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동안 애써 그린 만화는 전혀 팔리지 않았다.
이후 그리는 만화들도 생산력이 극히 낮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산력은 바로 돈 아니던가!
당연히도 생활이 안됐다.
사람구실을 할 수 없었다.
가족행사에 가는 것도 지인의 경조사를 챙기는 것도 힘들었다.
공과금 고지서들이 쌓여만 갔다.
벼랑끝에 내몰려 언제 떨어져 죽을지 모르는 삶. 최소한의 안전망을 갖고 싶었다.
막다른 골목에 몰렸을 때 빠져나갈 작은 구멍 하나 말이다.
그리하여 찾은 곳이 혜화동에 있는 노들 장애인 야간 학교다.
수강료 10만원에 5일동안 40시간의 장애인활동보조인 교육을 받았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교장인 박경식 선생께 교육 수료증을 받고 집으로 왔다.
이제 신청을 하고 기관에서 하루동안 교육을
받으면 활동보조인으로 일할 수 있다고 했다.
임금은 보건복지부에서 지급하고
최저생계비에 맞춰 일한 시간만큼 준단다.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몸이 불편한 이의 활동을 돕는 것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다.
근력이 약한 여성 보조인은 근육통을 앓는단다.
무엇보다 감정의 소모가 크다.
육체노동자이면서 감정 노동자인 것이다.
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다.
교육을 받은지 5년이 지난 지금까지 나는 들불 야학의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
만화란게 하다보니 그럭저럭 생활이 되었다.
일본부터 중국 터키 러시아까지 그토록 다니고 싶던 싶던 해외 여행도 다니게 되었다.
솔직히 앞으로의 생활은 모른다.
다시 벼랑끝에 몰릴 수도 있다.
하지만 안심이 된다.
장애인 활동보조인으로 일할 수 있으니 말이다.
막다른 골목에 몰렸을 때 빠져나갈 작은 구멍 하나 있는 것!
별 것 아닌 것에 위로받는 하루다.
생각하니 정말 그렇다.
2022.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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