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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티크

사방탁자

by 만선생~ 2024. 7. 29.

 
 
오랫동안 벼르던 일을 하나 했다.
답십리 고미술시장에서 사방탁자를 구입한 것이다.
연대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디자인이 심플했다.
옛날 선비 방에 놓여있던 바로 그 형태다.
그 것도 하나가 아닌 두개다.
쌍으로 돼 있다.
사방탁자의 용도는 책과 도자기를 올려넣는 것이다.
하지만 값나가는 도자기도 없고 옛 책도 없다.
대신 접시 (고려) 하나와 옹기를 올려놓았다.
책은 전통공예 시리즈를 올려 놓았다.
10년 전 살고있는 집으로 이사왔을 때 가졌던 계획은 거실을 조선 시대
선비의 방처럼 꾸미는 것이었다.
단순하면서도 절제돼 있는 분위기를 원했다.
하지만 이루지 못할 꿈이었다.
선비들이 쓰던 집기를 마련하기 위해선 많은 돈이 든다.
연대가 조금 있는 고비(편지 꽂이) 하나만 해도 백만원에 이른다.
서안이나 책반닫이는 값을 비교할 수가 없다.
할 수없이 생활 소품들만 간간이 하나둘 사모으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걸 올려놓을 마땅한 가구가 없어 어지러이 방바닥을 뒹군다.
사방탁자가 하나 있으면 정리가 좀 될텐데...
그래서 결행을 하게 된 것이다.
가게 주인 말로는 2~30년밖에 안된 그러니까 골동품으로서 가치는 없지만 목재가 좋다고 하였다.
기둥은 강원도 홍송(붉은 소나무)을 썼고 판은 오동나무라 한다.
요즘은 홍송을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단다.
살펴보니 못질한 구석이 하나도 없다.
홈을 파 기둥을 짜맞추고 아교로 나무와 나무를 이어 붙였다.
층널은 낙동법(인두로 나무를 태우는)으로 미색의 오동나무를 검게 하였다.
사방탁자를 마련한 덕에 소반에 올려놓았던 꼭두들과왜정 때 것으로 추정되는 술병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우연찮게도 가게 주인은 의정부 그 것도 같은 동네에 살고 있어 사방탁자를 집으로 배달해 주었다.
겸하여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좀 봐달라 했더니
받닫이는 조선시대 것이 맞다고 했다.
호족반들은 다리 형태가 개성 지역 것으로 국경을 넘을 때 해체된 것을 다시 조립한 것이란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하나를 가져도 제대로 된 것을 가지라 했다.
누군들 제대로 된 물건을 갖고싶지 않을까?
사방탁자만 해도 내 수준에선 엄청난 출혈을 한 것이었다.
만약 누군가 내게 자산관리를 해준다면 당장 이런 지출 을 하지 말라고 충고할 것이다.
이런 와중에 다음 목표가 생겼다.
괜찮은 편액이나 주련을 사서 거실 한 구석에 세워 놓는 것이다.
거실에 있을 때마다 추사 김정희가 즐겨 쓴 ' 문자향 서권기'를 느껴볼 테다.

2023.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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