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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죽지않고 살아있다.

by 만선생~ 2023. 11. 9.
 
후배 A가 후배 B의 소식이 없다며 혹시 죽은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했다.
연락을 하려해도 핸드폰을 잃어버려 전화번호를 모른단다.
생각해보니 후배 B와 연락을 한지 1년이 넘는 것 같다.
내가 먼저 전화하기 전엔 연락을 하지않는 B다.
모든 관계가 그렇듯 일방적인 관계는 오래가지 못한다.
나도 일방적 짝사랑을 멈추고 싶었다.
그렇게 1년 이상 연락을 하지 않았다.
나도 외롭지만 B는 훨씬 더 외롭다.
형편은 어려워도 부모 형제의 사랑을 받으며 자란 나와 달리 B는 일찍이 부모에게 버려졌다.
천둥벌거숭이처럼 자라 관계 맺기를 힘들어 한다.
어딜 가나 트러블 메이커다.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삐져 나온다.
 
당연 경제적으로도 어렵다.
어쩌다 이성을 만나도 주머니에 돈이 없으니 금세 떠나가버린다.
다만 B에 대해 학을 떼는 다른 이들과 달리 내가 애정을 갖는 것은 젊은 시절 B가 보여줬던
창작에 대한 열정 때문이다.
원고를 하다 책상에 엎드려 자는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작업을 했으나 허사였다.
한마디로 대중성이 없었다.
그리하여 매체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뜨겁게 타올랐던 창작열은 어느 때부터 시들해지고 작품 역시 나오지 않게 되었다.
 
후배 A의 말처럼 죽은 건 아닐까?
은근 걱정이 되어 전화를 했다.
신호가 가고 한참뒤 전화를 받았다.
다 죽어가는 목소리였다.
독감이란다.
코로나일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다죽어가는 목소리였디만 한번 말문이 트이니 계속 대화를 이어갔다.
피해의식이 많은 건 여전했다.
특히 지원사업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왜냐면 내는 족족 다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원기관과 작가들 사이의 카르텔로 인해 자기가 배제되었단 얘기다.
심정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억측이 심하다 싶었다.
사실 나 역시 작년에 떨어져 의아하해하긴 했었다.
그렇다고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진 않았다.
실력이 없거나 운이 없어 떨어진 것 뿐이다.
만화 얘길 떠나 정치 얘길 하니 끝이 없었다.
문재인에 대한 불만 뿐 아니라 이재명에 대한 불만도 많았다.
제 2의 문재인이 되어간다는 것이다.
설사 집권을 해도 문재인 2가 되어 개혁은 물거품이 될 거란...
민주진보진영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유튜버들과의 싸움 이야기도 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은 주로 나였다.
누가 누구의 뒤통수를 때리고 어쩌고 저쩌고...
길게 이어진 이야기 말미에 한마디 했다.
 
" 그래 언제 한 번 보자."
 
전화를 끊고 후배 A에게 B가 죽지않고 살아 있음을 전하기 위해 전화를 했다.
신호는 갔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많이 바쁜 모양이다.
언제 시간이 나면 후배 A와 B 모두 한 자리에서 봐야겠다.
내 오랜 만화 동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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