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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도그 추억 핫도그 추억 1981년 배봉산 자락에 있는 휘경중학교에 입학했다. 청량리 집에서 걸어서 30분 차를 타면 20분. 오르막길을 오르면 주택으로 둘러싸인 학교가 들어왔다. 정조의 후궁이자 순조 어머니인 수빈박씨가 뭍힌 휘경원이 있던 자리여서 휘경동이었지만 당시엔 그 사실을 알리가 없었다. 학교에선 교과수업 이외의 것은 절대 가르치지 않으니까. 다만 나는 지금도 획이 많은 아름다울휘徽에 경사경慶자를 눈감고도 쓸 수 있으니 한문 선생이 수십번 쓰게 한 결과였다. 교통 카드가 없던 당시는 버스를 타려면 일반인은 토큰을 학생은 회수권을 내야했다. 100원 짜리보다 작은 토큰은 100원 종이로 된 회수권은 50원씩 했던 것같다. 학교가 파하면 아이들은 너도나도 학교 입구에 있는 핫도그집으로 달려가 핫도그를 사먹었다... 2023. 11. 11.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 이 책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시대에는 우리 현대인들로서는 거의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악취가 도시를 짓누르고 있었다. 길에서는 똥내새가 뒷마당에서는 지린내가 계단에서는 나무 썩는 냄새와 쥐똥 냄새가 코를 찔렀다. 부엌에서는 상한 양배추와 양고기 냄새가 퍼져 나왔고 환기가 안된 거실에서는 곰팡내가 났다. 침실에서는 땀에 절은 시트와 눅눅해진 이불 냄새와 함께 요강에서 나는 코를 얼얼하게 할 정도의 오줌 냄새가 베어 있었다. 거리에는 굴뚝에서 퍼져나온 유황냄새와 무두질 작업장의 부식용 양잿물 냄새 그리고 도살장에서 흘러나온 피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사람들한테서는 땀냄새와 함께 빨지않은 옷에서 악취가 풍겨왔다. 게다가 충치로 인해 구취가 심했고 트림을 할때는 위에서 썩은 양파즙 냄새가 올라왔다. 어느정도 .. 2023. 11. 11.
여자 정용연 민예총 개소식에 참가하여 음악인 정재영님과 인사를 나누었다. “정용연입니다.” “네?” “정용연입니다.” “네?” “정용연입니다.” “용자 다음 자가?” “하하 제 이름이 조금 어렵습니다. 연자예요.” “귀를 의심했습니다. 제 친구 이름이 정용연이었거든요.” “아 그렇군요. 흔하지 않은 이름인데...” 다음 대화 내용은 정확히 기억이 안나는데 재영님은 놀라운 사실을 이야기해 주었다. 옛날에 사귀던 여자 친구 이름이 정용연이었다고. 그래서 몇 번이나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고.신기했다. 살면서 나와 같은 이름을 가진 이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고 선배의 여자 친구가 자기 조카 이름이 정용연이라고 해 놀랐던 적은 있다. 하지만 여자 이름으로 정용연이 있었을 줄이야. 얼굴을 본적 없지만 선배 여자의 조카도 그렇고.. 2023. 11. 11.
소설가 김동인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는 김동인이다. 그가 쓴 소설은 다 읽었다. 혹 누락된 소설이 있을지 몰라도 시중에 나와있는 소설은 다 읽었다. 이쯤되면 김동인 연구가라 해도 맞지않나 싶다. 세상 어디에도 쓰일 일이 없는 연구이지만. 그의 소설을 읽으며 난 평양의 모습을 머리속으로 그려보곤한다. 대동강과 함께 연광정 부벽루 능라도 을밀대 기자묘 칠성문으로 이어지는 풍경이 아스라하다. 북한과 대화가 재개되고 교류가 이루어지면 나는 누구보다 먼저 평양에 갈 것이다. 소설 속 장소를 찾아 샅샅이 돌아볼테다. 그리고 그 장소를 하나의 화면에 담아 구성해볼테다. 둥근 안경테에 중절모를 쓴 김동인은 당연히 화면의 중심인 부벽루 난간에 기대어 있다. 나의 역량을 총 동원해 화폭에 담아보고 싶다. 김동인에 대한 나의 헌사다... 2023. 11. 11.
"나비 기다려 매화 피랴" 모처럼 시집을 한 권 읽었다. 군산에서 교편을 잡고 계신 이소암 시인의 시집이다 제목은 "나비 기다려 매화 피랴".표지가 참 예쁘다. 매화 향이 시집 위로 맴도는 듯하다. 시들을 며칠에 걸쳐 읽었다. 이어 시인의 말과 문학평론가의 글을 읽었다. 마지막으로 책 머리에 있는 서지사항을 읽는다. 출판사 대표가 김초혜라고 돼 있다. 태백산맥을 쓴 조정래 작가의 부인 김초혜 시인인가? 작업실 책장에는 김초혜 시인이 쓴 "사랑굿"이란 시집이 꽂혀있다. 스무두살, 군복무중인 내게 누군가가 자신이 읽고난 뒤 준 책이다. 누구나 살면서 한번 쯤 이성에게 시집을 선물로 받기 마련인데 내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게 믿어지지 않는다. 김동인 소설을 읽으면 평양에 가보고 싶어지듯 이소암 시집을 읽고 나는 군산이란 도시를 가보고.. 2023. 11. 11.
김준환 선수 1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해태타이거즈 광팬이었던 나와 동생. 김용남 방수원 김일권 차영화 김성한 김봉연 김준환 김종모 김우근 조충렬... 타이거즈 선수는 모두 좋아했지만 나와 동생이 특히 더 좋아했던 선수는 5번을 치는 중견수 김준환이었다. 홈런을 치고도 별다른 표정의 변화없이 홈을 밟는 김준환 선수가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었다. 정가네소사 '순호당숙'편에서 티브이중계를 통해 김준환 선수가 안타를 치는 모습을 그린 건 이런 팬심의 발로였다. 아... 김준환 선수를 한 번 만날 수만 있다면... 꿈에서라도 보고싶은 선수가 바로 군상상고 출신의 김준환이었던 것이다. 오늘 한 방송에서 돌아가신 최동원 선수 얘기를 듣다 문득 김준환 선수가 생각나 검색해봤는데 현역시절의 이미지가 몇 장 나온다. 멋있다. .. 2023. 11. 11.
뚝섬 유원지 웹툰 강의가 끝난 뒤 잠시 뚝섬 유원지 역에 내려 쉬어간다. 자벌레에서 캐리커처를 한지 십여년만이다. 서울시에서 문화예술을 진흥하고자 하루 5만원씩 지원했고 캐리커처 비용으로 1인 5천원을 받았다. 열 명을 그리면 하루 수입 10만이 되고 20명을 그리면 15만원이 된다. 헌데 자벌레는 한산했다. 하루 한 두명 그리는게 고작이었다. 용돈벌이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도 나쁘지만 않았던 건 모처럼 서울에 나와 바람을 쇨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 서울에 있는 산을 오르거나 명소 한 곳을 돌아보았다. 그렇게 해서 서울 답사를 하였다. 캐리커처가 끝난 뒤 후배들과 식사를 함께하는 것도 즐거움이었다. 십여년만에 다시찾은 뚝섬유원지는 삭막했다. 수변공간이 펼쳐저있길 기대했지만 보이는 건 콘크리트 구조.. 2023. 11. 11.
외손봉사 外孫奉祀 외손봉사 外孫奉祀 외삼촌이 십대 나이로 집을 나가 소식이 끊긴 뒤 딸들만 남았다. 외할아버지가 마흔 둘에 세상을 떠나자 집안은 더 쓸쓸했다. 출가외인.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시집간 딸들은 아무도 제사를 지내지 않았다. 외할아버지 문중에서 설과 추석에 차례상을 올릴 뿐이었다. 우리 집도 마찬가지다. 친가인 할머니 제사는 빠지지 않고 지냈지만 외가 쪽 제사는 지내지 않았다. 솔직히 삼십대 중반까지는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존재 자체를 몰랐다. 어머니에게도 분명 어머니 아버지가 있었을텐데 말을 하지 않으니 알턱이 없었다. 그러다 삼십대 후반 "정가네소사"를 그리며 내게도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있었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되었다. 어머니로부터 외가쪽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흥미로웠다. 친밀도도 깊어졌다. 그리하.. 2023. 11. 11.
염색 2021년 11월 3일 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서 그녀를 기다리던 중... 일곱번 만난 뒤 더이상 만나지 않았다. 2023. 11.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