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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샘 그리기 "의병장 희순"과 "1592 진주성" 스토리를 쓴 권숯돌 작가. (본명 권유선)어느덧 세상을 떠난지 100일이 되었다.49일도 아닌 100일.100일이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다.그냥 후배의 권유에 따라 저녁 향을 피우며 술 한 잔 올릴 계획이다.술은 뭐가 좋을까?생전에 좋아하던 술을 올려야는데...그림은 권숯돌 작가와 닮지를 않았다.실물을 잘 못 그린다.캐리커처 역시...나는 만화화 된 그림만 그릴 줄 아는 만화가다. 2024.5.5 2024. 6. 5.
100일 (2) 박향미 작가님께서 배달의 민족을 통해 딸기쉐이크와 커피 그리고 빵들을 보내 주셨다.덕분에 상이 가득하다.빈 공간이 없다."권샘 맛있게 드세요.결국 내 뱃속에 들어가 당지수를 높이겠지만요."이렇게 상을 차리고 향을 피우다보니 기분이 묘하다.권샘이 홀연히 나타나 "정샘"하며 부를 것 같다.난 어릴 때부터 할머니 제사를 지냈고 삽십대 후반부터는 아버지 제사를 지냈다.모두 가족과 함께였다.할머니 또는 아버지가 나타나리란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관례에 따라 제사를 지낼 뿐이었다.그런데 오늘은 느낌이 다르다.아마 나 혼자여서인지도 모른다.만약 권샘이 나타나면 무섭기보다는 무척 반가울것 같다.그리고 술을 권할테다."권샘 >생각보다 안 팔리네요.자고 일어나면 뭔가 대단한일이 일어날줄 알았는데이번에도 역시...".. 2024. 6. 5.
100일 (1) 100일권숯돌 작가 세상 떠난지 100일.향을 피우며 술 한 잔 올렸다.생전에 샘이 빚은 도예 작품과 샘이 쓰고 그린 책들과 함께.죽은 뒤의 세상이 있다고 믿지 않지만 오래된 관습은 그게 아니다.최소한의 의례를 해야 죽은 이가 위로를 받는다고 믿는다.또 만에 하나 영혼이란 것이 있다면 얼마나 서운해 할 것인가!하여 어지럽기 그지없던 방도 조금 치우고 옷도 정갈한 것으로 갈아 입었다.권샘은 딸기를 좋아했다.헌데 마트에 딸기가 없다.할 수없이 평소 비싸서 잘 사먹는지 않는 포도를 샀다.진열을 하니 권샘이 그린 포도 그림과 잘 어울린다.딸기잼은 권샘의 동갑내기 친구인 성현규 샘이 보내준 것이다.딸기 원액이 70% 유기농 설탕이 30%라니 안심하고 드시라.아마 100일이 다가온다고 연락했으면 딸기를 한 상자 보.. 2024. 6. 5.
좋아했던 여자의 뒷모습 내가 좋아했던 여자의 뒷모습.생각하니 머리숱이 참 많았었다.목덜미로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은 어찌도 그리 예쁜지 보고 있으면 현기증이 날지경이었다.내겐 그리도 예뻐보였지만 친구 눈에는 아니었나보다.어느날 여자 사진을 보여주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때 나는 처음 알았다.사진이란게 그 사람이 가진 매력을 다 담아내지 못하는구나.아니 극히 일부만 보여주는 것이구나.한 사람의 매력은 이목구비로만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다.그 사람의 말씨와 행동에서 매력을 느낀다.그 사랑스런 대구 말씨를 녀석은 들어보지 못했던 거다.나긋나긋한 걸음걸이를 보지 못했던 거다.고개를 숙일 때 드러나는 가슴골을 못봤던 거다.지금은 만나려해도 만날 수 없는...책이 나와 보내줄까 하다 마음을 접었다.자기가 죽을 때 가장 생각나는 사람이 .. 2024. 6. 5.
삽화가 정용연 삽화가 정용연5월31일 북콘서트를 앞두고 재단 측에서 한글 파일로 프로필을 정리해 보내달란다.하여 프로필을 쓰는데 잠시 고민에 빠졌다.삽화가로서 경력을 써야하는지 쓰지 말아야하는지판단이 서지 않았다.이제까지 책을 내면서 작가 소개란에 한 번도 삽화 이야기를 쓴 적이 없다.내삶의 본령은 삽화가 아닌 만화이기 때문이다.그런데 얄궂게 만화가로서 경력을 쓰려니 분량이 너무 적다.발표한 작품이 이렇게 적단 말인가?한심한 생각에 삽화가로서 경력도 써넣었다.역시 많지않다.단 네권...내가 그린 동화책 삽화의 전부다.한 때는 삽화를 그려 먹고살아볼까 생각했으나 삽화가로서 역량은 턱없이 부족했다.날고기는 삽화가들이 넘쳤다.무엇보다 일이 재미가 없었다.삽화는 글에 부속되었다.글을 꾸며주는 역할이었다.표지엔 글작가와 함께 .. 2024. 6. 5.
기억 기억은 선택적이다.학교 교과는 책장을 덮는 순간 잊어버리는 반면 어떤 건 기억에 오래도 남는다.특히 프로야구 원년의 기억은 더 그렇다.삼성 라이온즈.응원하는 팀도 아니었는데 세 명의 에이스 투수가 몇승 몇패를 거두었는지 지금도 기억한다.이선희 황규봉 권영호가 나란히 15승 5패를 거두었다.특히 이선희는 개막전 MBC청룡 이종도에게 만루홈런을 맞아 패전 투수가 되고한국시리즈 마지막 순간엔 OB베어스 김유동에게 만루홈런을 맞고 원년도우승을 놓치고 만다.한국 프로야구 사상 비운을 상징하는 가장 극적인 투수가 아닐까 싶다.하지만 개인적으론 삼성의 에이스로 군림하며 높은 연봉을 받았으니 성공한 삶이다.가수 이선희와 함께 가장 유명한 이선희 아닌가! 2024. 6. 5.
이승우 소설집 "오래된 일기" 소설책은 잘 안보는데 호기심이 일어 읽었다.굳이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 주문을 하여 읽은 것이다.정확히는 표제작인 '오래된 일기'라는 단편 소설 한 편을 읽었다.내 보잘 것없는 작은 성취에 마음이 불편할 수도 있는 아니 그럴 것이라고 의심이 되는어떤 이를 생각하며.문장이 좋다.'기억은 평평하지가 않다. 기억 속에선 우뚝 솟은 산맥도 있고 깊게 파인 협곡도 있다.소용돌이는 움푹파인 지점을 중심으로 휘돈다.'규가 주인공에게 하는 대사는 내 마음을 찌른다.'나에게 안 미안한가?'소설 마지막엔 이런 문장이 나오는데 인상깊다.'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로인해 누군가 아파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이 떳떳한 일일까?'이승우란 작가를 처음 알았고 단편 소설 하나를 읽었다... 2024. 6. 5.
역사트레킹 서울학개론 책장을 정리하며 곽작가님이 쓰신 "역사트레킹 서울학개론"을 훑어보는데 안가본 곳이 있다.효령대군 묘역과 사당이 있는 청권사다.방배역 4번 출구에서 불과 50m라니 지나는 길에꼭 한번 가봐야겠다.서울이란 곳이 그렇다.가볼만한 곳은 다 가봤다고 생각하는데 안가본 곳이 꼭 나온다.육군 사관학교가 있는 화랑대역도 곽작가님 책을보고 다녀왔다.덕분에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을 좀더 깊이 알게 되었다.다녀온지 오래된 화계사는 다시 한 번 가봐야겠단생각을 한다.대원군이 썼다는 편액 글씨를 봐야겠다.작품의 주무대가 조선시대 한양인 나로선 서울을 좀더 알아야할 필요가 있다.그런 의미에서 "역사트레킹 서울학개론"은 유용하다.나뿐 아니라 자신이 살고있는 서울이란 공간을 깊이 알고 싶어하는 분들에겐꼭 필요한 책이다.*만화가 곽원.. 2024. 6. 5.
도시의 파파라기 당대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영화 필름이 그렇다.당대 상영 되었던 필름이 남아있지 않아 그 기원을 알 수가 없다.부침이 심했던 한국은 더 그런 것 같다.만화 역시 마찬가지다.한국 만화의 역사를 증명해줄 작품들이 남아있지 않다.만화의 사회적 위치가 낮다보니 원고를 보관한다는개념 자체가 없었다.원고는 출판과 함께 쓰레기통으로 향하였다.책도 아주 소수만 남아 만화 박물관에 가야 겨우 볼 수가 있다.이는 한국 대본소 만화가 활황이던 80년대까지 이어진다.심지어 2000년 무렵 도서대여점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일당백"(곽원일)이란작품도 원고가 남아 있지 않단다.참으로 애석한 일이다.1986년 대본소를 통해 발표된 기업만화 "도시의 파라라기"는 인생 만화라고불릴만큼 내게 큰 영향을 주었다.나는 도시의 파파.. 2024. 6.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