까?
만약 노린내가 진동한다면 그래서 온갖양념을 다 뿌려도 냄새가 지워지지
않는다면 사람들이 그리 좋아하지 않을텐데.
소를 방목하기 위해 숲을 불태워 없애거나 나무를 베어내는 일도 없을텐데...
그럼 지구환경도 지금처럼 극도로 나빠지지 않았을텐데...
순하디 순한 소의 눈망울.
나는 그 눈망울을 볼 때마다 슬프다.
인간이 농사를 짓기 시작한 이래 인간에게 노동력을
제공해왔고 죽어선 살과 뼈를 제공했던 소.
후생이 있다면 나처럼 소를 먹지 않는 인간으로 태어나길 바란다.
나같은 하나 둘 늘어나면 지구의 탄소 배출량도 그만큼 줄어들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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