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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티크

동고리

by 만선생~ 2023. 12. 21.

김제 원평 집강소 최고원 선생님께서 주신 동고리.
모재비라고도 한다.
도시락으로도 쓰고 이바지 음식을 담는 등 여러가지
용도로 사용한단다.
보이는 것처럼 낡을대로 낡아서 구멍이 숭숭나있다.
때도 많이 타 시커멓었는데 천으로 닦아내니 색이 조금 살아났다.
나는 의심하지 않았다.
이 동고리가 왕골로 만들어졌다는 걸.
하지만 불현듯 의심이 들었다.
혹 아닐 수도...
인터넷 검색을 해본다.
역시나 아니었다.
고리버들로 만든단다.
만져보니 단단한게 풀이 아닌 나무같다.
풀과 나무를 구별하는 제 1요소가 리그닌이다.
나무는 단단한 성질을 지닌 리그닌이 분비돼 키를 키울 수 있지만 풀은
리그닌이 분비되지 않아 키를 키우지 못한다.
버드나무는 버드나문데 고리버들이라?
고리버들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인물이 임꺽정이다.
조선 중기 명종 때 팔도를 소란스럽게 했던 대도적.
꺽정이네는 백정이다.
조선시대 가장 천한신분으로 상투조차 틀어선 안되었다.
패랭이를 쓰고 있다가도 신분이 조금 높은 사람들 앞에선 패랭이를 벗어야 했단다.
백정은 소를 잡아 생활하기도 했지만 그보다 먼저 고리버들로 만든
광주리를 팔아 생활했다.
의정부에 살고있는 나는 이따금 바람을 쇠러 임꺽정 생가터를 간다.
생가터는 양주 불곡산 아래 있는데 동네 이름이 버들유 볕양자를 써 유양리다.
고리버들이 그만큼 많이 자라고 있었다는 증거다.
지금은 버드나무는 보이지 않고 영세한 공장들이 들어서 있다.
글을 쓰다 다시 동고리를 만진다.
보면 볼수록 정성이 느껴진다.
한 땀 한 땀 엮고 또 엮어 완성시킨 제품 앞에서 숙연한 마음이 든다.
플라스틱 바구니와는 절대 비교할 수 없는 가치가 이 낡은 동고리에 있다.
그나저나 고민이다.
여기에 뭘 넣는다지?
 
2021.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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