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구치 지로의 만화를 사서 읽기 시작한 것은 정가네소사를 출간한 2012년 부터다.
이전에도 다니구치 지로를 알긴 했지만 일부러 찾아 보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를 보게 된 계기는 누군가
작품성향이 나와 비슷하단 얘길 들어서다.
과장없이 조용한 스타일의 작화.
그림체는 다르지만 감성이 닮아 있었다.
그렇게 한권 한권 사서 보는 와중에 선배 만화가가
내게 덕담을 해주었는데 '다니구치 지로같은
작가가 되라'였다.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가 특별히 재밌는 건 아니었다.
어떤 작품은 지루해서 읽다 말기도 했다.
작화 스타일은 숨이 멎을 정도로 꼼꼼하다.
그래서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도무지 파격이란 것이 없다.
그 점은 나역시 마찬가지.
파격적인 장면연출을 해보고 싶지만 페이지 안에
일정정도의 칸을 채워넣지 않으면 안심이 안된다.
당연 밀도가 장난이 아니다.
책값이 아깝지 않다.
여느 작가의 책보다 두배세배의 땀이 응축돼 있다.
성실함에 있어서는 어느 작가도 따를 수 없다.
무엇보다 우러러 보이는 것은 평생에 걸쳐 자기 세계를 일관되게 견지해 나갔다는 것이다.
극강의 성실함으로 평생을 살다간 만화가 다니구치 지로!
그만큼 성실하게 많은 작품을 발표할 자신은 없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그저 할 수 있는데까지 할 뿐...
누군가 굳이 가장 존경하는 만화가를 한명 들라고 물으면 다니구치 지로를 들겠다.
그는 내 삶의 이정표다.
(초기 작품들은 국내 번역되지 않았다)
202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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