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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숱 머리를 감으면 머리숱이 참 많이도 빠진다. 하루를 건너 뛰면 뭉터기로 잡힌다. 신기한 것은 그럼에도 지금의 모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거다. 빠진만큼 자란다는데 그말이 사실인가 보다. 솔직히 머리숱이 많지는 않다. 굵은 것도 아니다. 그래서 은근 신경이 쓰인다. 머리숱이 처져있음 기분이 안좋고 머리숱이 살아나면 기분이 좋다. 그날의 컨디션을 나타내주는 지표가 머리숱인 셈이다. 울울창창한 머리숱의 소유자들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그 중 한사람이다. 봉하마을에서 연호하는 시민들께 답하느라 밀집모자를 벗어올릴 때 드러나던 머리숱은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는다. 이태 전이다. 어느날 동생이 왜이리 머리숱이 없냐고 물었다. 거울을 보니 머리숱이 현저하게 줄어들어 있었다. 머릿살이 훤히 드러나보이는 머.. 2023. 11. 15.
장애인 활동 보조인 몇년 전 노들야학이란 곳에서 장애인활동보조인 교육을 받았다. 닷새동안 하루 8시간씩 총 40시간이다. 교육비로 10만원을 냈다. 특별한 사명의식이 있어서 받은 교육이 아니다. 생계수단이었다. 돈벌이가 정말정말 없으면 하려고 말이다. 일종의 보험인 셈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까지 장애인활동보조인으로 나서본 적은 없다. 바꿔말하면 그동안 만화만 그려 먹고살았던 이야기다. 충분치 않은 수입이지만 그랬다. 앞으로 나의 삶이 어떻게 펼쳐질지는 알 수가없다. 만화로 돈을 전혀 벌 수가 없어 장애인활동보조인 활동을 해야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실패한 삶이라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주어진 여건에 맞춰살아갈 뿐이다. 내게 진정 실패란 것은 만화로 돈을 벌지 못할 때가 아니다. 마음속에서 창작에 대한 욕구가 일어나지 .. 2023. 11. 15.
트랙을 돌고 있는 여자 200 미터 트랙을 돌다 보았다. 허벅지 두꺼운 여자가 뒤로 걷는 것을. 더하여 종아리도 굵었다. 아름다움의 가장 큰 기준은 무엇일까? 건강함이다. 아무리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균형이 잘 맞아도 건강하지 못하면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미디어가 선호하는 몸매는 아니지만 건강한 다리를 가진 그녀에게서 줄곧 눈을 떼지 못했다. 성도 이름도 알 수 없는 여인! 한동안 뒤로 걷던 그녀는 몸을 돌려 앞으로 달렸다. 2018년 8월 29일 쓰고 그림 · 2023. 11. 14.
베란다에서 내가 그린 그림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그림. 장소는 우리 집 베란다인데 라운딩이 돼 있다. 아파트를 지은지 30년 가까이 돼 유리가 칙칙하다. 팔이 닿지 않는 위에는 누가 물건을 던졌는지 금이 가 있다. 샷시를 바꾸고 싶은데 비용이 만만찮다. 500만원 정도 든다. 일자형 샷시로 바꾸면 300만원 정도 드는데 라운딩 돼있는 공간이 사라져 버린다. 무엇보다 모양이 예쁘지가 않다. 라운딩 샷시가 아니라면 바꾸지 않는게 낫다. 모델은 한동안 사귀었던 사람인데 어느날 바람처럼 곁을 떠나고 말았다. 2023. 11. 14.
조국 장관 단상 2009년부터 2010년까지 박재동 선생님 소개로 한겨레신문에 릴레이 만화를 연재했었다. 한 컷짜리 만화인데 많으면 한 달에 세 번 적으면 두번 실렸고 고료는 매달 10일 경 정산해 받았다. 작은 지면이지만 중앙일간지에 작품을 연재한다는 것에 뿌듯했고 고정수입이 있어 좋았다. 2010년 10월엔 존재감도 미약한 나를 신문사에서 불러주었다. 필진의밤에 초대를 받은 것이다. 지면으로만 만나던 유명필자들을 직접 가까이 보니 꿈인가 생시인가 하였다. 경품으로 한홍구 교수가 쓴 대한민국 한세트와 조지오웰의 "나는 왜쓰는가"를 받았다. 그 때 조국 서울대 교수가 강연을 했다. 저사람은 뭐길래 이 자리에서 강연을 하나 좀 의아하기도 했고 한편으론 인물이 참 좋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관심은 더 이상 생기.. 2023. 11. 14.
용불용설 [用不用說] 후배와 대화 중 용불용설을 말하였다. 만화란게 한 번 손을 놓으면 다시 하기 힘들단 뜻으로 한 말이었다. 그러면서 든 예가 만화를 그리다 소설가로 변신을 꾀하는 이들이다. 소설로 성공을 하든 하지않든 다시 만화를 그리기가 쉽진 않으리란 거다. 왜냐면 만화는 워낙 노동 강도가 세기 때문이다. 다시 그릴 엄두가 안난다. 한마디로 고생을 하기 싫은 것이다. 폭우 속을 달리고 있는 사람은 폭우를 뚫고 계속 달려도 폭우에서 한 발 비껴난 사람은 폭우 속으로 들어가기가 싫은 이치다. 이는 나에게도 해당돼 한번 발을 빼면 만화를 그리기 싫어질 거 같다. 그러니까 비를 맞고 있을 때 계속 비를 맞아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만화그리는 것 외엔 생활을 해나갈 수 있는 방편이 없다. 월 50을 버나 월 100을 .. 2023. 11. 14.
안경을 벗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안경을 써오다 지난해 말 안경을 벗었다. 다초점 인공수정체 수술을 한 것이다. 기대만큼 시력이 좋아진 건 아니지만 안경을 쓰지 않아도 되니 좋긴 하다. 평생동안 써온 안경이라 무의식중 안경을 쓰며 했던 행동을 하곤 한다. 세수 뒤에 안경을 찾거나 거리를 걷다 안경이 없는 걸 깨닫고 불안감을 느끼는 등등이다. 안경은 얼만큼 한사람의 인상을 결정짓는 걸까?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현세 만화의 빌런인 마동탁은 안경을 써서 더욱 거만해 보인다. 정가네소사의 우리 외할아버지는 둥근 안경을 써 식민지시대의 인텔리로 보인다. 배금택 만화 영심이에서 영심이를 좋아하는 안경태는 안경을 써 소심한 모범생으로 보인다. 옛날 어른들은 여자가 안경을 쓴채 고개를 들고 다니면 버르장머리가 없다며 혀를 차기도 했.. 2023. 11. 14.
나만의 바위 사패산 들머리. 두 세길 쯤 되어보이는 바위에 올랐다. 바위는 등산로에 있으면서도 누구 하나 오를 생각을 않는다. 그래서 자연스레 나만의 장소가 되었다. 나는 가끔 이 곳에서 별도 보고 페북에 글도 쓴다. 춥지 않으면 한 참을 누워있기도 한다. 오늘은 내복을 입었는데도 춥다. 입에서 김이 난다. 이 바위는 원래 사패산 등산로였다. 바위 위로 계단을 내었다. 그런 것을 호암사에서 신도를 유치하기 위해 포장도로를 내었다. 사람도 다니고 자동차도 다닌다. 덕분에 계곡은 무참히 파괴되었다. 이삼년 전엔 가드레일까지 설치하여 계곡과 사람을 분리시켰다. 사실 사람은 괜찮다. 산짐승 날짐승이 문제다. 가드레일로 인해 산짐승들은 이동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레일이 있는 방향에선 물을 마시러 내려올 수가 없다. 산짐승 들.. 2023. 11. 13.
김영삼보다 못한 윤석열 이루말할 수 없이 치사하고 더럽고 야비하며 무능하기 그지없는 윤정권을 보고 있노라니 김영삼이 달리보인다. 김영삼은 집권시기 정치적 라이벌인 김대중에게 특별히 위해를 가했던 것 같지 않다. 정치를 이념이나 정책이 아닌 지금과 같은 지역구도로 만들어버린 3당야합과 IMF로 나라를 말아먹었지만 윤처럼 경멸스럽진 않다. 공도 있었다. 하나회를 척결하여 군사구테타의 위협을 없앤 것과 금융실명제 실시가 그 것이다. 조선의 정궁인 경복궁을 가로막고 있던 조선총독부 건물을 폭파시킨 것도 공이라면 공이다. 김영삼을 둘러싼 정치세력은 어떨지 몰라도 김영삼 본인은 친일의 냄새가 나지 않았다. 당시 한일간 국력이 지금과 비교할 수없을 정도로 크게 났지만 일본 정부에 결코 비굴하지 않았다. 도리어 일본 각료를 향해 '버르장머리.. 2023. 1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