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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소설 일반 도서

원이 엄마 편지와 소설 <<능소화>>

by 만선생~ 2025. 2. 21.

 

 
 
한겨례 문학상을 수상한 조두진 작가의 "도모유키"란 소설을 읽은 뒤 같은
작가가 쓴 소설을 한 권 더 읽었다.
원이 엄마의 편지를 모티브로 쓴 "능소화"란 소설이다.
분량이 길지않아 하룻만에 다 읽었는데 조금 실망스럽다.
기대에 많이 못미친다.
2006년 기사를 읽으니 영화제작사에 판권이 팔렸다고 한다.
하지만 능소화란 제목의 영화가 없으니 아마도 엎어진듯 하다.
눈물겨운 순애보 영화 한편을 보지 못하게 돼 아쉽다.
대신 책 28쇄를 찍었더라.
알라딘 인터넷 서점서 책구매자 분포를 보니 30대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한마디로 여성향 소설이다.
소설 앞쪽에 끼워져있는 원이 엄마 편지는 읽을 때마다 감동이다.
부부사이가 이토록 애틋할까 싶다.
무엇보다 글솜씨가 좋다.
상황을 미루어 짐작컨대 단 한번에 써내려간 글이다.
그럼에도 엉기는 문장없이 하나로 쭉 이어진다.
글쓰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도 수정을 거듭해야 나올 수 있는 글이다.
아마도 원이 엄마는 평상시 편지를 자주 썼을 것 같다.
사람의 습관이란 무서워서 평상시 글을 쓰지 않았던 이라면 저 상황에서
글 쓸 생각을 전혀 못했을 것이다.
원이 엄마 편지를 읽으며 신선했던 건 소유격인 '~의'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일본식 표현인 '~의'를 너무나 많이
쓰고 있다.
꼭 '~의'를 붙여 문장을 둔탁하게 만든다.
원이 아버님께 올림--병술년 유월 초하룻날, 집에서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어린 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당신 나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져 왔고 또 나는 당신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져 왔었나요.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들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가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 해도 나는 살 수 없어요.
빨리 당신께 가고 싶어요.
나를 데려가 주세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가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내 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이 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 주세요.
꿈속에서 당신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렇게 써서 넣어드립니다.
자세히 보시고 나에게 말해 주세요.
당신 내 뱃속의 자식 낳으면 보고 말할 것 있다 하고 그렇게 가시니, 뱃속의 자식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 하라시는 거지요.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겠습니까.
이런 슬픈 일이 하늘 아래 또 있겠습니까.
당신은 한갓 그곳에 가 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한들 내 마음같이 서럽겠습니까.
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 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 주시고
또 말해 주세요.
나는 꿈에는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몰래 와서 보여주세요.
하고 싶은 말 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

2024.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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