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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후기

철낭자

by 만선생~ 2024. 7. 10.

 
 
태어나 처음으로 본 영화는 “철랑자”였다.
몇 살 때인지 기억이 없는데 제목만큼은 또렷하다.
어둑한 저녁 식구들과 함께 면소재지인 평고로 갔다.
아마도 용지국민학교 운동장이 아니었나 싶다.
천으로 된 하얀 스크린 위로 흑백 영상이 펼쳐졌는데 배우들이 주변 사람들과 달리 머리에 상투를 틀고
있어 낯설었다.
다른 기억은 없다.
영화 내용은 물론 누구 손을 잡고 갔는지도 기억이 안난다.
다만 몇조각의 영상만 흐릿하게 남아있을 뿐이다.
네이버 검색창에 검색어로 철낭자를 치니 1971년 작품으로 한국과 홍콩 합작영화라고 한다.
흥행도 꽤 됐었나보다.
무엇이든 첫 경험은 강렬하기 마련인데 첫 영화는 무색무취다.
무엇인가를 느끼기에는 너무 어렸었나보다.
그 뒤 극장에서 처음 영화를 본 건 1980년 로져무어 주연의 문레이커 007이었다.
우리와 함께 세들어 사는 건넌방 아줌마가 외출할 일이 있어서인지 자기
애와 함께 시대극장에서 007 영화를 보라며 돈을 주었다.
시대극장은 집창촌인 청량리 588 입구에 있었는데 영화가 끝나자마자 조용히 집으로 돌아왔다.
사실 그 때는 588이 있었는지도 몰랐다.
시대극장은 언제인지 모르지만 문을 닫은 지 오래이고 청량리 588은 작년 쯤 완전히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021년 7월 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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