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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적이192

안경을 벗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안경을 써오다 지난해 말 안경을 벗었다. 다초점 인공수정체 수술을 한 것이다. 기대만큼 시력이 좋아진 건 아니지만 안경을 쓰지 않아도 되니 좋긴 하다. 평생동안 써온 안경이라 무의식중 안경을 쓰며 했던 행동을 하곤 한다. 세수 뒤에 안경을 찾거나 거리를 걷다 안경이 없는 걸 깨닫고 불안감을 느끼는 등등이다. 안경은 얼만큼 한사람의 인상을 결정짓는 걸까?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현세 만화의 빌런인 마동탁은 안경을 써서 더욱 거만해 보인다. 정가네소사의 우리 외할아버지는 둥근 안경을 써 식민지시대의 인텔리로 보인다. 배금택 만화 영심이에서 영심이를 좋아하는 안경태는 안경을 써 소심한 모범생으로 보인다. 옛날 어른들은 여자가 안경을 쓴채 고개를 들고 다니면 버르장머리가 없다며 혀를 차기도 했.. 2023. 11. 14.
100권 사인 100권 사인을 보냈다. 숫자가 맞지 않아 중복된 사인이 있나 찾아봤더니 중복 사인이 있었다. 칼로 내지를 잘라낸 뒤 다시 다시 하였다. 그럼에도 명단에서 1권이 모자라 내가 가지고 있는 책으로 사인을 하였다. 101권의 사이본 책. 택배회사 직원에게 물으니 빠르면 월요일 늦으면 화요일 도착할 거라 했다. 무게로 요금을 매기는 우체국과 달리 덩어리로 요금을 매기는 거 같아 다행이었다. 책을 낸 작가만이 가질 수 있는 이벤트. 책이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하면 이벤트는 마무리 된다. 2022년 11월 12일에 쓴 일기 2023. 11. 12.
두가지 꿈 두가지 꿈. 하나 윤석열이 작은형 회사의 직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난 윤석열의 비위 사실을 사장인 형과 직원들 앞에서 낱낱이 고발하였다. 형은 나의 용기를 칭찬했다. 나는 당장 윤석열이 잘리는 줄 알았다. 헌데 이상하게도 형은 윤석열을 내치지 않고 자기 사람으로 끌어안았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저놈은 형 등에 칼을 꽂은 배신자라고. 제발 좀 짤라. 짤르라고" 나의 소리는 형에게 전달되지 않고 어둠 속에 흩어져 맴돌 뿐이었다. 둘 그림을 잘 그리기로 유명한 선배 만화가 K선생님께서 내게 데셍을 부탁해오셨다. 데셍고료가 상당하였다. 무엇보다 실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 기뻤다. 그분의 데셍이라니. 언감생심 꿈도 못꿀 일인데 눈앞에 현실로 나타나니 황홀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당장의 내 원고가 급해 그 분.. 2023. 11. 12.
요새 노래 장미빛~ 장미빛~ 스카프만 보면은 내 눈은 빛나네~ 걸음이 멈춰지네~ 오늘 아침에도 노래를 흥얼거렸는데 역시나 80년대 노래다. 어제는 우순실의 '잃어버린 우산'을 흥얼거렸다. 90년대 노래도 흥얼거리지만 빈도 수가 낮고 2000년대는 코요태가 부른 파란이나 패션을 흥얼거리는게 전부다. 요새 노래는 하나도 모르겠다. 들어도 귀에 안들어온다. 젊은이들의 생활과 감성을 알아야는데 쉽지 않다. 세대차이란 말이 그냥 나온게 아니지 싶다. 그리고 왜색 짙은 뽕짝만 죽어라 불러대는 노친네들이 이해가 간다. 선거 때마다 새누리당과 이명박근혜를 찎는 건 이해하기 힘들지만 익숙한 것으로부터 벗어나지 않으려는 인간본성을 생각하면 그 또한 이해못할 바도 아니다. 관성의 힘은 그만큼 강하기 때문이다. 모르겠다. 지금 20대 .. 2023. 11. 12.
여자 정용연 민예총 개소식에 참가하여 음악인 정재영님과 인사를 나누었다. “정용연입니다.” “네?” “정용연입니다.” “네?” “정용연입니다.” “용자 다음 자가?” “하하 제 이름이 조금 어렵습니다. 연자예요.” “귀를 의심했습니다. 제 친구 이름이 정용연이었거든요.” “아 그렇군요. 흔하지 않은 이름인데...” 다음 대화 내용은 정확히 기억이 안나는데 재영님은 놀라운 사실을 이야기해 주었다. 옛날에 사귀던 여자 친구 이름이 정용연이었다고. 그래서 몇 번이나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고.신기했다. 살면서 나와 같은 이름을 가진 이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고 선배의 여자 친구가 자기 조카 이름이 정용연이라고 해 놀랐던 적은 있다. 하지만 여자 이름으로 정용연이 있었을 줄이야. 얼굴을 본적 없지만 선배 여자의 조카도 그렇고.. 2023. 11. 11.
카페인 양평에 사는 내 친구 병윤이가 타준 원두커피 한 잔을 마시고 돌아오는 길에 손톱 끝이 가려워 자꾸만 긁었다. 운전을 하면서도 손톱 끝이 가려운 건 참을 수 없었다. 덕분에 엄지와 검지 손톱의 한 쪽 면이 움푹 닳아 있었다. 커피를 마시지 말았어야했는데... 어릴 때부터 카페인이 들어있는 커피 녹차 홍차 콜라를 마시면 손톱 끝이 가려워 긁었다. 한의사가 말하길 신장에 열이 많다고 했다. 간도 안 좋다고 했다. 아마도 두 장기가 카페인을 받아들이지 못해 나타나는 현상인 듯 하다. 이튿날 아침인 지금까지도 손톱을 긁고 있다. 잠을 설친 것도 커피 탓이 아닌가 싶다. 앞으론 왠만해선 카페인이 들어있는 음료를 마시지 말아야겠다. 2017년 11월에 쓴 일기. 6년이 지난 지금도 커피를 마시면 손톱 끝이 가렵다. 2023. 11. 9.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 2012 서울신문 가을밤콘서트. 장소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 난생처음이었다. 클래식 콘서트에 가본 거. 유럽귀족에게 봉사하던 음악을 아시아의 하층민인 내가 듣다니. 아니 신분상승을 해 귀족이 되었나? 귀족이라 하기엔 좌석이 너무 멀다. 관람석은 3층하고도 구석진 곳. 로얄석에 비해 요금이 몇 배 싸겠지만 영화표값보다는 훨 비싸다. 하층민으로선 감히 볼 엄두가 안나지만 그럼에도 우연찮은 기회에 보게 된 것이다. 콘서트는 대체로 지루했다. 2시간동안 연주된 음악가운데 귀에 익은 몇곡 빼고는 크게 와닿지 않았다. 테너와 소프라노가 부르는 오페라 역시 와닿지 않기는 마찬가지. 서양 귀족들이 듣던 음악을 동양의 하층민인 내가 즐겨 듣기엔 메우기 힘든 문화적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콘서트는 .. 2023. 11. 9.
빈 건물 공간 빈 건물 공간에 들어가면 소리가 울린다.하울링 현상이 일어난다.나의 말이 잘 전달되지도 않고 상대의 말을 제대로 들을 수도 없다.하루빨리 집기를 들여 울림을 막아야 한다.탁자나 쇼파나 같은 사무실 집기로만은 안된다.책을 꽂아야한다.책만큼 하울링을 잘 잡아주는 물건도 없다.도서관이나 헌책방에서 느끼는 고요함은 이 때문이다.책들이 소리를 집어 삼켜서다.바깥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책을 많이 쌓아놓으면 어느정도 소리를 잠재울 수 있다.책을 읽지않는 시대.책을 들여놓지 않아 소음에 좀 더 많이 노출돼 살고있는 건 아닐까 잠시 생각해 봤다. 2023. 11. 1.
나랑 닮은 배우 코믹영화 오스틴파워의 주인공인 마이크마이어스랑 닮았단 얘길 들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리처드 기어나 브래드피트같은 미남배우와 닮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개성이 강한 성격파 배우랑 닮았다니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마이크마이어스를 닮았단 얘기를 들을 수 없었다. 아마도 마이크마이어스의 활동이 뜸해진 탓이 아닐까 싶다. 어제 저녁이다. 후배 아버님 장례식장에서 만난 동료작가 강상민이 말했다. "형. 헐리우드 배우랑 닮았어요. 주연은 아니고 조연으로 많이 나오는데..." 그러면서 나의 외모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아마도 안경을 벗은 탓일 거라 했다. 오늘 상민이 톡으로 어제 말한 배우의 사진을 보내왔다. 유주얼서스팩트 같은 영화에서 조연으로 출연한 채즈 팔민테리란 배우다. 상민의 말을 .. 2023. 10. 23.