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222 권샘 그리기 "의병장 희순"과 "1592 진주성" 스토리를 쓴 권숯돌 작가. (본명 권유선)어느덧 세상을 떠난지 100일이 되었다.49일도 아닌 100일.100일이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다.그냥 후배의 권유에 따라 저녁 향을 피우며 술 한 잔 올릴 계획이다.술은 뭐가 좋을까?생전에 좋아하던 술을 올려야는데...그림은 권숯돌 작가와 닮지를 않았다.실물을 잘 못 그린다.캐리커처 역시...나는 만화화 된 그림만 그릴 줄 아는 만화가다. 2024.5.5 2024. 6. 5. 100일 (2) 박향미 작가님께서 배달의 민족을 통해 딸기쉐이크와 커피 그리고 빵들을 보내 주셨다.덕분에 상이 가득하다.빈 공간이 없다."권샘 맛있게 드세요.결국 내 뱃속에 들어가 당지수를 높이겠지만요."이렇게 상을 차리고 향을 피우다보니 기분이 묘하다.권샘이 홀연히 나타나 "정샘"하며 부를 것 같다.난 어릴 때부터 할머니 제사를 지냈고 삽십대 후반부터는 아버지 제사를 지냈다.모두 가족과 함께였다.할머니 또는 아버지가 나타나리란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관례에 따라 제사를 지낼 뿐이었다.그런데 오늘은 느낌이 다르다.아마 나 혼자여서인지도 모른다.만약 권샘이 나타나면 무섭기보다는 무척 반가울 것 같다.그리고 술을 권할테다."권샘 >생각보다 안 팔리네요.자고 일어나면 뭔가 대단한일이 일어날줄 알았는데 이번에도 역시.... 2024. 6. 5. 100일 (1) 100일권숯돌 작가 세상 떠난지 100일.향을 피우며 술 한 잔 올렸다.생전에 샘이 빚은 도예 작품과 샘이 쓰고 그린 책들과 함께.죽은 뒤의 세상이 있다고 믿지 않지만 오래된 관습은 그게 아니다.최소한의 의례를 해야 죽은 이가 위로를 받는다고 믿는다.또 만에 하나 영혼이란 것이 있다면 얼마나 서운해 할 것인가!하여 어지럽기 그지없던 방도 조금 치우고 옷도 정갈한 것으로 갈아 입었다.권샘은 딸기를 좋아했다.헌데 마트에 딸기가 없다.할 수없이 평소 비싸서 잘 사먹는지 않는 포도를 샀다.진열을 하니 권샘이 그린 포도 그림과 잘 어울린다.딸기잼은 권샘의 동갑내기 친구인 성현규 샘이 보내준 것이다.딸기 원액이 70% 유기농 설탕이 30%라니 안심하고 드시라.아마 100일이 다가온다고 연락했으면 딸기를 한 상자 보.. 2024. 6. 5. 좋아했던 여자의 뒷모습 내가 좋아했던 여자의 뒷모습.생각하니 머리숱이 참 많았었다.목덜미로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은 어찌도 그리 예쁜지 보고 있으면 현기증이 날지경이었다.내겐 그리도 예뻐보였지만 친구 눈에는 아니었나보다.어느날 여자 사진을 보여주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때 나는 처음 알았다.사진이란게 그 사람이 가진 매력을 다 담아내지 못하는구나.아니 극히 일부만 보여주는 것이구나.한 사람의 매력은 이목구비로만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다.그 사람의 말씨와 행동에서 매력을 느낀다.그 사랑스런 대구 말씨를 녀석은 들어보지 못했던 거다.나긋나긋한 걸음걸이를 보지 못했던 거다.고개를 숙일 때 드러나는 가슴골을 못봤던 거다.지금은 만나려해도 만날 수 없는...책이 나와 보내줄까 하다 마음을 접었다.자기가 죽을 때 가장 생각나는 사람이 .. 2024. 6. 5. 삽화가 정용연 삽화가 정용연5월31일 북콘서트를 앞두고 재단 측에서 한글 파일로 프로필을 정리해 보내달란다.하여 프로필을 쓰는데 잠시 고민에 빠졌다.삽화가로서 경력을 써야하는지 쓰지 말아야하는지판단이 서지 않았다.이제까지 책을 내면서 작가 소개란에 한 번도 삽화 이야기를 쓴 적이 없다.내삶의 본령은 삽화가 아닌 만화이기 때문이다.그런데 얄궂게 만화가로서 경력을 쓰려니 분량이 너무 적다.발표한 작품이 이렇게 적단 말인가?한심한 생각에 삽화가로서 경력도 써넣었다.역시 많지않다.단 네권...내가 그린 동화책 삽화의 전부다.한 때는 삽화를 그려 먹고살아볼까 생각했으나 삽화가로서 역량은 턱없이 부족했다.날고기는 삽화가들이 넘쳤다.무엇보다 일이 재미가 없었다.삽화는 글에 부속되었다.글을 꾸며주는 역할이었다.표지엔 글작가와 함께 .. 2024. 6. 5. 재일교포 3세 여자와 홋카이도 여행 중 동석한 여자는 두 다리를 뻗어 차유리 앞으로 걸쳤다.한결 편해보였다.이런저런 대화가 이어지다 어느 순간 말이없다.그리고 가볍게 코를 골았다.많이 피곤했던 모양이다.나는 그녀의 코고는 소릴 자장가 삼아 끝도 없는 어둠 속을 질주했다.신기한게 일본은 속도 단속이 거의 없었다.대신 정지선에 대해선 엄격했다.나는 운전 중 피곤할 때 차를 세우고 좌석을 뒤로 눕히며 쉰다.그리고 다리를 차유리 앞으로 올려놓는다.한결 편하다.피가 잘통해서인 것 같다.거실에서도 탁자에 다리를 걸치고 누우면 그리 편할 수 없다.재일교포 3세 여자와 한동안 통화를 하며 지낸 적이 있다.이성의 감정이 거의 없는 오빠 동생 사이였다.여자는 여느 재일교포와 달리 한국말을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하였다.덕분에 나는 재일교포 사회.. 2024. 6. 5. 장애인 인권선언 우리 모두는 잠재적 장애인입니다.아무리 건강한 사람도 어느 한 순간 장애를 가질 수 있습니다.사람의 운명은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전정현 선생은 제 오랜 이웃 블로거입니다.블로그 활동을 소홀이 하다보니 자연 소식이 끊겼다가 얼마전 페북을 통해 다시만났더랬습니다.헌데 숙제를 주셨네요.저를 지목하여 '장애인 인권 헌장' 제3 조와 제4 조를 필사하도록 한 것입니다.덕분에 모처럼 손글씨를 써봤습니다.몇해전 장애인활동보조인 과정을 이수 했더랍니다.무슨 대단한 인류애가 있어서가 아니라 만화로 돈을 전혀벌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교육을 받았던 거지요.말하자면 보험인 셈입니다.목적이 어떻든 활동보조인 교육을 받으며 느낀 것들이 있습니다.이나라에서 장애인으로 살아가기가 참으로 어렵다는 .. 2024. 4. 23. 영화 감독, 남의 떡이 커보인다. 영화 감독 선배네 집에 놀라갔더니 영화 감독이란 사람이 와 있어 인사를 했다. 들으니 입봉을 못한 감독이었다. 단편 영화는 몇 편 만들었으나 장편 영화는 만들어보지 못한 것이다. 입봉이란 업계 용어로 장편 상업 영화를 극장에 내거는 것을 말한다. 소설가 지망생들이 자신의 작품을 자비 출판이 아닌 이윤을 목적으로 일반 출판사에서 책을 내보는 게 것이 꿈이다. 마찬가지로 영화인들에게는 자신이 연출한 장편 상업 영화를 극장에 내걸어보는 것이 꿈이다. 입봉을 해야 비로소 영화 감독으로 인정을 받는 것이다. 그는 중고차 시장에서 자동차를 판다고 했다. 자동차를 팔아 생계를 유지한다. 그는 만화가가 부럽다고 했다. 제작비를 따로 들이지 않고 작품을 그릴 수 있으니 얼마나 좋냐는 것이다. 영화는 아무리 좋은 시나리오.. 2024. 4. 4. copyright copyright 책 첫 페이지 혹 마지막 페이지 정보란엔 카피라이트 copyright가 표기돼 있다.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나타내는 국제공용어다.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약했던 80년대엔 카피라이트 표기를 하지 않았다. 대신 저자 인지를 붙여 책이 얼마만큼 팔리는지 알 수있게 하였다. 만약 3000권을 찍었다면 도장을 3000번 찍어야 했다. 책이 몇백권 정도 나가면 별 일 아니지만 몇만권 단위로 나가는 베스트셀러라면 중노동이다. 가족이 나서 도장을 찍어야한다. 행복에 겨운 비명이다. 출판사와 작가의 신뢰가 두터우면 인지 대신 '저자와의 협약으로 인지생략'이란 문구를 써넣는다. 그러함에도 분쟁이 그치지 않았다. 출판사에서 작가에게 판매부수를 속인다는 것이다. 출판사에선 맘만 먹으면 도장 따윈 얼마든지 위.. 2024. 4. 4. 이전 1 ··· 10 11 12 13 14 15 16 ··· 2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