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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전 "월간 우리만화"라는 월간지가 있었어요. 사단법인 우리만화연대에서 발간하는 56쪽짜리 소식지인데요. 한국문예진흥원(?)이란 기관의 지원과 회원들의 회비로 발행되었습니다. 만화가로 이름을 알린 제 첫 책이 "정가네소사"(3권)인데요. 여기 연재하며 분량을 쌓아가고 있었습니다. 형식적 수준이지만 원고료도 지급되었던 소중한 지면이었습니다. 2009년 11월 하루는 편집자에게 전화가 왔는데 이달의 작가로 인터뷰를 하러 온다는 것입니다. 이글루스에서 서면 인터뷰를 한적 있지만 직접 대면하는 인터뷰는 처음이었습니다. 기사는 지금 우리 시대의 정론지 굿모닝 충청에서 만평을 그리는 서라백 작가가 쓰고 사진은 일본 교토 세이카대학(정화예술대학) 만화과 출신의 김형욱 작가가 찍었습니다. 내가 인터뷰이라니. 이런 영예가 또.. 2023. 11. 1.
빈 건물 공간 빈 건물 공간에 들어가면 소리가 울린다. 하울링 현상이 일어난다. 나의 말이 잘 전달되지도 않고 상대의 말을 제대로 들을 수도 없다. 하루빨리 집기를 들여 울림을 막아야 한다. 탁자나 쇼파나 같은 사무실 집기로만은 안된다. 책을 꽂아야한다. 책만큼 하울링을 잘 잡아주는 물건도 없다. 도서관이나 헌책방에서 느끼는 고요함은 이 때문이다. 책들이 소리를 집어 삼켜서다. 바깥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책을 많이 쌓아놓으면 어느정도 소리를 잠재울 수 있다. 책을 읽지않는 시대. 책을 들여놓지 않아 소음에 좀 더 많이 노출돼 살고있는 건 아닐까 잠시 생각해 봤다. 2023. 11. 1.
만경강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을 무렵 찾은 만경강. 강은 우리의 상식을 뒤엎고 있었다. 강물이 아래로 흐르지 않고 위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다. 생각컨대 강 전체가 위로 흐르진 않을 것이다. 달의 인력에 이끌려 물 아래는 하류를 향해 흐르고 물 위는 위로 거슬러 올라가리다. 신곡보가 생기기 전 한강은 압구정까지 물이 거슬러 올라왔다고 한다. 압구정이란 이름에서 보이듯 바다새인 갈매기가 날아 다녔다. 언젠가 해질녁 한강 지류인 공릉천에 가봤더니 물살이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한잣말로는 역류다. 물속에 산소가 부족해지자 물고기들이 숨을 쉬기 위해 물위로 뛰어 올랐다. 하지만 만경강은 아직 조용하다. 아직 때가 이른 것인가? 내가 찾은 만경강 구간은 제방을 쌓지 않았다. 덕분에 강뻘에 미끄러져 옷에 뻘을 묻히고.. 2023. 11. 1.
만경강 그리고 춘포역 만경강 그리고 춘포역 어제 익산 춘포역을 가다 마주친 만경강. 차를 세우고 한시간 정도 강변에서 시간을 보냈다.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찍고 멍하니 거슬러 올라가는 물을 바라보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집 가까이 이런 강이 있다면 날마다 강변을 거닐고 싶다. 억새와 함께 강변을 수놓는 노란 꽃이 궁금해 검색을 했다. 소나무처럼 생겨 솔나물꽃이라 한다. 외래종이 아닐까싶었는데 자생식물이래서 마음이 놓였다. 춘포역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간이역이다. 일제 강점기인 1914년 일대에 일본인 마을이 들어서며 세웠는데 이름을 오바에키라 하였다. 한자로는 대장역이다. 집에 돌아와 오래된 사회과부도를 보니 대장역이라 쓰여있었다. 2005년인가? 일제 잔재를 청산하는 차원에서 춘포역이라 하였다. 우리 이름인 봄개를.. 2023. 10. 31.
풀빛 출판사 나병식 사장님과의 인연 며칠 째 이란 책을 보고있다. 한이직 기념도서관 관장이신 한신원 선생님이 책으로 쓰신 책으로 광주일고 출신 독립운동가들과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이들을 다루고 있다. 송홍 장석천 왕재일 장재성 이기홍 김남주 김태훈 등 이분들의 삶을 읽다 보면 어느새 심장이 뜨거워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분들 가운데 한 분은 나와 직접 만난 사이이기도 하다. 그 분은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판결을 받았던 나병식 풀빛출판사 사장님이시다. 1987년 나의 스승 백성민 선생님은 풀빛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만화 장길산을 그리고 계셨다. 출판사에선 선생님께 창고옆 사무실을 작업공간으로 내드렸는데 문하생이었던 나 역시 그곳에서 선생님의 작업을 도왔다. 자연, 날마다 나병식 사장님 얼굴을 보게되고 출판사를 찾는 시인,.. 2023. 10. 25.
성적 충동 성적 충동 나이 들어 좋은 것 가운데 하나가 성적 충동이 줄어드는 일이라고 한다. 남자들은 하루에도 열 두 번씩 성적 충동에 사로잡히는 존재인데 그게 줄어드니 편하다는 것이다. 나 역시 성적 충동이 줄어든 것 같다. 예전처럼 지나가는 여자의 짧은 치마에 눈길이 오래 머물진 않는다. 최소 3초 동안 머물던 시선이 이젠 2.5초로 줄어들었다. 젊은 여자들이 활보하는 신촌거리를 거닐어도 괴롭지 않다. 예전엔 왜 저 여자들이 내게 되지 못하는가 싶어 열폭을 했었지만 이젠 그러려니 한다. 갖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안달복달 해봤자 나만 손해라는 걸 안다. 내 안에 잠자고 있는 성적 욕망이 끓어 올라도 순간을 넘기면 평온이 찾아온다.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라도 숫컷 본능을 맘껏 발휘할 수는 없다. 특히 물적인.. 2023. 10. 24.
조카의 한글날 그림 2018년 10월 1일. 초등학교 1학년인 제 조카 윤희가 한글창제 572돌을 맞아 그렸다고 합니다. 지금은 초등학교 6학년이네요. 세월은 유수와 같다더니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커가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성장속도와 나의 노화가 정비례하죠. 2023. 10. 24.
이순신의 글쓰기 조선시대 유학자들의 글을 읽으면 경전에 있는 문구나 유명시인의 싯구를 많이 끌어다 쓴다. 심해지면 자기 글보다 인용한 글이 많아지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선 처음부터 끝까지 고사를 끌어와 논지를 이어간다. 지인 중에 자기가 쓴 책을 내게 준 적이 있는데 책장을 다 덮고 이 걸 저작물로 인정을 해야할지 하지 말아야할지 고민에 빠졌다. 인용한 글이 자기글 보다도 많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지인의 인간성만은 의심하지 않았다. 일일이 출처를 밝혔으니 말이다. 유명 시인이나 학자의 글을 빌어 말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모자라지만 나의 글로 말하는 게 좋다. 정말 필요한 경우에 한해 출처를 밝히고 빌려다 쓴다. 이순신의 난중일기를 높게 평가하는 것은 여느 사대부처럼 유교경전을 끌어다 쓰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2023. 10. 24.
나랑 닮은 배우 코믹영화 오스틴파워의 주인공인 마이크마이어스랑 닮았단 얘길 들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리처드 기어나 브래드피트같은 미남배우와 닮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개성이 강한 성격파 배우랑 닮았다니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마이크마이어스를 닮았단 얘기를 들을 수 없었다. 아마도 마이크마이어스의 활동이 뜸해진 탓이 아닐까 싶다. 어제 저녁이다. 후배 아버님 장례식장에서 만난 동료작가 강상민이 말했다. "형. 헐리우드 배우랑 닮았어요. 주연은 아니고 조연으로 많이 나오는데..." 그러면서 나의 외모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아마도 안경을 벗은 탓일 거라 했다. 오늘 상민이 톡으로 어제 말한 배우의 사진을 보내왔다. 유주얼서스팩트 같은 영화에서 조연으로 출연한 채즈 팔민테리란 배우다. 상민의 말을 .. 2023. 10.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