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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만화

도련님의 시대

by 만선생~ 2024. 2. 6.

도련님의 시대
세키가와 나쓰오가 쓰고 다니구치 지로가 그린 "도련님의 시대" 3권은
이시카와 다쿠보쿠에 대한 이야기다.
이시가와 다쿠보쿠가 누군가?
나도 만화를 보기 전까진 몰랐다.
우리가 김소월과 윤동주를 사랑하듯 다쿠보쿠는 일본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이라 한다.
만화는 지로 특유의 필치로 아주 꼼꼼하게 그리고 있다.
한 컷 한 컷 쉽게 넘길 수가 없다.
만화를 보는 내내 아쉬움이 드는 건 판형의 작음이다.
판형을 좀 더 크게 해 축소비율이 적었으면 보기가 훨씬 좋겠단 생각을 한다.
밀도가 적은 원고는 축소를 많이해 짜임새있게 하고 밀도가 높은 원고는
축소를 적게해 답답한 느낌을 주지 않아야 하는데 다니구치 지로의
원고는 후자다.
바라건대 다니구치 지로의 책은 잡지 판형으로 냈으면 좋겠다.
메이지 시대를 살다간 다쿠보쿠는 2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짧은 삶을 사는 동안 소설도 쓰고 자유시도 쓰고 우리의 시조라
말할 수 있는 단가도 썼다.
만화를 보는 동안 나는 그의 삶에 공감을 많이 했다.
충동에 약하고 낭비벽이 심하다.
생활이 전혀 계획적이지 않다.
다쿠보쿠만큼은 아니지만 나 역시 충동에 약하다.
계획같은 걸 세울 줄 모른다.
그런 점에서 닮았다.
1910년 일본 제국주의는 조선을 삼켰다.
대다수 일본인들은 마치 제 세상이 된양 기뻐 날 뛰었다.
그날 다쿠보쿠는 공책에 이런 시를 쓴다.
地圖の上 朝鮮國に墨々と墨をぬりつつ
秋風をきく
지도 위에 한국에다 시꺼멓게 먹칠을 하면서
가을바람을 듣는다.
"도련님의 시대" 5권 106쪽에 나오는 장면이다.
다쿠보쿠는 마음 속으로 제국주의를 반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에겐 생소한 일본 메이지 시대 문인들.
그들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는 우리로선 "도련님의 시대"가 좀 어렵다.
술술 읽히지가 않는다.
그런데 다쿠보쿠 이야기를 다룬 4권은 공감을 많이하며 읽었다.
아마도 지금의 나의 처지가 그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일테다.
동변상련의 감정이다.
끝으로 제목에 대해 한마디.
소유격 조사라고 하나?
~의 란 표현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일본어에선 자연스럽지만 우리말에선 부자연스럽다.
"도련님의 시대"보다 "도련님 시대"가 편하고 좋다.
문장도 그렇다.
~의만 덜어내도 훨씬 날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