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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동물의 왕국 4

by 만선생~ 2024. 1. 14.
 
사바나 초원의 최상위 포식자는 사자다.
하이에나가 있지만 일대 일로 붙으면 사자를 당할 수 없다.
동물의 왕국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자는 일생 몇 종류의 먹이를 사냥할까?
 
누우 임펠라 영양 얼룩말 멧돼지 악어...
 
헤아려보니 몇 안된다.
뿐만 아니라 동료들과의 먹이쟁탈로 충분히 맛을 음미할 수가 없다.
또 하이애나가 먹이를 가로채기 전에 최대한 빨리 먹어치워야 한다.
사바나 초원의 최상위 포식자인 사자의 운명이다.
초식동물들도 맛에 대한 경험치가 많지 않다.
일생동안 몇가지 종류의 풀과 나뭇잎을 먹을 뿐이다.
그리고 포식자들이 항상 자신을 노리고 있기에 맛을 충분히 음미하기 힘들다.
 
새들은 어떤가?
곤충은 또 어떤가?
그들 또한 일생 경험할 수 있는 맛은 몇 않된다.
어쩌면 일생 한가지 맛만 알다 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에 비해 먹이사슬의 최고 정점에 서있는 인간은 어떤가?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다른 동물로부터 목숨을 잃을 염려가 없다.
인간은 안전한 상태에서 충분히 맛을 음미하며 생명유지에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한다.
또한 저장기술의 발달로 먹고싶은 음식을 언제든 꺼내 먹을 수 있다.
특히 불의 사용은 미각에 대한 경험치를 몇배 혹은 몇십배 끌어 올렸다.
수렵과 목축 그리고 경작을 통해 얻은 먹이를 불에 굽는 순간 맛은 변화한다.
먹이는 훨씬 더 부드러워져 소화를 돕고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식욕을 돋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물을 용기에 채운뒤 먹이를 넣고 끓이면 굽는 것과 전혀 다른 성질의 맛을 낸다.
마찬가지로 먹이를 지지거나 그을리거나 발효를 시키면 화학적인 변화를 일으켜
또다른 맛을 낸다.
한가지 것으로 이처럼 다양한 맛을 낼 수 있지만 인간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두가지 세가지 네가지 것을 섞어 색다른 맛을 낸다.
인간은 온갖 것을 먹는다.
초본식물 목본식물 초식동물 육식동물 곤충 균 육지에서 나는 것과 바다에서 나는 것
심지어 광물까지도 먹어 치운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경험할 수 있는 맛의 종류는 실로 어마어마 하다.
그럼에도 인간은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맛을 끊임없이 찾는다.
같은 종류의 맛이라 해도 더 좋은 맛을 찾아 여기저기를 헤맨다.
더 좋은 물건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과 마찬가지로 혀끝에 와닿는 미각을 향한
욕망도 끝이 없는 것이다.
수많은 요리책을 비롯 맛을 소재로 한 만화, 드라마,
영화등등의 문화 콘텐츠는 이같은 욕망을 반영한다.
 
맛집을 찾아 여기저기 헤매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혀 끝에 와닿는 즐거움을 위해서라면 아무리 먼길도 달려간다.
그리고 세상을 그맛을 맛본사람과 그맛을 맛보지 못한 사람으로 나눈다.
그들은 자신이 혀끝으로 경험한 세계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 동정과 연민을 보낸다.
세상은 그들을 일컬어 미식가, 혹은 식도락가라
부르는데 소득이 높아지면서 그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바벨탑은 끝닿을데 없는 욕망의 상징!
맛을 탐하는 것 또한 바벨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적은 가짓수의 작은 양의 음식!
그 것으로 만족할 수 없을까?
특히 육류에 대한 인간의 식습관은 지구환경을 더욱 황폐화 시키고 있다.
지금도 아마존에서는 목초지 마련을 위해 수도없이 많은 나무를 쓰러뜨리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식도락가 특히 육식을 과도하게 탐하는 이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먹이사슬의 최고 정점에 올라 뭍생명을 내려보고 있는 당신.
지구를 위해 맛에 대한 경험치를 더이상 늘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동물의 왕국은 언제봐도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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