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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적이192

아이크림 명절이라 집에 갔더니 어머니가 놀라셨다.너희 형제들 중 니가 가장 늙어보인다고.혼자살아 고생이 많아 그런 것 같다고.그러면서 명절이 끝난 뒤 아이크림이란 걸 한 보따리 보내주셨다.하지만 잊어먹고 잘 바르지 않는다.이따금 생각날 때마다 바를 뿐이다.지금까지 산에 갈 때도 썬크림 같은 걸 바르지 않았다.햇빛에 노출되면 피부노화가 빨라진다는 걸 알면서도 그냥 산을 올랐다.아니 피부노화 따윈 나에겐 예외란 생각이 들었다.왜냐면 나이에 비해 피부가 좋다는 얘길 듣고 살았으니.그런데 오늘 외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거울을 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관리를 하지 않으면 피부노화가 빨라질 수밖에 없구나 싶다.십대 시절엔 결코 생각할 수 없었던 오십대 중후반.지나온 세월이 믿기지 않는다.내가 십대 시절 그러했듯 요즘 십.. 2025. 1. 10.
풍성한 머리카락 웹드라마의 한 장면.여주인공 머리숱이 인상적이다.이렇게 풍성한 머리카락이라니.나날이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있는 입장에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보니까 머리카락은 남자만 빠지는게 아니다.여자도 나이를 들어가며 머리카락이 가늘어진다.풍성한 머리카락을 가진 이들에 비해 건강미가 덜하다.아무래도 매력이 떨어진다.이를 커버하기 위한 것이 붙임머리고 파마 머리다.파마를 하면 한결 풍성해보인다.그런 면에서 나이를 들어서도 풍성한 모발을 가지고있다면 엄청난 복이 아닐 수 없다.내 나이 스물한살.좋아하던 여자가 편지에 사진을 한장 동봉했는데 지금보니 머리가 엄청 풍성하다.삼단같은 머리결이다.그로부터 오래 시간이 흐른 지금도 머리카락이 풍성한지 궁금하다. 2025. 1. 10.
보일러 여행갔다 집에 돌아오니 보일러가 이상하다.아무리 난방 버튼을 눌러도 냉방이다.뜨거운 물은 콸콸 쏟아지는데 방은 따듯하지 않으니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다.뜨거운 물이 나오는 걸로 봐서 보일러가 터진 건 아닐테고...워낙 신경이 무딘지라 하루를 그냥 보냈는데 다음날이 돼도 여전하다.할 수없이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했다.전화한지 두어 시간만에 직원이 와 보일러를 보더니 보일러가 오래돼서 그렇단다.몇년식이냐고 묻자 2007년식이란다.그러면서 이리 와보란다.“여기 모터 페달에 먼지가 끼어서 그래요.”그러더니 드라이버로 먼지를 싹 한번 닦아내자 윙하고 모터가 돌아가는 것이었다.“이제 곧 따듯해질거예요.”세상에 이렇게 간단한 일이라니 허무했다.출장비를 물으니 2만원이란다.평일은 1만5천원인데 주말이라 5000원 더 비.. 2025. 1. 10.
양많이 전에 간 국수집에서 '양많이'를 달라고 했다.양많이를 주문했으니 분명 양이 많아졌을텐데 잘 모르겠다.맛은 그대로다.맵고 달고 또 시고...한마디로 맛있다.양많이를 시켰으니 일이천원 더 나오리라생각하고 오천원짜리 하나와 천원짜리 두어장을 꺼내드는데 값이 그대로다.오천원 내고 오백원을 거슬러받았다.4500원짜리 외식을 부담없이 할 수 있는 나.부자인 거 맞지요?2020.1.9 2025. 1. 9.
잉크 가게 프린터 잉크가 떨어져 잉크 가게에 갔더니 문이 닫혀있었다.평일인데다 시간은 5시. 아직 문닫을 시간은 아니었다.출장 중인가 싶어 가게에 적혀있는 핸드폰 번호를 두드렸다.주인이 전화를 받는다.볼일이 있어 시내 나갈려고 의정부역에 나왔다며 급한 일이냐 묻는다.여기서 시내란 서울을 말한다.의정부도 번화한 도시지만 개념상 시골이다.서울 일극사회라 인구 300만이 넘는 부산조차 시골로인식하는게 서울 사람들이다.나는 주인에게 오늘 중으로 서류를 완성해 내일 아침 넘겨야한다고 말했다."급한 일인가요?""없으면 아쉽죠.""괜찮으시면 10분만 기다려 주실래요?""네"가게앞에서 10분 쯤 시간을 보내니 주인이 나타나 문을 연다.그리고 잉크를 건넨다.값은 16,000원이다.이것 때문에 가던길을 되돌아오게 해 조금 미안한 생.. 2024. 12. 31.
라면 생각 2017년 12월 30일 · 라면을 먹고싶단 생각이 굴뚝같이 들어 수퍼에 가려했으나 몸은 꼼작도 하기 싫었다. 대신 어제 산 바나나를 먹으며 허기를 달랬다.더하여 해바라기 씨를 먹는다. 그럼에도 라면 생각은 떠나지 않아 수퍼에 가려했으나 문닫을 시간이 다돼 바나나 하나를 더 먹었다. 청하도 한 잔 마셨다. 그럼에도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 라면이다. 끓는 물에 면과 스프를 넣고 계란을 풀어 넣으면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맛이렸다. 돌아보면 내 인생에서 가장 즐겨했던 음식은 라면이었다. 지금까지 끓여 먹거나 생으로 씹어먹은 라면의 수를 합치면 내가 살고있는 의정부 2동 주민의 수만큼은 될 것 같다. 라면을 먹으며 공복을 달랬고 게으른 남자의 상징인 뱃살을 불렸다. 후루룩 후루룩 쩝쩝쩝...라면먹는 .. 2024. 12. 30.
목하目下 열애 중 누군가 목하目下 열애 중이어서 축복해주었다.오랫동안 외로웠던 세월에 대한 보답 같아 기분이 좋다.부럽단 생각을 하면서도 시기 질투의 마음이들지 않았다.절대 헤어질 수 없는 사이로 관계가 진척되길 바란다. 2024. 12. 29.
방문자들 하나님의 교회 사람들이 다녀갔다.지난 번 문을 열어준데 이어 두번째.커피를 대접하며 잠시 얘기를 나누었는데 세상에 이렇게 착한사람들이 있나 싶을 정도였다.주류 기독교계에서 배척을 당하는 입장에 서 있게 때문이지겸손함이 몸에 배여있는 것 같다.연말행사에 참석해달라는 그들의 부탁을 거절했다.일년 열두달 밥먹고 똥싸는 일 외에 아무할일이 없다면 한 번쯤가볼수도 있겠지만 나에겐 만나는 사람이 있고 마무리 지어야 하는일도 있다.나의 소중한 시간을 종교단체의 세를 불리는데 쓸 수는 없는 것이다.세상은 상대적인 것으로 가득차있다.내겐 별 의미없는 일이 어떤 이들에겐 절대적 과제이기도 하다.죽어지면 흙으로 돌아간다는 이 단순한 명제가 누구에게는평생의 화두가 되고 종교적 신념으로 발전, 사람을 죽이고 전쟁을일으키기도 한.. 2024. 12. 24.
2015년 12월 23일  ·  꿈에 흰옷을 즐겨입던 나의 첫사랑이 트럭을 몰고 있었다.길기도 하지만 높이는 아주 높아서 10m 가까이 되는.언제 바닥으로 곤두박질 칠 지 모르는 위태로움속에서도 나는 행복했다.그 애와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 가슴이 설레는 일이었으니까.그애가 도착한 것은 직원 수가 10여명 쯤 되는 작은 회사였다.사장은 아주 열정적인 사람으로 그 애를 아주 신뢰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알아보니 그 얘는 그 곳 서열 2위로 아랫사람들에게도신망을 받고 있었다.나는 너무나 당연히 그 애와 그애 집으로 갈거라 생각했는데 젊고 잘생긴남자가 들어와 그애 어깨에 손을 얹는 것이었다.아... 두 사람 사귀고 있구나.알 수 없는 절망감이 내 온몸을 무너뜨렸다.어떻게 해야하는 거지?이후엔 기억이 없다.이불 .. 2024. 1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