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생활24 호구 통 연락도 없던 친구 녀석이 갑자기 술을 사겠다고 해서 나갔다.녀석은 술 마시는 내내 내 이야기는 들을 생각도 안하고 자기 이야기만 했다.옛날엔 힘들게 살았는데 어찌어찌해서 이제 자리를 잡고 산다등등 모두 자기 자랑이었다.자기가 잘 살아왔다는 것을 누군가에게 확인하고 싶었던 모양이다.그 대상은 나였고.오리고기를 먹고 노래방에가 도우미를 불러 함께 놀았지만 즐겁지 않았다.친구 녀석은 홀로 사는 내게 호의를 베풀었다고 생각하겠지만 고맙단 생각은티끌만큼도 들지 않았다.시간만 아까울 뿐이었다.만나면 자기 이야기만 일방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내가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 아니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대개는 상대에 대한배려가 없어서다.나의 존재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대상으로만 존재할 뿐이다.이런 사람들을 만나면 정.. 2024. 10. 12. 아버님이 육사 교수 고등학교 때 반에서 1등을 한번도 놓치지 않는 친구가 있었다.담임선생은 당연히 서울대에 들어갈 거라 했다.모두의 부러움을 받던 친구.사실 친구라고는 할 수 없다.같은반 학생일 뿐.나는 그 친구를 기억해도 그 친구는 나를 전혀 기억못할 것이다.나중에 들으니 서울대 대신 연세대 의대를 들어갔다고 한다.모르긴해도 우리 사회의 엘리트로 잘 살아가고 있을 테다.왜 그 친구 얘기냐면 얼마전 만난 같은반 친구로부터 1등하던 그 친구 아버님이야기를 들어서다.아버님이 육사 교수였다는 거다.역시 그랬구나 싶었다.아버지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그렇게 아들에게 이어지는 것이었다.가난한집 아이는 공부를 잘하기 힘들다.이재명 같이 특별한 머리와 특별한 의지가 없는 한 계층상승을 이루기란가불가능에 가깝다.나역시 가난한집 아이로 태어나.. 2024. 10. 11. 마이크 타이슨 어록 전 세계 헤비급 챔피언 마이크타이슨에겐 어록이 있다.'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나에게 쳐맞기 전엔.'마이크 타이슨 전성기 때 보여준 폭발력은 이 말이 허언이 아님을 증명한다.헤비급 치고는 작은 키(178cm)로 그보다 훨씬 큰 선수 들을 링에 누이는장면들을 보노라면 전율이 일곤 하였다.스승인 커스 다마토 사망 이후 타이슨을 통제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천문학적인 돈을 벌었고 수많은 사람이 그 돈을 뜯어 먹으려 하이애나처럼덤볐다.그 과정에서 성폭행으로 몇년간 감방살이를 하고 홀리필드의 귀를 물어뜯는기행을 벌이기도 했다.엄청난 낭비벽으로 그 어마어마한 돈을 다쓰고 알거지가 되었다고도 한다.하지만 그의 명성은 사라지지 않았다.다양한 쇼프로그램에 출현해 존재감을 알렸고 대마초가 합법인 주에서대마초 사.. 2024. 10. 8. 연대 중퇴생 네비가 없던 시절.서울시내 운전 중 길을 몰라 방배동 사거리 어디메 쯤에서 내려 길을 물었다.어? 넌 강**야! 정용연 너 오래간만이다.고등학교 졸업 이후 처음 만난 친구.고등학교 1학년 때 지방 어느 도시에서 전학왔는데 많이 낯설었단다.그 때 내가 참 잘대해줘 고마웠다는 말을 했다.녀석은 나름 성공한 장사꾼으로 변해 있었다.녀석이 술자리에서 말하길 거래처 직원들이 자길 무시하는것 같아 거짓으로 자기가 연대를 중퇴했노라고 슬쩍 흘려 말했단다.그 뒤는 말하나마다.자기를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단다.연락이 끊겼지만 녀석은 아직도 주위사람들로부터 연대 중퇴생으로 인식되고 있을테다.사람들은 생각한다.저 사람이 모양은 저래도 뭔가가 있을 거야.명문대생이었잖아.학력이 서열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작용하는 한국.. 2024. 10. 6. 근우형 2 이태만에 연락이 된사람과 두시간 반동안 통화했다.수화기를 내려놓고 보니 그 사람은 나에대한 이야기는 한마디도 묻지않았다.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얘기만 했다.이야기 말미엔 자신이 얼마나 모험을 감행하며 살았는지를 자랑했다.인도와 파키스탄 국경어딘가에서 위험을 무릅쓰고어디 어디를 지나왔다는 무용담이었다.현실에 안주하며 살아가는 여느 사람들과 다르다는 말을 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근래 내신상의 가장 큰 변화는 일요 신문에 작품을 연재하게 된 것이다.나는 은근 자랑삼아 톡으로 그 사실을 알려주었다.그 사람은 답으로 한장의 사진을 보내왔다.내 톡과는 전혀 상관없는 내용의 사진이었다.내 소식 따윈 하나도 궁금하지 않다는 태도였다.어쩌면 애써 무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참고로 그 사람은 한 때 만화작가로서 나와는 오랫.. 2024. 10. 6. 중국 드라마 페이스북을 통해 반복적으로 선보이는 중국 드라마가 있다.내용은 각기 다르지만 표절이라 해도 될만큼 상황 전개가 똑같다.최하류층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알고보니 어마어마한 재벌 회장님이란 설정이다.주변 인물들은 하나같이 돈을 최고로 여기는 물신 숭배주의자들이다.없는 사람을 발톱의 때만큼도 여기지 않는다.속으론 그리 생각하는지 몰라도 겉으론 내색을 하지않는 인간으로서 갖춰야할최소한의 도리도 없다.드라마의 결말은 알 수가 없다.회원가입을 하고 돈을 지불해야만 볼 수가 있다.어떻게 저런 드라마가 반복적으로 만들어질까?소비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중국은 부의 불평등이 심각하다.가진 사람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이 가지고 있는없는 사람은 하루 세끼 식사도 벅차다.급속한 경제발전으로 졸부들이 늘어나는 반면 그로부터 .. 2024. 10. 6. 말끝을 흐리는 버릇 내겐 말끝을 흐리는 버릇이 있었다.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몰라 확답을 피했던 것 같다.당연 우유부단한 사람으로 찍혀 넌 늘 그렇지 하는 소리를 들었다.근래 어느 자리에서 아닌 걸 아니라고 재차 말한 적 있다.듣고 있던 후배님께서 시간이 지난 뒤 조용히 나의 태도를 칭찬해주었다.또 하나의 일은 어느 자리에 참가할 수 없다고 나의 입장을 밝힌 점이었다.가고싶지만 선약 때문에 갈 수없는 자리였다.그런데 이게 뭔가?옆에 있는 이로부터 나의 분명한 태도가 좋다는 칭찬을 들었다.마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말은 종종 그 사람을 정의한다.2009년 한겨레신문에 한컷짜리 에세이 그림을 시작할 때 담당기자가 짤막한 소개글을 써주었다.정용연은 사라져가는 것에 관심이 많은 젊은 만화가라고.그 말 때문인지 내 스.. 2024. 10. 2. 벤 존슨 1988년. 서울 올림픽.100m 달리기에서 캐나다 벤 존슨은 경쟁자인 미국의 칼 루이스를 누르고금메달리스트가 되었다.압도적인 차이였다.금메달 뿐 아니라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세계 기록도 갈아치웠다.육상 영웅의 탄생.그의 앞날은 장밋빛으로 가득차 있었다.현재 우사인 볼트가 누리고 있는 영광만큼이나 벤 존슨은 그 영광을 누리게 될 터였다.하지만 얼마 뒤 벤 존슨은 도핑 테스트 검사 결과 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드러나충격을 주었다.금메달은 곧 박탈되었고 2위인 칼 루이스에게 메달이 돌아갔다.뿐만 아니라 육상연맹에서 영구 제명되었다.가장 영예로운 자리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스포츠 스타.사람들은 혀를 찼고 벤 존슨은 더러운 스포츠맨쉽의 상징이 되었다.이후 벤 존슨의 삶에 대해선 잘 알려져 있지 않다.막바지 선수 생.. 2024. 9. 26. 길거리 차력사와 약장사 80년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거리에선 종종 약장사들을 볼 수 있었다.그들은 차력사들을 동원해 눈길을 끌었다.해머로 배 위에 올려놓은 벽돌을 깨는 것은 물론 입에서 불길을 내뿜는차력사들의 모습은 아찔했다.저러다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보는 내내 떠나지 않았다.다행히 다치는 모습을 본적은 없다. 하지만 저렇게라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처지가 안타까웠다.내 마음을 더 심란하게 했던 것은 함께 약을 파는 여인들이었다.이들의 임무는 손님에게 약을 건네고 돈을 걷는 것이었다.손님 대부분이 남자이다보니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서라도 여성들이필요했을 것이다.그런데 이들은 한결같이 나이가 많았다.눈가 주름을 가리기 위해 분을 진하게 바른 얼굴을 바라보노라면 절로측은지심이 들었다. 더구나 입술에 칠한 빨간 립스.. 2024. 9. 13.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