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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적이88

10년 전 일기 2014년 3월 21일 꿈이 아니라 망상을 좇았던 두 친구. 한 친구는 일확천금의 꿈을 좇아 도박장을 전전했고 한 친구는 세상의 수많은 여자를 정복의 대상으로 여기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온 에너지를 쏟았다. 결코 뿌리칠 수 없는 강렬한 유혹! 도박, 여자... 자극에 길들여진 이들은 평온한 일상을 견디지 못하고 더한 자극을 찾아 길을 나선다. 두 친구 가운데 한 친구는 연락이 완전히 끊겼고 한 친구는 사회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채 허드렛일을 하며 어렵게 살고 있다. 2024. 3. 21.
권샘 꿈을 꾸었다 권샘이 세상을 떠난뒤 처음으로 권샘 꿈을 꾸었다. 권샘은 하늘하늘한 흰옷을 입고 있었고 늘 그러하듯 챙이 있는 모자로 햇볕을 가렸다. 권샘은 뜻하지 않게도 매출액 700억 규모의 회사에서 중간 간부로 일을 한다고 하였다. 회사가 하는 일은 좀 생소하다.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어떤 정보를 제공하여 수익을 올린다는 것이다. 또 마침 승진을 하여 회사에서 인정을 받고 있구나 싶었다. 권샘과 나는 월간지 형태의 어느 잡지에 실린 한 화가의 그림을 보았다. 사실과 비구상 사이의 그림으로 잡지 거의 모든 면을 화가의 그림으로 채우고 있었다. 나는 화가와도 인사를 나누었다. 중년의 남자로 양복을 입었으며 난 화가에게 어떤 물감을 쓰는지 물었다. 화가는 친절하게도 물감을 짜보이며 자신이 쓰고 있는 주조색에 대해 설명을.. 2024. 3. 1.
베란다 바깥 풍경 어제 저녁 베란다에서 바라본 풍경. 자연과 인공 불빛이 어우러져 묘한 감정을 자아낸다. 벅차오르면서 슬프기도 한... 의정부로 이사와 10년째다. 큰 변화가 없는 한 계속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살아갈 것 같다. 소망이 하나 있다. 샷시를 바꾸는 것이다. 유리가 30년 가까이 돼가다보니 투명하지가 않다. 또 전에 살던 사람이 뭘했는지 위쪽에 금이 살짝 가있다. 볼 때마다 눈에 거슬린다. 문제는 경제력이다.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형편이 없다. 거기다 샷시는 라운딩이 돼있어 일반 샷시보다 값이 두배 이상이다. 층 수도 높다. 샷시를 말하다보니 그 옛날 중국 송나라가 생각난다. 이전 왕조인 후진의 황제 석경당이 거란에게 할양했던 연운 16주를 되찾는 게 송의 숙원 사업이었다. 결국 연운 16주를 되찾긴 커녕 .. 2024. 2. 28.
조국 신당 조국신당 영입인사 1호. 신장식 변호사. 맘에 든다. 블라디보스톡에 거주 중인 나의 벗 윤형식 선생은 어제 통화 중 조국신당에 가입했음을 밝혔다. 한국 정당 분포도에서 민주당은 중도 보수다. 좀 더 진보적인 정당이 필요하다. 과거엔 정의당이 그 역할을 했으나 어느 순간 변질되어 국민의힘과 별 차이가 없다. 검찰개혁을 위해 눈보라를 맞던 조국을 공격하고 윤석열에 대해선 입도 뻥긋안하던 정의당이다. 이재명 체포동의안에 가결 표를 던졌던게 정의당 의원들이다. 정의당은 남녀갈등을 부추키는 메갈당이 되어버렸다. 진보적 담론은 온데간데 없고 메디컬 페미니즘만 남았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마땅한 정당이다. 이제 변질되기 이전 정의당이 맡았던 역할을 조국신당이 대신하리라. 이 땅을 살아가는 소시민으로서 조국신당의.. 2024. 2. 26.
이제는 뱃속에 들어가고 없는... 이제는 뱃속에 들어가고 없는... 2024. 2. 21.
형 왜 이렇게 늙었어요? 조카가 결혼을 하여 예식장에 갔더니 하객으로 온 6촌 동생이 대뜸 이런 말을 하였다. "형 왜 이렇게 늙었어요." 맞는 말이다. 오랫만에 만났으니 얼굴에서 세월의 흔적을 느꼈을테다. 늙고싶지 않으나 어쩔 수 없이 늙어버렸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설령 그리 보였어도 그 말을 입밖으로 내지 않았음 어땠을까? 인간 관계의 기본은 부정적인 걸 말하지 않는 거다. 솔직하다고 다 좋은게 아니다. 충격적인 것은 6촌 동생의 외모다. 옛날 모습 그대로였다. 거짓말처럼 하나도 늙지를 않았다. 뭘 어떻게 하고 살았는지 나만 폭싹 늙어버린 것이었다. 묻겠습니다. 여러분! 제가 그리 늙어보입니까? 2024. 2. 19.
샤넬 향수 작은형이 해외여행을 다녀오며 식구들 선물을 사왔다. 내게도 선물을 하나 주었는데 샤넬향수다. 작은 형수가 그냥 뿌리는게 아니란다. 뿌리는 방법이 있단다. 형수가 시키는대로 향수를 뿌렸다. 향이 나긴하는데 그렇게까지 좋은 줄은 모르겠다. 갖고있는 2~3만원대 향수와 다를 바 없다. 형수 말로는 샤넬 향수의 특징이 향이 오래가고 나는 향을 잘 못맡아도 가까이 있는 사람은 향을 강하게 맡는단다. 그러면서 향을 적당히 잘 뿌려야지 너무 강하게 뿌리면 역효과가 난다는 말을 하였다. 몇년전 파트리크 쥐스킨트가 쓴 "향수"란 소설을 읽은 적 있다. 향수에 미쳐 살인도 서슴치않는 한 남자 이야기다. 작품 무대는 중세 프랑스 파리. 독일 출신 작가가 파리의 모습을 현미경처럼 자세히 그리고 있어 인상적이었다. 그 소설에 .. 2024. 2. 16.
나와 닮은꼴 배우 임원희 작년 발달장애인 웹툰수업 때 한 학생이 말했다. "선생님 임원희 닮으셨어요." "그래?" "네" 의외였다. 그가 나온 영화를 보면서 한 번도 나와 닮았단 생각을 안했는데... 어느날 단톡방에서 후배 작가와 닮은 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데 나더러 임원희와 닮았다는 것이다. 한 사람도 아니고 두 사람. 그러고보니 어딘가 닮은 면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사람이란게 그렇다. 나와 닮았다고 생각하니 알게모르게 마음이 간다. 사실 임원희 배우는 유승범 감독의 저예산 영화 "악인이여 지옥행 열차를 타라" 이후 주연을 한 번도 맡지 못했다. 조연으로 활동도 왕성하지 못한 거 같다. 얼굴을 보인다 해도 개성파 배우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유해진, 김상호, 김인권 급은 아니다. 그렇다고 잠재력이 없는 건 아니다. 언제가.. 2024. 2. 6.
석수어 石首魚 석수어 아파트 동대표를 하면 좋은게 있다. 명절 때마다 위탁업체에서 선물을 보내오는 거다. 덕분에 명절 기분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동대표를 그만둔 뒤엔 선물을 보내오는 곳이 전혀 없었다. 그만큼 사회적 위상이 낮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세상 어느 누구도 내게 잘보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직장이라도 다니면 명절 날 선물세트를 받을텐데 다들 알다시피 난 무명의 프리랜서다. 유명 작가라면 몰라도 무명에게 선물을 보내는 경우는 없다. 그런데 오늘 뜻하지 않게 출판사로부터 굴비 선물을 받았다. 그 이름도 유명한 영광굴비다. 자료 조사차 책을 읽은 것 말고는 아무 것도 한 게 없는데 단지 계약을 했 다는 이유로 어쨌든 고마운 일이다. 조기를 후라이판에 구우니 노릇노릇 익어 입맛을 더한다. 살을 발라 먹은 뒤 머.. 2024. 2.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