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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청년 홍창 형의 중국 현지 직원은 조선족으로 스물한살이었다. 스물여덟살의 한족인 아츠와 함께 광조우에 있는 공장을 운영관리했다. 아츠는 광조우에서 4년제 대학을 나와 영어도 곧잘 했는데 심성이 착한 사람이었다. 성실했지만 수완이 좋단 생각이 들진 않았다. 그에 비해 조선족 직원 홍창은 달랐다. 홍창은 길림성 연변 출신으로 광조우로 와 일을 했는데 한마디로 애 늙은이었다. 거래처 사람을 만나면 아츠보다 일곱살 아래인 홍창이 나서 상대했다. 상대도 아츠보다 홍창을 대화상대로 여겼다. 나이 지긋한 사장과 만나 일대일로 딜을 했고 딜이 끝난 뒤엔 술집에서 접대를 받았다. 3자인 나로선 거래 내용을 알 수없지만 형은 이런 홍창을 두고 애늙은이라고 했다. 기실 홍창은 열혈 민족주의자였다. 조선사람이란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있었.. 2023. 10. 23.
이재명의 나의 소년공 다이어리 재작년 조정미 선생님께서 쓰신 "나의 소년공 다이어리"를 사서 읽었더랬습니다. 그런데 며칠전 페북에서 말씀하시길 개정판이 나와 몇몇분들에게 신청하면 보내준다 하시는 거예요. 당연 신청할 생각을 안했습니다. 있는데 궂이 달라고 할순 없잖아요. 세상에나. 제가 전생에 무슨 공덕을 쌓았던 걸까요? 오늘 사인이 들어간 책을 이렇게 보내 주셨네요. 고맙습니다~ 보니 책의 판형과 내용은 똑같지만 표지가 달라졌네요. 더하여 '소년공에서 대선후보까지. 대선후보 이재명이 소년공 이재명을 다시 만나다.' 란 부제가 붙었습니다. 작업 하는 도중 쇼파에 누워 책을 다시 읽었습니다. 처음 책을 읽었을 때의 감동이 되살아납니다. 마치 전태일 평전을 읽는 느낌이랄까요? 두 분다 노동자였고 일기를 썼다는 공통점, 무엇보다 공동체를 .. 2023. 10. 23.
작업 중인 그리고 있는 "약현"의 한 장면. 이 그림을 그리고 기분이 좋아졌다. 2024년 진달래가 지고 철쭉이 피어날 즈음 나는 무얼 하고 있을까? 2023. 10. 23.
서른 무렵 서른 무렵의 저입니다. 믿어지지 않게도 살찐형 인간보다는 마른형 인간에 가까웠네요. 그런데 표정이 어둡습니다. 오죽할까요? 주머니엔 돈이 하나도 없고 오늘 하루 뭘 해야 할지 몰라 시간만 죽일 따름이었으니 말입니다. 그럼에도 기차에 뛰어들거나 벼랑에 떨어질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궁핍함과 인간적 비루함을 견디며 하루하루를 살아냈습니다. 점점 필요없는 살을 붙여가며 말입니다. 더하여 주름살도 늘었지요. 목소리도 탄력을 잃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 때만큼은 아니어도 주머니는 여전히 넉넉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때와 달리 오늘 하루 뭘해야할지 몰라 서성거리진 않아요. 오늘 하루 해야할 일이 있고 조금이나마 결과물이 쌓여갑니다. 비록 몸은 그 때와 달리 많이 노화됐지만 우울함은 훨씬 덜합니다. 아니.. 2023. 10. 23.
라테라이트 라테라이트 경상도 사람에게 전라도에 와 가장 인상적인게 뭐냐 물었더니 붉은흙이라고 대답했다. 전라도 출신인 나 역시 전라도에 내려가면 땅이 참 붉다란 걸 느낀다. 특히 봄날 농사를 위해 땅을 갈아엎을 때가 그렇다. 붉은 흙을 상징하는 역사적 장소는 정읍의 황토현이다. 갑오년 동학농민군이 관군과 맞서 처음으로 이겼던 고개다. 이후 파죽지세로 진격하여 무장 흥덕 고창 순창 장성 관아를 점령하고 나주와 운봉을 제외한 전라도 모든 지역을 차지한다. 그리고 고을마다 자치기구인 집강소를 설치한다. 혁명은 실패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3.1만세운동의 밑거름이 되었고 그 정신은 민주화 운동으로 이어진다. 한 때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했던 김지하의 시집 "황토 "또한 이런 역사적 배경과 맞닿아 있다. 나는 붉은흙을 말할.. 2023. 10. 23.
박시백 고려사를 비롯하여 근래 사들인 책들 근래 사들인 책들. 먼저 "장사의 기술 (600년 병영상인의 비밀)"이란 책을 보고 있는데 너무나 재밌다. 병영을 몇차례 가봤고 또 병영 양조장도 밖에서나마 한바퀴 둘러봐 더 그런 것 같다. "화교가 없는 나라"란 책도 그렇지만 난 장사하는 사람들에 대해 흥미를 느낀다. 아마도 내가 걸어보지 못한 길이라 더 그런 것 같다. 굴지의 기업을 일군 건 아니지만 다들 나름 성공신화가 있어 대리만족을 느끼지않나 싶기도 하다. 따지고보면 우리 외할머니도 장사를 했었고 우리 어머니도 장사를 했다. 외할아버지는 사금광을 운영했다. 그 피를 받아서인지 작은형과 동생도 기업을 운영한다. 장사란 위험이 따른다. 봉급생활자처럼 안정된 생활을 기대할 수 없다. 잘되면 많은 돈을 벌수 있지만 안되면 쪽박을 찬다. 삶이 롤러코스터.. 2023. 10. 23.
이웃집 토토로를 다시 보며 이웃집 토토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 를 10년 만에 다시 보았다. 애니를 보며 예전에 느꼈던 감동이 다시 살아나기를 기대했으나 허사였다. 감성이 메말라서인지 그닥 재밌단 생각이 안 들었다. 그럼에도 감동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애니에 묘사된 자연이 너무나 아름다웠던 것이다. 저와 같은 자연 속에서 살아간다면 정말이지 행복 할 것 같았다. 그러나 한편으론 자연이 마냥 저리 따뜻하고 좋기만할까 싶었다. 내게 자연은 경외의 대상이다. 바라보면 볼수록 신비롭고 아름답다. 인간이 창조해낸 그 어떤 예술작품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넘어설 수가 없다. 그러하기에 자연을 볼모 삼아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이들에 분노한다. 대표적인 사람이 4대강 공사를 강행한 이명박이다. 그 이명박을 사면해준 윤석열에 대한 분노는 .. 2023. 10. 23.
말끝을 흐리는 버릇 내겐 말끝을 흐리는 버릇이 있었다.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몰라 확답을 피했던 것 같다. 당연 우유부단한 사람으로 찍혀 넌 늘 그렇지 하는 소리를 들었다. 근래 어느 자리에서 아닌 걸 아니라고 재차 말한 적 있다. 듣고 있던 후배님께서 시간이 지난 뒤 조용히 나의 태도를 칭찬해주었다. 또 하나의 일은 어느 자리에 참가할 수 없다고 나의 입장을 밝힌 점이었다. 가고싶지만 선약 때문에 갈 수없는 자리였다. 그런데 이게 뭔가? 옆에 있는 이로부터 나의 분명한 태도가 좋다는 칭찬을 들었다. 마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말은 종종 그 사람을 정의한다. 2009년 한겨레신문에 한컷짜리 에세이 그림을 시작할 때 담당기자가 짤막한 소개글을 써주었다. 정용연은 사라져가는 것에 관심이 많은 젊은 만화가라고... 2023. 10. 23.
오키나와 다이세키린잔 大石林山 지난해 오키나와에서 가장높은 다이세키린잔(대석림산)을 올랐을 때 모습이다. 한해동안 찍은 인물 사진 중 가장 마음에 든다. 이 사진을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는 허리를 숙임으로서 배가 완전히 가려졌기 때문... 더하여 오키나와에 다녀왔음을 증명해주고 있기에 좋다. 이런 기분 알려는지 모르겠다. 분명 다녀왔는데 다녀오지 않은 것 같은 느낌 말이다. 언감생심 가볼 엄두도 내지 못하던 곳을 다녀오면 그런 느낌이 더 강하게 든다. 오키나와도 그런 곳 중 하나다. 역사이래 우리와는 한번도 적대적 관계를 가지지 않았던 나라 류큐. 류큐왕국의 수도인 수리성을 둘러본뒤 우라소에성에 왔을 땐 마치 꿈을 꾸고 있는 듯 했다. 내가 정말 고려와장조란 명문이 새겨진 기와가 발견된 그 성에 와있단 말인가? 끝도없이 이어지는 얀바루.. 2023. 10.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