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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역사

일제강점기 우편엽서 2

by 만선생~ 2024. 7. 11.
 
오전에 썼던 글을 이어 씀

 

소화 17년 .
그러니까 일제강점기인 1942년 9월 8일 경남 의령군 대의면 천곡리에 사는
오산재홍吳山載洪이란 이가 경남 의령군 화정면 상정리에 사는 남상립이란
이에게 엽서를 보낸다.
둘다 창씨개명을 한 조선인으로 보이는데 오산재홍은 남상립이란 이에게 선생이란
호칭과 함께 존칭인 樣사마를 붙이고 있다.
우리식으로 따지면 정용연 선생님 귀하 쯤 될 거 같다.
아마도 이름 뒤에 붙는 付부자는 보낸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方방은 받는다는 뜻이고.
엽서의 문장은 우리 글이 아닌 일본어다.
한자를 자유자재로 쓰는 것으로 봐 쓴 이도 받는 이도 교육을 많이 받은 듯 하다.
내용은 모르겠다.
일본말을 모르는데다 일본식한자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대충 유추해보면 책읽기 좋은 가을날 풀벌레소리 들리고 어쩌고 저쩌고
몸건강히 잘있냐?
이런 글로 특별한 내용없이 안부를 묻고 있다.
흥미를 끄는 대목은 엽서를 보내는 곳이 같은 의령군이라는 거다.
그 것도 이웃해 있는 면소재지다.
거리가 얼마나 될까 카카오 지도로 검색해 보니 19.5km다.
자동차로 26분 버스로는 1시간 20분 자전거로는 1시간 30분이다.
걸어서는 5시간이 걸린다.
요즘 감각으론 엽서를 보낸다는 것 자체가 우습다..
바로 전화를 하거나 문자 혹은 카톡을 날리면 되기 때문이다.
차가 있으면 30분이면 만날 수 있다.
생각해보니 남상립이란 이는 일본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산재홍이 남상입에게 특별히 잘보여야하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그도 그럴 것이 남상립은 면소재지에 살고
있어 우체국이 가깝고 오산재홍은 면소재지에서 한 참 떨어져있다.
우체국 거리에서 권력관계를 추측하는 건 무리일까?
색안경을 끼지않고 본다면 정말 존경하는 마음으로 엽서를 보냈을 수도 있다.
베고니아 화분이 놓인 우체국 계단~
어딘가에 엽서를 쓰던 그녀의 고운 손~~
조용필이 부른 서울 서울 서울의 노래가사처럼 엽서는 참 낭만적이다.
여행지에서 사랑하는 연인에게 엽서를 쓰거나 또는 여행지에서 보내온 연인의
엽서를 받는다면 얼마나 가슴이 설렐까?
얼굴도 예쁘고 공부도 잘해 인기가 많았던 초등학교
동창생 아버지는 한전 직원이었다.
사업을 수주받기 위해 전세계를 누볐다.
동창생의 아버지는 출장지인 유럽 어딘가에서 딸에게 엽서를 띄웠다.
훗날 동창생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카카오스토리에 아버지가 유럽 어딘가에서
보내온 엽서를 올렸다.
그 것을 읽는 나의 감정은 묘했다.
그런 아버지를 둔 그 애의 성장과정이 부러웠고 생활무능력자에 술로 세월을
보낸 아버지가 생각났다.
똑같은 아버지이건만 달라도 너무 달랐던 것이다.
사실 살아오면서 한 번도 우편엽서를 보낸 적이 없다. 받아본 적도 없다.
생각하면 참으로 아쉽다.
낭만이란 걸 찾아볼 수 없는 삭막한 인생이라니...
우편제도가 없던 조선시대엔 척독이란 걸
써 서로의 안부를 묻거나 하고 싶은 말을 했다.
연암 박지원 같은 이는 수많은 척독을 남겼다고 한다.
 
아래는 댓글들
 
주환선
様方는 보통 경칭으로 쓰입니다. ‘사마가타’
내용이ㅜ얼추 안부를 묻는 내용같습니다

정용연
주환선 그렇군요. 사미가타. 알겠습니다. ^^

정용연 👍 저도 이런거에 관심이 많지만. 필기체는 정말 읽기 어렵네요. ㅜㅜ

최고원
지금이라도 낭만을~ㅎ
늦지않았습니다.
엽서에 그림을 그려보셔요.
어딘가로 보낼 곳이 많으실겁니다~

정용연
최고원 없던 낭만을 되찾고싶습니다. 일단 보낼 사람부터 찾아봐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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