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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후기

영화 《사일런스》

by 만선생~ 2024. 1. 31.
 
《사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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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스콜세즈 감독이 연출한 영화 《사일런스》를 봤다.
상영 시간이 세시간 가까이 됐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끝까지 보게하는 힘이 있다.
하지만 주인공들의 신앙 행위에 공명을 하진 않는다.
존재하지도 않는 신에 매달려 구원을 갈구하는 모습이 부질없다.
삶이 혹독하니 지푸라기라도 잡고싶은 마음에 기댈 곳을 찾는 것이리라.
영화를 끝까지보게한 가장 큰 요소는 심리묘사다.
성화인 후미에를 밟을 것인가 밟지 않을 것인가!
사람은 누구나 살고싶다.
그 살고싶은 욕망을 초월하는 것이 바로 신앙의 힘이다.
후미에를 밟지않고 죽어나가는 사람들...
그에 반해 목숨을 선택한 사람들이 있다.
주인공인 로드리게스 신부가 그렇다.
배교를 선택한 그이지만 늙어 죽는 순간엔 십자가를 손에 쥐고 있다.
영화를 보면서 불편하게 느꼈던 점은 불교를 장식으로 끼워넣은 것이다.
불교에 대한 존중은 눈을 씻고 찾아볼 수가 없다.
철저히 타자화된 종교로 등장한다.
그럼에도 에도시대 기독교 탄압의 역사를 잘 그렸단 생각이 든다.
원작은 일본 작가 엔도슈사쿠가 쓴 《침묵》이란 소설이다.
작가가 독실한 카톨릭 신자라고 한다.
2
몇년전 엔도슈샤쿠가 쓴 《숙적》이란 두권짜리 소설을 본 적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임진왜란의 제1군 사령관인 고니시유키나와와 제2군
사령관인 가토키요마사의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일본인에게 임진왜란은 관심밖이어서 조선에서 있었던 두 사람의 갈등은 아주 소략하다.
그리고 숙적이란 제목과 달리 주인공은 카톨릭 신자인 고니시 유키나가다.
불교신자인 가토 키요마사에 대한 비중은 적다.
소설을 읽다보면 저도 모르게 고니시에 대한 연민의 감정이 든다.
같은 카톨릭 신도로서 고니시에 감정이입을 하며 썼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가는 외면하고 있다.
고니시가 조선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는지.
상인의 아들로 전쟁을 반대했었지만 전쟁이 시작되자 누구보다 앞장서 조선인을 살육했다.
부산 지하철 공사장에서 나온 유골들은 부산성 전투에서 조선인들이 얼마나 참혹하게
죽었는지를 증명한다.
가토 역시 포악했지만 고니시가 죽인 조선 백성의 수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이러함에도 작가는 크리스찬으로서 고니시의 고뇌를 그리는데 정성을 다했다.
교활하기 짝이없는 일본인의 본색를 드러낸 것이다.
덕분에 《사일런스》란 영화도 살짝 비위가 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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