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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적이88

소동파 손님이 와 집근처 식당서 코다리찜 먹었다. 쫄깃쫄깃한 식감이 좋다. 밥을 목는 사이 식당 벽면을 본다. 벽지에 유려한 서예글씨가 인쇄돼 있었다. 흘려 쓴 탓에 무슨 글씨인지 알길 없지만 명필임엔 틀림이 없다. 인주를 보니 소동파라 써있다. 고려와 조선 선비들이 흠모해마지 않던 당송 팔대가 중 한 사람이다. 본명은 소식. 가장 유명한 작품은 적벽부다. 10년전만 해도 무심코 지나쳤을 텐데 요즘 부쩍 서예에 관심이 생긴 탓인지 저절로 눈길이 갔다. (구양수 소동파. 두 사람간의 편지가 구소수간이란 책으로 묶여 나왔는데 책값이 엄청 비싸네요. ㅠㅠ) 2022.1.25 2024. 1. 25.
노무현 시계 지인이 길을 가다 '국회의원 노무현'이라 적힌 시계를 발견하고 내게 연락했다. "챙겨놓을까요?" "그리 해주면 고맙죠" 지인은 회사가는 길이라 바쁘다며 세탁소에 맡겨 놓는다 했다. 누군가는 시계가 고장났다는 이유로 길에 내 놓았을 수 있지만 내겐 평생 간직할 물건이었다. 당장 지인이 말한 세탁소로 달려가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을만큼 바빴고 이래저래 지인에게 연락을 못한채 며칠이 지나고 말았다. "시계 어떻게 됐어요?" "아이쿠. 미안해요. 오늘 제가 세탁소에 갔는데 며칠동안 찾으러오지 않아 버렸다고 하네요." " 아... 뭐...어쩔 수 없죠" 너무나 아까웠다. 아무리 바빠도 그날 바로 찾으러 갔어야는데... 바라건대 시계가 아무렇게나 굴러다니지 않았음 좋겠다. 노무현 대통령을.. 2024. 1. 25.
무엇보다 사람들. 특히 식자층 사이에 빠지지 않고 쓰는 말이 있다. '무엇보다' 이다. 글을 쓸 때도 말을 할 때도 무엇보다는 약방의 감초 이상으로 쓰인다. 무엇보다 이러쿵 저러쿵 하지 않겠습니까? 무엇보다도 제가 강조하고픈 건 이러저러 합니다. 무엇보다도 무엇보다 무엇보다 무엇보다.... 나부터도 무엇보다를 종종 써왔다. 새 단락으로 넘어가거나 말과말 사이를 이을 때 무엇보다를 쓰지 않으면 어딘가 허전하다. 주위를 환기 시키거나 강조할 때 이만한 말도 없다 싶다. 그런데 사용빈도가 너무잦은 게 문제다. 너나없이 습관적으로 쓰는 말은 쓰고싶지 않다. 모두가 한 곳으로 휩쓸려갈 때 나홀로 남고 싶은 심리랄까. 무엇보다 작가란 자신만의 언어를 개발해야 하는 존재 아니던가! 그러니까 무엇보다도.... 2024. 1. 24.
태봉 목간 유물 https://v.daum.net/v/20231115201255504?fbclid=IwAR1LvWKuV1GB9QsEanWrn-gxIGOc4XeGdmD879L4ES5SioOMc6JdIlZxtOI 내가 다녀온 양주 대모산성에서 궁예의 나라 태봉 유물이 나왔단다. 목간에 쓰여진 글씨 123자. 가장 눈에 띄는 건 정개라는 연호다. 신라, 고려, 조선에선 감히 쓰지 못했던 연호를 태봉국에선 쓰고 있었던 거다. (고려는 일시적으로 연호를 썼었고 조선은 나라가 기울어가던 대한제국 시절에 겨우 썼다.) 태봉국 시절 중국은 혼란기였다. 강력한 통일왕조가 들어서지 못한채 수많은 나라가 명멸하고 있었다. 때문에 중국 눈치를 보지않고 독자적인 연호를 쓸 수 있었다. 한반도 중부지방에 18년간 존속했던 나라 태봉. 궁예는 왕.. 2024. 1. 17.
의뢰 받음 한 유명 출판사로부터 작품 의뢰를 받았네요. 어린이 만화 스토리를 써달란 거예요. 그림은 아니고 스토리만. 그래서 내친김에 그림 콘티까지 짜주겠다고 했어요. 그림 콘티는 스토리를 쓰며 늘 해오던 일이거든요. 덕분에 2024년엔 스토리 작가로 데뷔를 하게 생겼습니다. 일반 창작물이 아닌 시리즈물이지만 그래도 그게 어딘가요. 저에게 작업을 의뢰한 편집자님께 감사 드립니다. 이전에도 도움을 많이 주셔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리 또 새로운 길을 열어주시네요. 물론 저야 만화가로서 정체성을 죽을 때까지 가져가겠지만 스토리 작가로 활동을 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싶습니다. 따지고보면 만화가란 말 속엔 스토리작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다른 것이 있다면 남에게 제공하는 스토리냐 내가 그리기 위해 쓰는 스토리냐죠... 2024. 1. 12.
김치 냉장고 김치 냉장고 떠나보냄. 고장은 안났지만 쓸 일이 없고 괜히 자리만 차지. 그 옛날 어머니가 쓰라며 줬을 때도 이미 중고였음. 아파트 경비 분께서 처리 비용을 받지 않네. 아마도 쓸 사람이 나타날 듯. 무생물이지만 오랫동안 함께 했던 물건이라 아쉬운 마음이 아주 없지는 않다. 2023.12.31 2024. 1. 1.
낙성대 인헌시장 낙성대역 인헌 시장에서 본. '금일 사망'이란 말에 뜨악했다. 생선에게도 사망이란 말을 쓰나? 유머라 하기에도 그렇고. 적절한 표현은 아닌 듯 하다. 인헌은 귀주대첩을 이끈 강감찬 장군의 호. 장군이 태어난 마을을 인헌동이라 하고 그 마을에 있는 시장을 인헌 시장이라 한다. 낙성대가 강감찬 장군께서 태어날 때 별이 떨어진 곳이란 걸 모를 이는 없을테고. 인헌시장엔 곽원일 작가가 살고 그리 멀지않은 난곡엔 정재훈 작가가 산다. 정재훈 작가의 작품 "난곡 네번째 별"에서 네번째 별은 북두칠성에서 네번째 별인 문곡성을 가리킨다. 바로 강감찬 장군의 별이다. 곽원일 작가가 시의 지원을 받아 도서관을 열 계획이라는데 도서관 이름이 '강감찬 만화 도서관'이다. 올 한 해 유일하게 본 드라마가 KBS대하사극 "고려거.. 2024. 1. 1.
아버님 어디 문의할게 있어 전화하는데 자꾸 아버님이래. 그렇게 나이들어보이는 목소린가? 자식없는 사람이 아버님 소리 들으니 짜증난다. 위에 아버님 글. 예상치 않게 많은 댓글이 달렸네요.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법한 일이라 공감을 불러 일으켰나봅니다. 일일이 댓글을 달아드려야 마땅하나 양이 너무 많아 달기가 힘드네요. 바쁘게 해야할 작업도 있고요. 글로나마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 2019. 12.24 2023. 12. 26.
파레트 교회 크리스마스 하루전 날인 어제 낙성대역 가까이 있는 파레트 교회에 다녀왔습니다. 파레트 교회는 만화 작가이자 목사인 곽원일님께서 사역중인 교회인데요. (사역이란 표현이 맞나요?) 목사님 설교를 듣고 교인들과 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사모이신 마미 선생님도 처음으로 뵈었고요. 마미 선생님은 일본인이신데 곽목사님을 따라 한국에 와 함께 생활하고 계십니다. 이름이 가와모토 마미에서 남편 성을 따라 곽마미라 변했다고 합니다. 한국에 온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도 한국말을 참 잘하시더라고요. 제 뒤자리에서 남편의 설교 내용을 한 일본인에게 통역을 해주시는데 참 잘한다 싶었습니다. 전 전혀 알아듣지 못하지만요. 교양이 느껴지는 말투. 곽작가님 결혼 정말 잘하셨네요. 식사를 마치고선 목사 내외 그리고 교인들과 다과를 앞.. 2023. 1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