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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 양평에 사는 내 친구 병윤이가 타준 원두커피 한 잔을 마시고 돌아오는 길에 손톱 끝이 가려워 자꾸만 긁었다. 운전을 하면서도 손톱 끝이 가려운 건 참을 수 없었다. 덕분에 엄지와 검지 손톱의 한 쪽 면이 움푹 닳아 있었다. 커피를 마시지 말았어야했는데... 어릴 때부터 카페인이 들어있는 커피 녹차 홍차 콜라를 마시면 손톱 끝이 가려워 긁었다. 한의사가 말하길 신장에 열이 많다고 했다. 간도 안 좋다고 했다. 아마도 두 장기가 카페인을 받아들이지 못해 나타나는 현상인 듯 하다. 이튿날 아침인 지금까지도 손톱을 긁고 있다. 잠을 설친 것도 커피 탓이 아닌가 싶다. 앞으론 왠만해선 카페인이 들어있는 음료를 마시지 말아야겠다. 2017년 11월에 쓴 일기. 6년이 지난 지금도 커피를 마시면 손톱 끝이 가렵다. 2023. 11. 9.
죽지않고 살아있다. 후배 A가 후배 B의 소식이 없다며 혹시 죽은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했다. 연락을 하려해도 핸드폰을 잃어버려 전화번호를 모른단다. 생각해보니 후배 B와 연락을 한지 1년이 넘는 것 같다. 내가 먼저 전화하기 전엔 연락을 하지않는 B다. 모든 관계가 그렇듯 일방적인 관계는 오래가지 못한다. 나도 일방적 짝사랑을 멈추고 싶었다. 그렇게 1년 이상 연락을 하지 않았다. 나도 외롭지만 B는 훨씬 더 외롭다. 형편은 어려워도 부모 형제의 사랑을 받으며 자란 나와 달리 B는 일찍이 부모에게 버려졌다. 천둥벌거숭이처럼 자라 관계 맺기를 힘들어 한다. 어딜 가나 트러블 메이커다.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삐져 나온다. 당연 경제적으로도 어렵다. 어쩌다 이성을 만나도 주머니에 돈이 없으니 금세 떠나가버린다. 다만 B에 .. 2023. 11. 9.
석정 이정직 석정 이정직 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 가까이 헌책방이 있어 들어가 보았다. 읽고싶은 책들이 많아 여러권 샀다. 들고가기가 벅찰 정도였다. 그런데 또 한권의 책이 눈에 띈다. 국립전주박물관에서 발간한 석정 이정직이다. 석정 이정직은 전북 김제 사람으로 우리나라 마지막 실학자다. 학문과 예술세계가 깊어 수많은 제자들이 그를 따랐다. 김제에 있는 아버지 산소를 오가며 이정직 생가를 세차례 방문하고 후손을 두 번 만났다. 조상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였다. 석정의 가장 어린 제자는 최승현이란 분이다. 극진가라데를 창시한 최영의(최배달)의 아버지다. 우리 아버지와도 인연이 있어 무면허 의사였던 아버지는 최면장(최승현) 댁으로 가 링겔주사를 놓곤했다. 집안 머슴과 결혼한 최면장 따님은 우리집 너머에 사셨는데 지금도 어.. 2023. 11. 9.
적산 가옥 敵産家屋 적산 가옥 김제역에서 100m 쯤 떨어진 곳에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적산가옥이 있다. 일제강점기인 1928년 일본 농장관리인이 지은 2층 집이다. 안내문에 따르면 설계도면이 남아 있을 뿐 아니라 보존 상태가 좋아 당시 일본식 가옥을 연구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똑순이 김민희 주연의 영화 "오싱"의 촬영장소이기도 하다. 정가네소사 '금방죽' 편을 그릴 땐 일본인 금광사업자의 집으로 이 집을 그렸다. 김제에 내려갈 때마다 이 집을 한번씩 본다. 그리고 한 번 쯤 들어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한옥도 마찬가지지만 적산가옥들도 도로를 넓히며 마당이 사라졌다. 대문과 집이 바로 면해 있어 모양이 안난다. 내가 서있는 담장밖은 길이 아니라 정원이었을 것이다. 시골에 가면 마당없는 집들이 많다. 있어도 아주 .. 2023. 11. 9.
나는 아직도 아날로그로 작업한다. 2000년대 초 고 구본형선생이 쓴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이란 책을 읽고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2012년 대선 즈음해서 읽었던 시골의사 박경철 선생이 쓴 "자기혁명"은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나는 변하고 싶었고 어제의 내가 아닌 새로운 사람이 되고싶었다. 그로부터 7년. 나는 여전히 예전방식을 고수하며 살아간다.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는 대신 수고로이 은행 창구로 달려가 일을 본다. 만화 역시 전통을 고수한다. 남들은 작업방식을 디지털로 전환했지만 나는 아날로그방식이다. 특별한 의식이 있어서가 아니라 익숙한 것과 결별하지 못해서이다. 관성대로 살아간다. 정치성향은 진보에 가까우나 생활방식은 완전 보수다. 2019년 11월 5일 페이스북에 쓴 글. 지금은 인터넷 뱅킹을 이용한다. 2023. 11. 9.
pen 펜은 참 오래된 도구다. 형들과 누나가 펜글씨 쓰는 걸 보았고 나 역시 펜으로 알파벳과 한자를 익혔다. 볼품없는 글씨지만 한자 한자 써내려갈 때의 느낌이 좋았다. 마치 인텔리겐차가 된듯했다. 하지만 볼펜과 만년필이 상용화 되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펜을 쓰지 않게 되었다. 나 역시 펜은 필기도구로서 쓸모가 없었다. 그럼에도 하나의 직종, 즉 만화가들은 여전히 펜을 사랑하였다. 펜만큼 만화를 그리는데 유용한 도구가 없기 때문이다. 연필 데생을 마친 뒤 펜텃치를 하면 만화작업의 8할이 끝난다. 이후 먹칠을 하고 화이트 수정을 하고 스크린톤(망점으로 된 얇은 비닐)을 붙이면 원고가 완성된다. 만화란 장르가 생겨난 뒤 변함없이 이어져온 작업방식이다. 먹물은 바늘과 실의 관계처럼 늘 펜과 늘 함께 한다. 만화가들은.. 2023. 11. 9.
다테 마사무네 伊達政宗 일본 전국시대. 독안룡이란 별명을 가진 다테 마사무네 伊達政宗 란 다이묘가 있었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일본 술이름 정종이 마사무네의 한자음에서 나왔다고도 하는데 확실하진 않은가보다. 내가 알고 있는 전국시대 다이묘의 이름은 몇 안된다. 다케다신켄, 우에스키겐신, 시마즈요시히로, 도쿠가와 이에야스, 오다노부나가, 토요토미 히데요시 그리고 임진왜란에 참전한 장수들이 전부다. 다테 마사무네도 임진왜란에 참전했지만 내 기억 속엔 없었다. 조선 내에서 활동이 두드러지 않아서다. 그런데 일본에선 상당히 유명해 NHK에서 다테 마사무네를 주인공으로 한 대하드라마를 만들어 방영했었다 한다. 사실 일본 전국시대 무장들에게 대해 특별히 관심있는 건 아니다. 전국시대를 다룬 몇몇 일본영화를 통해 다케다 신켄이나 우.. 2023. 11. 9.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 2012 서울신문 가을밤콘서트. 장소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 난생처음이었다. 클래식 콘서트에 가본 거. 유럽귀족에게 봉사하던 음악을 아시아의 하층민인 내가 듣다니. 아니 신분상승을 해 귀족이 되었나? 귀족이라 하기엔 좌석이 너무 멀다. 관람석은 3층하고도 구석진 곳. 로얄석에 비해 요금이 몇 배 싸겠지만 영화표값보다는 훨 비싸다. 하층민으로선 감히 볼 엄두가 안나지만 그럼에도 우연찮은 기회에 보게 된 것이다. 콘서트는 대체로 지루했다. 2시간동안 연주된 음악가운데 귀에 익은 몇곡 빼고는 크게 와닿지 않았다. 테너와 소프라노가 부르는 오페라 역시 와닿지 않기는 마찬가지. 서양 귀족들이 듣던 음악을 동양의 하층민인 내가 즐겨 듣기엔 메우기 힘든 문화적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콘서트는 .. 2023. 11. 9.
역곡역 驛谷驛 지명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어딜 가면 어떻게 이런 지명이 생겨났을까 유추해보곤 한다. 당집 너머에 있으면 당너머고 새롭게 생긴 마을이면 신리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점촌은 관아에 물품을 대고 세금을 면재받던 마을이다. 고향인 김제에도 점촌이 있었고 아버지는 이곳에 특용작물을 재배하였다. 신작로를 따라 점촌으로 가던 일이 마치 어제 일 같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의정부는 행정구역명 가운데 가장 독특하다. 입 아프게 두 번 말하지 않아도 된다. 오늘은 역곡역에 왔는데 짐작대로 역역자를 쓰고 있었다. 아마도 조선시대 역원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집에가면 고전번역원에 들어가 신증동국여지승람을 검색해봐야겠다. 역원이 있었을 것 같은 역곡역에서 나를 응원해주는 분을 만났다. 고맙게도 맛있는 고기와 함께 술을 사.. 2023. 11.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