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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티크

조리

by 만선생~ 2024. 7. 29.

 
 
 
어머니께선 밥을 하실 때마다 조리로 쌀을 일었다.
신기하게도 항상 돌이 두어개씩 걸러져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럼에도 이따금 한번씩 돌을 씹곤 했다.
치아 건강을 위해서라도 신경을 많이써야하는 것이 조리질이었다.
담석이란 병이 있다.
가슴에 돌덩이가 생겨 가슴을 쥐어짜는 병으로 고통스럽기 이를데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 순간을 넘기면 얄궂게도 고통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만다.
사람들이 말하길 조리질을 잘 안해서 생기는 병이라고 했다.
물론 의학적으로 말이되지 않는 낭설일 뿐이다.
나는 어린시절을 시골 외딴집에 살아 문명으로 멀리 떨어진 삶을 살았다.
복조리가 있다는 것도 서울에 올라와서야 처음으로 알았다.
쌀을 일구듯 복을 일구라는 의미로 복조리라고 한단다.
그 것도 하나가 아닌 쌍으로 돼있다.
정월 대보름 무렵 부엌이나 문설주 등에 걸어놓으면 복이 들어오는
것으로 생각했다.
조리를 보면 아무나 만들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대나무를 가늘게 쪼개 씨줄과 낱줄로 엮어 모양을 만들어야했다.
숙련된 기술자가 아니면 만들 수가 없다.
지난해 겨울 김제 원평 집강소의 최고원 선생께서 집강소에 있는 물건 몇개를 주셨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복조리다.
선생께서 말씀하기를 ㅇㅇ면에 사는 ㅇㅇ이란 분 솜씨인데 복조리를 만들어
아들내미를 대학 졸업까지 시켰다고 한다.
자세한 이야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이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어떤 삶을 살았던 것일까?
자기 땅이 번듯하게 있으면 남들이 천하게 여기는 장인의 삶을 살진 않으리라.
혹 조상 대대로 이 일을 해왔던 건 아닐까?
사방의 물산과 사람이 모여드는 원평장이 있으니 판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터였다.

 

 

2022.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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