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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국내

익산 나바위 성지

by 만선생~ 2024. 1. 12.

 

 

 

 
 
 
김제 원평에서 김재호 민족문제연구소 전북 지부장님을 처음으로 뵈었는데 말씀 도중
익산 나바위 성지를 이야기 하셨다.
내가 당연히 알고 있을 거란 전제 하에 하신 말씀이었다.
하지만 처음듣는 이름이었다.
지부장님이 말씀하기를 마애불이 새겨진 터에 성당을 세워 불교와 카톨릭이 혼재되어
있는 장소라 했다.
이튿날 전주에서 동료작가인 황경택과 만나 김제 금산면에 있는 수류성당을 돌아본뒤
익산 나바위 성지에 닿았다.
평야지대에 나즈막히 솟은 작은 산.
김대건 신부가 중국 상해에서 사제서품을 받고 처음 발디딘 곳이라 한다.
지금과 같은 성당건물이 지어진 것은 1906년이다.
서양의 고딕양식과 한옥 그리고 중국양식이 섞여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내부는 큰 기둥이 가운데를 가르고 있다.
남녀유별한 사회라 앉는 자리를 달리했다고 한다.
본관 옆에는 마찬가지 양식의 사제관이 있고 지금은 역사관으로 쓰이고 있다.
성당을 둘러본 뒤 뒤편으로 나있는 계단길을 따라 오른다.
50미터쯤 오르자 너른바위 위로 우리식과 서양식이 뒤섞인 정자가 있다.
독일인 신부가 1910년 세웠다는 망금정이다.
금강을 바라보고 있어 붙인 이름일테다.
나는 마애삼존불이 궁금했다.
며칠 전 서산 마애삼존불에서 받았던 감동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아 더 그랬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망금정에 이를 때까지 마애 삼존불에 대한 안내표지판은 보이지 않았다.
같은 문화재인데 자기 종교가 아니라고 서자 취급을 하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구석진 곳에 안내표지판이 보였다.
마애삼존불은 망금정 바로 아래 바위에 새겨져 있었다.
안내문을 읽어보니 조선시대엔 강물이 여기 나바위 바로 아래 흘렀다 한다.
수많은 배들이 사람과 물산을 싣고 오갔을 것이다.
마애불이 새겨진 것도 배들의 안전을 기원하기 위해서다.
간척사업은 지형을 바꾼다.
이 곳도 마찬가지.
간척으로 논들이 생겨나면서 강은 멀어지고 말았다.
이제 더이상 누구도 마애불에 안녕을 기원하지 않는다.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곤 누구도 찾을 것 같지 않다.
대신 이 곳을 상징하는 것은 성당이다.
김대건 신부를 비롯 11명의 신부와 신자가 탄 배가 정확히 어느자리에
도착했는지는 알 수없다.
하지만 상징만은 남아 지금과 같은 형태로 남아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습관처럼 대동여지도를 찾아 보았다.
지금은 익산이지만 지도 제작 당시엔 여산현 관할로 강경과 가깝다.
나바위는 한자로 '나암'이다.
가까이 증산포란 곳이 있고 10리 너머 강경엔 미라교가 있다.
미라교는 강경일대의 랜드마크였던 미내다리다.
지금은 물길이 흐르지않는 외진곳에 남아있는데 그 모습이 참 옹색하다.
마치 퇴락해가고 있는 고향마을을 보는 것 같다.

2022.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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