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577

평행 세계의 동물 BTS 초등학교 6학년생인 조카가 그림책을 한 권 그렸다. 제목은 "평행 세계의 동물 BTS"다. 글 그림 릴리. 출판사 이름은 (주) 형편없는 세상이다. 분량은 표지까지 열 장 쪽수로는 스무 쪽이다. 스스로 글을 쓰고 그림까지 그렸다. 보니까 연필 데셍한 흔적이 없다. 바로 쓰고 그린 듯 하다. 나 열세살엔 꿈에도 생각 못한 일이다.. 조카의 재능이 놀랍다. 저작권이 있으니 일부만 공개한다. 방금 조카가 와서 물으니 한 권을 쓰고 그리는데 30분 정도 걸렸단다. 공책은 인터넷서 주문하고. 어릴 때부터 감성이 유달랐던 조카 아이. 잘 성장해 훌륭한 작가가 돼줬음 좋겠다. 경제적 성공도 함께 거두었으면 좋겠다. 2023. 10. 23.
할배 복지관 수업을 위해 전철을 탔는데 마침 자리가 하나 있었다. 비닐봉투가 올려져 있었지만 빈자리인 건 확실했다. 나는 주인으로 보이는 노인에게 봉투를 치워주십사 요구했다. "저기 자리가 있으니 앉아" "저긴 노약자석인데요" "그냥 가서 앉으면 되지 뭘 그래" 노인은 퉁명스럽게 답하며 봉투에 깨질 물건이 들어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언잖아진 나는 자리를 옮기지 않고 노인을 내려보았다. 노인은 풍채가 좋았고 별모양에 ROKMC가 새겨진 빨간색모자를 쓰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마크 옆으로 정체를 알 수없는 태극기 문양의 배지를 달고 있었다. 티도 빨간색이었는데 모자와 한 셋트로 보였다. 혁대의 버클 역시 모자와 같은 심볼이 새겨져 있었다. 단언할 수 없지만 태극기 부대나 해병대 전우회 멤버가 아닌가 생각되었다. .. 2023. 10. 23.
할머니 제삿 날 추석 전 날이 할머니 제사다. 1945년 음력 8월 15일 만주국 금주성 태평방에서 돌아가셨다. 나이 서른 셋. 아버지 나이 열다섯이었다. 어릴 땐 남들도 추석 전 날 제사를 지내는 줄 알았다. 할머니 제사는 명절인 설날하고 추석과 더불어 중요한 집안 행사다. 형편이 아무리 어려워도 할머니 제사를 건너 뛰는 법은 없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론 큰형이 제주가 되어 제사를 이끈다. 큰형의 가장 큰 일은 지방을 쓰는 일이다. 이어 축문(?)을 읽는데 언제부터인지 한문이 아닌 한글로 바뀌었다. 조카들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예전엔 큰 형의 지시에 따라 제사 준비를 했다. 하지만 이젠 조카들이 알아서 다하니 할 일이 없다. 군대로 치면 왕고가 되어 뒷짐을 지고 노는 것과 같다. 1945년. .. 2023. 10. 22.
반중 조홍 감이 盤中(반중) 早紅(조홍)감이 고와도 보이나다. 柚子(유자) 아니라도 품엄 즉도 하다마난, 품어가 반기리 없을세 글로 설워하나이다. 감에다 사과와 포도가 더해진 풍경. 옛시조가 생각났다. 2023. 10. 22.
난 지금까지 몇 편의 영화를 보았을까? 난 지금까지 몇 편의 영화를 보았을까? 1 근사한 이야기를 들으면 영화 같은 이야기라고들 한다. 근사한 장면을 보아도 영화의 한 장면 같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만큼 영화는 근사하다. 소설, 드라마, 만화, 연극도 근사하지만 영화는 더 특별하다 막대한 자본 없이는 만들 수 없는 종합 예술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나는 때때로 영화를 본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내가 본 영화는 몇 편이나 될까? 그리하여 예전에 본 영화들을 하나 둘 기억해내며 적기 시작했다. 마른수건에서 물을 짜내듯 꼬꼬마시절부터 봤던 영화를 모조리 불러왔다. 그리고 새로 본 영화를 빠짐없이 적어 나갔다. 리뷰도 쓰기 시작했다. 리뷰를 남기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작품 제목과 감독 그리고 배우들 이름을 적었다. 더하여 감동의.. 2023. 10. 22.
하멜표류기와 한글 한글은 공기다. 쓰고 있으면서도 쓰고 있다는 걸 느끼지 못하는... 지금으로부터 350여년 전 동인도회사의 서기였던 핸드릭 하멜이 조선에 표류했다. 조선은 당시 병란을 겪었던 후라 이방인을 가두었다. 하멜로서는 지옥같은 시간이었다. 늘 탈출을 꿈꾸었다. 그 와중에 하멜은 백성들 사이에서 쓰고 있는 놀라운 소리글자를 발견한다. 바로 한글이다. 당시엔 언문이라 부르던 이 소리글자가 이방인인 하멜이 보기에도 놀라웠나보다. 2023. 10. 22.
성인수 만화클래식 방송 인터뷰가 올라왔네요. 질문지를 받고 아홉 시간동안 A4용지 일곱장 분량의 답변지를 썼습니다. 화장실도 가지 않고 온 신경을 집중해 썼지요. 하지만 막상 스튜디오에서 방송을 시작하자 답변지는 아무 소용없게 되었습니다. 답변지를 보고 읽어 내려가자 듣기 어색했는지 진행자께서 답변지를 뺏더군요. 난망했습니다. 머리 속이 텅 빈 느낌이랄까요. 정말이지 인터뷰 내내 말하는 것의 어려움을 실감 했습니다. 앞뒷 말이 엉기는 것은 기본이고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 마이크를 앞에 두고 멍하니 있기도 하였습니다. 어쨌든 인터뷰는 끝났고 머지않아 다운로드를 통해 재생될 생각을 하니 손발이 오그라들고 어디론가 숨고만 싶었습니다. 인터뷰 내용이 올라온 지금도 들을 생각을 못하고 방과 거실 사이를 왔다갔다 하고 있습니다. .. 2023. 10. 22.
보지 보지 중학교 1학년 때다. 공터에서 동네 아이들과 표적 맞추기 놀이를 하였다. 나와 마찬가지로 공부와는 담을 쌓고 사는 아이들이었다. 학교도 다니는 둥 마는 둥 하여 앞으로 뭐가 될지 정말로 암담하였다. 그에 반해 난 학교는 빠지지 않고 다녔다. 아무리 공부가 싫어도 학교는 가야만 하는 곳이었다. 공터는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짓궂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성기가 담장 위에 있는 표적을 향해 돌을 던졌다. 돌은 빗나갔다. 한 번 던지고 두 번 던지고 세 번을 던졌으나 표적을 맞추지 못했다. 성기 동생 홍기도 계속 빗나갔다. 내 차례가 돌아왔다. 한 번 던지고 두 번을 던졌으나 돌은 빗나갔다. 나는 정신을 집중해 한 번 더 돌을 던졌다. 믿기지 않게도 딱 하는 소리와 함께 표적이 뒤로 넘.. 2023. 10. 22.
조선시대 군사 훈련 2015년 국학진흥원에 그린 삽화. 시골선비 김령이 임금이 참관하는 군사훈련을 구경 중이다. 구경거리가 없던 시절 이런 군사훈련은 얼마나 큰 구경거리였을까? 지금도 이런 군사훈련을 실연한다면 대단한 구경거리 일 것 같다. 2023. 10.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