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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에서 5 태조 왕건 나주는 왕건의 땅이다. 나주를 손에 넣으므로서 고려 건국의 기틀을 다졌다. 그에 반해 견훤으로선 통한의 땅이다. 나주를 잃으므로서 주도권을 잃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먼저 나주를 지배하고 있던 견훤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없고 오로지 왕건에 대해서만 말한다. 왕건은 나주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왕건을 대체할 나주 출신 인물이 지금까지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고려의 기틀을 다지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나주! 고려왕실에게 나주는 친정과도 같은 곳이다. 그리하여 1010년 거란 침략시 고려 현종은 개경을 떠나 나주로 왔다. 그리고 개경이 수복되었단 소식을 듣고 나주를 떠나다 사고를 당한다. 왕을 태우고 가던 수레를 네마리 말이 이끌었는데 그만 다리 아래로 빠지고 만 것이다. 이 때 백성들이 모여 .. 2024. 3. 24.
나주에서 4 남평 오일장 남평 읍내에 오일장이 열렸다.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 말소리가 정겹다. 전라도에 와있음을 실감한다. 안타깝게도 장터엔 늙은이들만 넘쳐난다. 세월이 조금 더 흐르면 이같은 오일장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장에 나와있는 물건을 하나라도 팔아주고 싶지만 집이 멀다. 대신 일행 분께서 이런 저런 물건을 산다. 남평이 고향인 박향미 작가는 무려 48년만에 이웃에 살던 동심언니를 만났다. 수퍼를 운영하며 붕어빵 장사를 하고 계셨는데 붕어빵을 사자 자꾸만 물건을 더 얹어주셨다. 2024. 3. 24.
나주에서 3 남평역 남평역. 2014년 이후 열차가 서지 않는다. 1950년 여순반란 사건 때 불차 없어진 역사를 1956년 다시 세웠고 지금은 .국가지정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작년 익산 춘포역에 가 역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는데 남평역도 못지않았다. 2024. 3. 24.
나주에서 2 드들강 나주에서 2 드들강 제방을 따라... 솔밭유원지에서 2024.3.12 2024. 3. 24.
나주에서 1 펜션 나주에서 1 나주 성안에 있는 어느 집에서 하룻밤 잤다. 볕이 따뜻해 참 좋은 집이다. 들으니 칼럼니스트 조용헌씨가 하룻밤 자고 가기도 했단다. 잠을 자보면 그 집이 명당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데 명당이라 말했다는 것이다. 조용헌씨가 그리 말했을 정도면 틀림없이 좋은 집일테다. 나는 조용헌씨가 쓴 책들을 열심히 읽었다. 마치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그가 쓴 책들을 읽으며 나의 것으로 만들려 노력했다. 내 인생에 영향을 미친 저자를 열 명 들라면 조용헌씨가 그 안에 들어간다. 다만 현세적 욕망을 자극하는 내용에 대해선 경계를 하며 읽는다. 집주인은 공무원인데 말씀을 아주 잘하셨다. 내용이 아주 풍부하였다. 작가로서 충분히 귀담아들을만 하다. 한 가지 약점은 말씀이 너무 많다는 거다. 이 쯤에서 멈추었으면.. 2024. 3. 24.
가야산 3 충남 예산에 있는 가야산 석문봉657m 에 올랐다. 정상엔 잔설이 남아 겨울의 마지막을 붙들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며칠 더 지나면 녹아 사라질 것이다. 산세가 가파르지 않아 쉽게 올랐고 내려올 땐 계곡 물소리가 참 좋았다. 산 아래엔 천하지명당이라는 남연군묘가 있다. 2023.3.8 2024. 3. 24.
가야산 2 덕산면 감자탕면 충남 예산군 덕산면 면소재지. 지금은 면소재지에 불과하지만 조선시대엔 고을 수령이 주재한 어엿한 현이었다. 그래서인지 여느 면소재지보다 훨씬 크다. 서울에선 찾기힘든 다방이 서너집 건너 하나씩 있어 호기심을 자극한다. 시골 다방의 모습은 어떠할까? 몸도 피곤하여 들어가볼 생각은 못하고 밥이나 먹자며 감자탕집에 들어갔다. 우거지 뼈 해장국이 만원. 뼈에 달라붙은 마지막 살점까지 뜯어 먹었다. 특이하게도 이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여인이 서빙을 하고 이십대 초반의 남자가 주방에서 일을 하였다. 잠깐 주고받는 대화와 몸짓을 봐서 부부인 듯 했다. 늙은이만 넘쳐나는 시골. 젊은 사람을 보니 반가운 마음이 든다. 잘 곳을 찾으니 모텔 두개가 나란히 서 있었다. 그 중 한 곳에 들어가 짐을 풀었는데 숙박료가 3만.. 2024. 3. 24.
가야산 1 남연군묘 해질무렵 찾은 천하지대명당 남연군묘. 망주석에 돋을새김을 한 세호(다람쥐)가 더 도드라졌음 좋았겠단 생각을 했다. 왼 편 망주석에 세호는 위를 향하고 오른편 망주석 세호는 아래를 향하니 짝이 맞다. 끊임없이 돌고 돌으며 묘를 지키고 있다. 묘를 지키는 석물도 훌륭하지만 묘를 살짝 비껴 솟아난 너럭바위가 참 좋다. 바위에 오르면 비로소 이 곳이 천하지명당이란 생각이 든다. 2024.3.7 2024. 3. 24.
슬픈 환생 슬픈 환생 - 이운진 몽골에서는 기르던 개가 죽으면 꼬리를 자르고 묻어준단다 다음 생에서는 사람으로 태어나라고, 사람으로 태어난 나는 궁금하다 내 꼬리를 잘라 준 주인은 어떤 기도와 함께 나를 묻었을까 가만히 꼬리뼈를 만져본다 나는 꼬리를 잃고 사람의 무엇을 얻었나 거짓말 할 때의 표정 같은 거 개보다 훨씬 길게 슬픔과 싸워야 할 시간 같은 거 개였을 때 나는 이것을 원했을까 사람이 된 나는 궁금하다 지평선 아래로 지는 붉은 태양과 그 자리에 떠오르는 은하수 양떼를 몰고 초원을 달리던 바람의 속도를 잊고 또 고비사막의 외로운 밤을 잊고 그 밤보다 더 외로운 인생을 정말 바랐을까 꼬리가 있던 흔적을 더듬으며 모래 언덕에 뒹굴고 있을 나의 꼬리를 생각한다 꼬리를 자른 주인의 슬픈 축복으로 나는 적어도 허무를.. 2024. 3.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