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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생활

TV없이 산지 23년

by 만선생~ 2025. 1. 6.


TV없이 산지 23년.
자연 드라마도 쇼프로그램도 볼 길이 없다.
유일하게 tv를 보게 되는 것은 어머니가 계신 큰집에 가거나
미용실에 가거나 식당 갈 때다.
TV를 볼 때마다 나는 혼을 다 빼놓는다.
시쳇말로 정신을 못 차린다.
TV를 보는 것 외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군을 제대한 뒤 지금까지 내게 TV가 있었던 기간은 1년반
정도였는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종일토록 TV만 보았다.
하도 열심히 보다보니 4개 채널 방송시간표를 모두 외울 지경이었다.
심지어 광고도 꼼꼼히 챙겨보았다.
명색이 만화가(?)인지라 만화를 그려야는데 TV 때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결국 나는 TV를 없앴고 지금까지 제한적으로만 tv를 보며 살고 있다.
문화산업종사자에게 트랜드를 아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또 있을까?
다들 말한다.
트랜드를 알기위해선 TV를 봐야한다고.
생각해보니 사람들에게 시대에 뒤떨어진 인상을 주었던 것 같다.
실제 tV를 보지 않아 공통된 대화에서 낄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한참 화제인 ‘나는 가수다’에 대해 말하고 있으면 꿀먹은 벙어리다.
화제에 낄 수가 없으니 역으로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게 되었다.
화면 속에서 남들이 노는 것을 구경하는 것!
내가 내 삶의 주인공이 아닌 들러리란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다 TV를 보면 빠져든다.
나를 대신해 놀고 있는 이들에게 .말이다
대중은 현실 속에선 죽도록 일을 해야만 겨우 먹고 사는데
비해 저들은 재밌게 놀수록 부와 명예를 누린다.
모순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재밌게 논 사람들이다.
자신의 일이 재밌지 않으면 성공할 수가 없다.
쓰다보니 이야기가 샜다.
하려는 이야기는 TV화면에서 모처럼 보게 된 연예인들의 변화다.
파릇파릇했던 연예인들이 어느새 중년이 돼있고 중년 탤랜트들은
주름이 더욱 깊어져있는 것이다.
무슨 예능 프로그램을 봤는데 잠깐 보랏빛 향기를 부른 강수지는
더 이상 하늘거리지 않았다.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키던 앳띈 얼굴은 온데 간데 없었다.
그만큼 세월이 흘렀다는 증거다.
대신 김국진은 나이들어 보기가 더 좋았다.
젊은 시절 숀코네리보다 나이든 숀코네리가 훨씬 멋있는 것처럼.
청춘의 표상이던 손지창 사진을 보니 주름살이 잡혔더라.
풋풋하기 그지없던 박수홍도 중년의 아저씨가 돼있어 많이 놀랐다.
결국 세월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인데 김국진이나
숀코네리처럼 나이가 들어간다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TV가 있었더라면 느낄 수 없는 것들이다.

 

20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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