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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나는 소시오패스일까?

by 만선생~ 2023. 12. 19.
나는 소시오패스일까?
칠판년전 양평으로 MT를 간 적있다.
청량리에서 기차를 타고 양평에서 내려 버스를 탔다.
버스는 목적지를 향해 산길을 구비구비 돌았다.
때였다.
산에서 자욱하게 피어 오른 건.
나는 나도 모르게 한마디를 내밷었다.
"장관이다~"
순간 적절하지 못한 단어를 사용했다는 걸 깨달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뒤에 있던 후배가 내게 한마디 했다.
"이게 어찌 장관이요?"
나는 머쓱하게 웃으며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산을 바라보았다.
멀리 헬기가 날아들고 있었다.
다행이네. 빨리 진화되어야 할텐데...
하지만 나는 좀처럼 구경거리 아닌 구경거리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사실 여부를 가릴 순 없지만 로마 황제 네로는 로마가 불타는 
모습을 보며 희열에 불탔다고 한다.
자국의 백성들이 화염에 불타 죽어가는데 웃고 있다.
이건 인간이 아니다.
감정을 담당하는 회로 하나가 절단된 사이코인 것이다.
흔히들 가장 재밌는 구경은 싸움구경과 불구경이라 한다.
인간은 타인의 불행에 동정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타인의
불행에 방관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삶의 터전이 화마에 휩싸여 사라져가건만 시각적 쾌감에 젖어
쉬 눈을 떼지 못한다.
물론 극소수의 사람을 제외하곤 모두들 어서 화재가 진압되길
바라지만 그렇다고 구경거리에 대한 본능마저 잠재울 수는 없다.
왜냐면 자신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할수만 있다면 내가 내뱉었던 말들을 주워담고 싶다.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이라면 더더욱.
나는 남은 인생을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로 살아가고 싶진 않다.
그래서 말인데 그 때 나는 "장관이다~"하는 말대신 "저걸 어째~"라고 해야 했다.
정말 그래야했다.

2013.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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